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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지 없이 혁신학교 신청...결국 취소

작성자peter|작성시간14.12.24|조회수187 목록 댓글 0
혁신의지 없이 혁신학교 신청...결국 취소
[기자수첩] 서울형 혁신학교 지정취소 논란을 보며...
 
강성란 기사입력  2014/12/19 [14:34]
서울시교육청이 2015학년도 서울형 혁신학교 지정을 발표한 지 한 달도 안 돼 1개 학교의 지정을 취소하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서울교육청은 지난 17일 서울 중산고에 혁신학교 지정을 취소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그 동안 혁신학교에 우호적이지 않았던 일부 보수언론은 일제히 ‘학부모 못 이긴 혁신학교’, ‘흔들리는 서울형 혁신학교’ 등의 기사를 보도하며 혁신학교 흠집 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 사건은 과연 혁신학교의 문제점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건인가? 기사는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혁신학교 지정 한 달 만에 취소, 왜?
 
서울교육청과 중산고, 언론보도 등을 종합하면 서울 중산고는 혁신학교로 지정된 뒤 학부모들의 반발에 부딪쳤다. 혁신학교가 되면 문제학생이 늘어 생활지도가 어려워지고 학력저하로 대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다. 혁신학교로 지정돼 학급당 학생수가 줄면 내신 1등급 학생도 줄 것이라는 위기감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들의 예상치 못한 반응에 중산고는 지난 4일 서울교육청에 지정취소를 요청했고, 처음엔 지정취소 불가 입장이던 교육청은 중산고에 ▲지정취소 요청에 찬성하는 교원의 비율 ▲학운위의 재조사와 회의록 제출 등을 요구하는 한편, 16일 현장실사를 진행한 뒤 지정취소를 최종 결정했다.

 
찬성하던 교원들은 다 어디로 갔나?

중산고는 당초 전체 교원의 97%, 학운위원 100%의 동의를 얻어 서울형 혁신학교 공모를 신청했다. 하지만 한달도 되지 않아 대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혁신학교 지정취소에 찬성한 중산고 교원은 80%를 넘었다. 학운위의 학부모위원도 100% 지정취소에 찬성했다.
 

2013년 2월 서울형 혁신학교인 삼각산고 1회 졸업식. 김정안 삼각산고 교사는 학력저하 논란에도 이 학교가 주변 학교에 비해 뒤지지 않는 진학성적을 냈다고 밝혔다.    ⓒ강성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교사들이 학부형들이 반대하는데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중산고의 상황을 들은 다른 혁신학교의 교사는 “제대로 절차를 밟아 혁신학교 신청을 한 게 맞느냐”고 물었다. 혁신학교 준비팀을 꾸리고 토론을 거쳐 혁신학교를 신청했다면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 또 다른 교사는 “비밀투표가 아닌 공개적 의사표명을 요구한 게 아닌지”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류만열 중산고 교장은 “학부모들의 반대요구를 교사들이 수용해줘 감사한다”면서 “일사분란한 사립학교 특유의 분위기와 교사들의 낮은 연령대 때문에 교사들이 학부모의 요구를 거스르기 어려웠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반대 학부모 설득의지 있었나?
 
서울교육청 담당자는 “중산고의 혁신학교 지정취소 과정에서 학부모 토론회나 혁신학교 설명회 등을 거쳤으면 모양도 좋고 결과도 달라졌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류만열 교장은 “토론회는 못했지만 혁신학교 지정을 신청했다는 소식에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 1·2학년 학부모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의 의견은 한 마디로 ‘지금도 잘 하고 있는데 왜 말 많은 혁신학교를 하겠다는 것이냐’였다고. 
 
혁신학교 공모신청에 다시 도전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류 교장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혁신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부정적 인식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실제 중산고는 혁신학교 지정취소와 관련해 학교 누리집에 다음과 같은 해명 글을 올리기도 했다.
 
“혁신학교에 대한 학부모님들의 우려의 목소리를 우리학교에서는 누구보다도 훤히 잘 알고 있었습니다. 기존의 혁신학교가 지닌 문제점도 면밀하게 파악하고 있었습니다.…(중략)…우리 중산고등학교는 학급별 인원수에 어떠한 변동도 없습니다.…(중략)…지금도 생활지도를 엄격히 하기로 소문 나 있습니다. 매일 등하교 시간에 4~5명의 선생님이 교문에서 지도하는 학교는 중산고 밖에 없습니다. 지금보다 더 생활지도를 엄격하게 할 것입니다. …(중략)… 명문대 진학을 위한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할 것입니다.…”

  
“머리 노란 학생은 있어도 폭력은 없다”
 
혁신학교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에 대해 혁신학교인 삼각산고의 김정안 교사는 “‘수능점수, 문제풀이식 수업이 곧 학력’이라고 착각하는 학력관은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교육관과 맞지 않다”면서 “혁신학교는 창의력, 의사소통 능력, 통합적 지식생성 능력, 협력을 통한 문제해결력 등을 통해 핵심 역량을 키우고 아이들의 양적·질적 성장을 이뤄내는 학교”라고 강조했다.
 

▲ 혁신학교 운영의 핵심은 민주적 의사소통 구조다. 혁신학교인 선사고의 삼주체 생활협약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학생   ⓒ강성란

실제로 4년 동안 혁신학교를 운영하며 2회째 졸업생을 냈지만 ‘대학 진학실적’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활지도가 안 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머리가 노란 학생은 있지만 학생들 간에 폭력은 없다”고 일축했다.
 
김정안 교사는 “서울교육청이 앞으로 혁신학교의 성과를 객관적 자료로 정리해 혁신학교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는 작업을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정취소 이유는 ‘의지부족’?
 
처음부터 학교혁신에 대한 의지보다는 ‘혁신학교 예산’에 더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묻는 기자에게 류 교장은 “교육감이 일반고 전성시대를 선언하고 일반고에 1억원씩 추가지원을 약속했다”면서도 “어쨌든 학교 차원에서 보면 6500만원은 큰 돈”이라고 덧붙였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중산고의 혁신학교 지정취소 이유에 대해 “혁신학교의 핵심은 학교문화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학교구성원들의 자발적 의지가 없다면 안 하는 것이 맞다”면서 “추진과정에서 공백이 있었지만 서울형 혁신학교의 성과를 내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신영 전교조 서울지부 혁신학교특위 위원장은 “학교주체들의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졸속으로 신청했다가 내부 반발로 번복한 것은 혁신학교가 민주적 논의과정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을보여준 것”이라면서 학력저하 논란에 대해“혁신학교가 추구하는 새로운 학력관에 대한 담론을 만들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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