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루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

작성자innercloudy|작성시간14.02.04|조회수530 목록 댓글 9

 

작품 [이카루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 을 보자.

 

<이카루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1560년, 대 피터 브뤼헐 112 * 74cm 브뤼셀 왕립 미술관

 

작품은 [오비디우스][변신] 이야기 속에 담겨있는 고대 그리스 신화의 내용을 충실히 재현한 작품이다. 신화에서 크레타섬의 황소괴물 미노타우로스를 가둔 미로를 설계한 최고의 기술자가 다이달로스이다. 그 뿐인가 파시파에를 위해 가짜 암소를 만든이도 바로 다이달로스 자신이었다. 그 후 테세우스가 그를 사랑했던 아리아드네 공주의 도움을 받아 미궁에서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게 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공주의 이복동생이 죽게 되면서 미노스왕은 크게 분노하게 되고 그 분노의 화살은 엉뚱하게 다이달로스에게 향하게 되어 다이달로스와 그의 아들 이카루스는 탑속에 갇히게 되었다. 천하의 명장 다이달로스도 이 탑을 탈출할 묘책이 얼른 떠오르지 않았다. 탈출해봐야 망망대해가 기다리고 있었고 더구나 미노스왕의 군대의 삼엄한 경비가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누군가. 건축이면 건축, 조각이면 조각 등 못할것이 없었던 당대 최고의 명장 아니던가. 궁리 끝에 그는 하늘을 날아서 탈출하기로 계획한다.

 

그는 오랫동안 새의 깃털을 모아 붙였다. 가장 짧은 깃털에서부터 점점 긴 깃털을 천천히 붙여나갔다. 큰 깃털은 실로, 작은 깃털은 밀랍으로 붙였다. 아들 이카루스는 아버지 곁에서 달아나는 깃털을 줍기도 하며 작업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이윽고 작업이 마무리 되고 두쌍의 큰 날개가 완성되었다. 비장한 각오를 한 아버지는 아들을 불러 간곡하게 당부하였다. “아들아. 너에게 이르니 반드시 적당한 높이로 날아야 한다. 너무 낮게 날면 바다의 습기로 인해 날개가 무거워져 바다에 추락할 것이다. 그리고 너무 높게 날지도 말거라. 높게 날게 되면 태양의 열기에 날개를 이어붙인 밀랍이 녹아 추락할 것이다. 그러니 반드시 내 곁에 붙어서 중간의 길을 취해 날도록 하여야 한다. 그래야 안전하단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며 걱정어린 마음으로 당부하였다.

 

두 사람은 이윽고 힘차게 날아올랐다.

처음엔 아버지를 바짝 쫓아가며 불안한 날개짓을 하던 아들은 점차 날개짓이 익숙해지며 하늘을 날아가는 기분이 얼마나 짜릿한 기분인지 느꼈다. 점차 긴장은 사라지고 제법 좌우를 돌아보며 날고 있었다. 왼쪽에는 사모스섬과 델로스섬의 아름다운 정경이 펼쳐졌다.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리니 레빈토스섬이 보였다. 농부들과 양치기들은 일손을 멈추고 올려다보고 있었다. 우쭐해진 이카루스는 아버지의 항로를 무시하고 더 높이 날아올랐다. 팽팽한 긴장감과 흥분은 아버지의 간절한 당부마저 잊게 하였고 그의 몸은 점차 태양열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 어느새 밀랍은 녹기 시작했고 깃털은 순식간에 빠져버렸다. 놀란 이카루스는 두팔을 허우적거리며 아버지를 부르며 바다에 추락했다. 이내 아들을 찾던 다이달로스는 바다위에 뜬 아들의 깃털을 발견하곤 자신의 재능을 한탄하며 아들의 시신을 묻어주었고 아들이 추락한 바다를 이카리아(이카루스의 바다)라고 명명한다. 오늘날 에개해라 불리우는 바다이다.

 

한편 다이달로스는 자신만큼이나 재능이 뛰어난 어린조카를 질투한 나머지 높은 탑에서 떨어트려 죽였다. 그러나 아테나 여신은 죽은 조카의 재주를 총애하여 <자고새>로 변신시켰는데 자신의 아들 이카루스가 죽은 후 그의 무덤에서 시끄럽게 우는 새가 있었다. 바로 <자고새>였다.

