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정부와 나쁜정부

작성자innercloudy|작성시간14.06.09|조회수141 목록 댓글 2


                                                    <캄포광장> 시에나, 이탈리아 


이탈리아 문화의 심장 토스카나 주의 작고 고풍스런 중세도시 시에나는 중세 암흑기를 거치며 유럽이 새로운 빛의 시대로 진입을 위한 교역과 순례가 시작되었을 12세기 무렵 북유럽과 로마를 잇는 순례길에 위치한 까닭에 순례자들의 휴게소역할을 담당했다. 그리고 이 작은도시는 당시 독자적인 주화를 제작할 만큼 경제적으로 풍요로웠다. 14세기 초 도시의 인구는 약 5만 2천 명으로 유럽에서 가장 번성한 도시 중 하나였고, 이 번영의 도시를 통치할 정치제제는 시민들에 의한 자치정부였다. 당시 시에나는 시민들의 의사와 참여가 적극 반영된 9인 정부 체제였는데 9인 정부는 세 구역에서 각 3명씩 선출된 9명의 평범한 상인들로 구성된 최고의결기관이었다. 


오늘날 이탈리아 3대 광장으로 손꼽히는 시에나의 상징<캄포 광장>은 특이한 구조로 유명한데 매우 넓으며 전체적인 모양이 마치 조개껍데기와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또한 광장 바닥은 하얀 돌로 9개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고 이것은 중세시대 때의 9인 정부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광장 가장자리에 위치한 102m높이의 만자탑(Torre di Mangia)을 올라가면 멋진 시가지 모습을 즐길 수 있다. 한편 이 광장에서는 매년 여름 두 차례, 도시의 각 구역을 대표하는 기수와 말이 출전하여 안장 없는 말을 타고 광장을 도는 경주인 ‘팔리오’가 개최된다. 거칠고 위험하며, 몇 백 년 동안 변함없이 진행되어 온 이 짧은 경주는 시에나의 중심에 활기를 불어넣는 최고의 축제의 장이다. 

                                                                            9인정부 회의실, 팔라초 푸블리카, 시에나

한편 이 광장의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푸블리코 궁전 즉, 시청사에는 9인정부가 사용했던 회의실이 있고 그 방에는 당대의 화가 암브로조 로렌제티가 제작한 <좋은 정부와 나쁜 정부의 알레고리와 효과>라는 긴 제목의 벽화가 삼면을 채우고 있다. 시에나 9인 공화국의 정치인들은 평화롭고 번영하는 도시를 만든 자신들의 업적을 후대에 남기려는 목적으로 그 도시에서 가장 뛰어난 화가 로렌제티에게 벽화를 의뢰했다. 벽화는 당시 시에나 시의 정부가 추구했던 이념으로서 정치, 경제, 신학적 의미를 복합적으로 담고 있다. 아직도 이 벽화는 섬세하고 따뜻한 색조로 균형 잡힌 구성을 실현했고 탁월한 세부묘사는 당시 시에나 화가의 화가들이 로마나 플랑드르 등 유럽 어떤 지역의 화가들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 예술성을 보유하고 있었음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회의실로 입장해보자. 

                       <선한정부의 알레고리> 암브로조 로렌제티 1338-40년 프레스코화, 푸블리코 궁전, 시에나 


장방형 방의 세면을 차지하는 벽화는 북쪽벽에 <선한 정부의 알레고리>가 동쪽 벽에 <좋은 정부의 도시와 시골의 효과>가 그려져 있고 서쪽 벽에는<나쁜 정부의 알레고리와 도시와 시골에서의 효과> 가 있다. 먼저 북쪽 벽의 <선한 정부의 알레고리>를 살펴보자. 화면 오른쪽에 앉아 있는 통치자는 흰색과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겉옷을 입고 있는데, 이는 시에나 문장에 나타나는 색으로, 이 인물은 시에나 정부를 상징한다. 그가 들고 방패에는 마리아가 그려져 있고, 여기에는 라틴어로 ‘지금까지 처럼 성모마리아의 은총이 시에나를 보호하고 있다.” 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통치자 머리 위에는 희생을 의미하는 십자가를 안고 있는 ‘믿음’, 양 손에 각각 화살과 뜨겁게 타오르는 마음에서 자비가 우러나옴을 의미하는 불타는 심장을 들고 있는 ‘자비’ 그리고 그리스도의 머리를 향해 기도하는 ‘희망’ 혹은 ‘성령’이 반신상의 모습으로 의인화되었다. ‘믿음’, ‘자비’, ‘희망’은 전통적인 ‘신학적 미덕’이다. 통치자의 오른편 즉 화면 왼쪽을 보자. 통치자에서 가장 먼 곳에 있는 여인은 ‘평화’를 의미한다. 좋은 정부는 궁극적으로 평화를 유지하는 정부를 의미하는 올리브가지를 들고 있다. ‘평화’ 곁에는 홀과 방패를 들고 있는 ‘용기’, 혹은 ‘국력’이 보인다. 국력은 무장한 여인으로 그려졌으며 그녀의 아래에는 말 탄 기사들이 보인다. 평화는 국력이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 옆 통치자 곁에는 무릎에 과거 현재 미래가 각인되어 있는 물시계를 가리키고 있는 여인이 있다. ‘신중’을 의미한다. 신중은 무릇 과거의 경험, 현재의 요구, 미래의 가능성을 고려해야함을 의미한다. 


이제 통치자 왼편 즉, 화면 오른쪽을 보자. 통치자 곁에는 왕관을 쓰고 동전이 있는 쟁반을 들고 있는 ‘관용’ 이 앉아 있다. 관용은 명예와 돈을 쫒지 않고 정부를 위협하는 자들을 진압하는 지도자임을 암시한다. 그 곁의 여인은 모래시계를 들고 있는데 ‘절제’를 의미한다. 이는 ‘모든 일은 시간을 통해 이루어진다. 는 것을 의미한다. ‘절제’ 의 곁에 한 손에는 칼을 또 다른 손에는 왕관을 들고, 무릎에는 잘려진 머리를 가지고 있는 여인은 ‘정의’이다. 정의의 손에 들려있는 잘린 머리는 신상필벌을 의미한다. 한편 공익의 왕 통치자의 발치에는 암 늑대의 젖을 빨고 있는 시에나의 전설적인 시조인쌍둥이, 늑대 젖을 먹고 자라 로마를 건국한 쌍둥이 형제가 있다. 로물루스와 레무스다. 그 중 레무스의 두 아들 세니우스와 아스키우스가 아폴로 신전에서 암 늑대 조각상을 훔쳐 백마와 흑마를 타고시에나에 와서 도시를 세웠다는 전설을 표현하고 있다. 

 

한편 화면 왼편 통치자가 앉아있는 오른편에는 저울을 들고 있는 정의의 여신이 의자에 앉아 있고, 그녀의 머리 위 책을 들고 있는 ‘지혜’의 천사는 저울을 꼭 잡고 있다. 정의는 신의 지혜를 받아야 함을 의미한다. 발아래에는 한손에 정의의 여왕 허리에서 출발한 밧줄을 들고, 대패처럼 생긴 목수의 상자를 가지고 있는 ‘조화’가 있다. 또 ‘조화’ 옆에는 ‘조화’의 밧줄을 잡고 일렬로 늘어서 있는 24인의 시의원들이 있는데 그들이 잡고 있는 밧줄은 오른편 통치자의 홀과 연결된다. ‘정의’를 상징하는 저울 좌우에는 창과 나무궤를 주는 화면 오른편의 천사와, 왕관을 수여하고 참수형을 행하는 화면 왼편의 천사가 있는데 이는 각각 분배적 정의와 교환적(보상적)정의를 상징적으로 재현한 것이다. 즉, 신상필벌과 상업에서의 ‘분배적 정의’ 가 공정해야 함을 의미한다. 또 정의와 지혜 사이의 공간에는 “정의를 사랑하여라. 세상을 통치하는 자들아” 라는 문구가 보인다. 


마지막으로 24인의 시의원들 아래에는 굵은 글씨로 화가 로렌제티의 서명이 새겨져 있고, 서명 아래  직사각형 안에는 지도자가 가져야 하는 덕목 중 ‘정의’로 통치를 한다면, 도시에서 중요한 세금, 경의, 권력을 유용하고, 필연적으로, 즐겁게 획득할 수 있다‘ 는 긴 명문이 있다. 작품을 주문한 시에나의 통치가들은 벽화를 통해 후대의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그리고 당시 이곳에서 회의를하며 무엇을 다짐했을까? 오늘날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서 그들에게 듣는다.

‘좋은 정부는 지도자가 정의로 통치를 하는 것이며 정치가 스스로 가져야할 가장 거룩한 미덕은 ‘정의이다.'


그렇다면 선한정부는 도시와 시골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일까? 그리고 나쁜 정부는 어떤 정부이며 또 어떤 영향을 주는것인가? 다음편에 동쪽벽과 서쪽벽화를 감상하기로 하겠다.


아트 커뮤니케이터 윤 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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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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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써니x써니 | 작성시간 14.06.09 관료들이 매번 외국에 나갈 때 골프나 치는데 이런 곳에 가서 좀 배우고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 작성자초록생각 | 작성시간 14.06.10 와~~완전 책 한권 읽는 기분입니다.
    늘 귀한 글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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