 

화면을 보자. 화면은 세 구역으로 구분되어 있다. 화면 윗부분은 잔잔하게 물결치는 듯한 능선으로된 수평선이 관람자의 시선을 잡아당긴다. 푸른 바다에 어울리는 옅은색의 높은 하늘이다. 이상하게도 이카루스를 추락시켰던 뜨거운 태양은 수평선 아래로 가라앉고있다. 더구나 창공 어디에도 하늘을 날고 있어야 할 아카루스도 다이달로스도 보이지 않는다. 하늘을 제외한 화면의 나머지 공간은 대각선을 가로지르며 푸른 바다와 농부가 밭을 갈고 있는 육지로 구분된다. 그렇다면 화가의 시선을 어디일까. 마치 이 모든 광경을 한눈에 바라보고 있다는 듯 높은 지점에 화가의 시선이 고정되어 있다. 먼저 바다로 시선을 돌려보자. 화면 왼편에의 작은 돌섬은 크레타섬 인 듯하다. 크레타 섬 뒷편으로 범선이 한척 떠 있다. 오른편의 가까운 범선 앞을 보자. 무언가가 그려져 있다. 방금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두 다리의 주인공은 추락한 이카루스의 최후의 모습이다. 제목이 상징하는 주제의 해답치곤 너무 빈약하다. 멋들어지게 하늘을 나는 이카루스라면 무난했을터인데 말이다. 화가는 왜 이카루스를 찾기도 어렵게 표현한 것일까.

 

육지로 시선을 돌려보기로 한다.

고개를 숙이고 밭에서 쟁기질을 하는 붉은 옷의 농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농부는 자신이 곁에서 벌어지고 있는 죽음의 광경은 별 관심이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이곤 평범한 일상에 집중한다. 농부의 밭보다 조금 낱은 곳엔 양치기 목동이 지팡이에 몸을 지탱하고 다리를 꼬고 서서 먼 하늘을 응시하고 있다. 양떼를 지키는 개도 목동과 같이 정면을 응시한다. 자신들의 등뒤에서 벌어지는 생사의 갈림길은 도통 관심도 없는 듯하다. 그뿐인가. 추락해서 허우적거리는 이카루스 앞에는 낙시꾼이 천연덕스럽게 낚시를 하고 있는 광경이 이채롭다. 농부나 양치기야 거리도 조금되고 자신의 일에 열중하고 있으니 모를 수 도 있다고 치자. 낙시꾼은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인데도 나몰라라 낚시에 열중하고 있으니 좀 심하지 않나 싶다. 월척이라도 물린걸까. 그래도 사람이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죽어가고 있는데.....

너무나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선 이카루스가 우스꽝스럽기까지하다.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이 광경에서 낚시꾼 옆 벼랑끝의 나뭇가지를 보면 슬픈 자고새 한마리가 이카루스의 죽음을 지키고 있는 장면이 아이러니 하다.

 

브리겔의 그림은 해석이 참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한 학자는 그를 가리켜 붓보다 사색의 힘으로 그림을 그린다.“ 라고 할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작품의 해석도 시대마다 달라지고 의견도 분분하다. 분명한 사실은 이카루스의 죽음은 아무런 관심도 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농부는 여전히 밭을 가는데 열중하고 범선도 자신의 항해를 계속한다. 양치기 목동도 자신의 사색을 계속하고 있고 낚시꾼도 자신의 취미를 계속하고 있다. 이카루스 신화는 중용과 절제의 미덕을 교훈으로 삼아야 함을 우리에게 알려 주지만 이 작품은 어딘지 화면구성이나 배치나 주제가 특이하다. 아버지 다이달로스는 화면에서 아예 배제 되었고 농부,목동,낙시꾼들은 최소한 이카루스보다 크게 그려져 있다. 사람이 물에 빠지는 사건이 일어나도 이상할 정도로 무관심하고, 마치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무심히 하던일을 계속한다. 한 젊은이의 꿈이 비극적으로 좌절되는 사건보다는 자신의 노동에 열중하는 것이 더 부각된 것이다. 화가의 당대 네델란드에는 "사람이 죽었다고 쟁기질을 멈추지 않는다." 는 속담이 있었다고 한다. 세상에 무슨일이 일어나도 삶은 계속된다는 사실을 화가는 주목한 것이다. 당사자에게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지만 세상 모든 사람들 속에서 보자면야 그리 큰일도 아닌 삶의 이치가 표현된 것이다. 결국 인간은 함께 살며 서로에게서 위로를 얻지만 궁극적으론 고독한 존재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것이다. 그래서일까.. 제목과 달리 주인공은 묵묵히 쟁기질을 하고 있는 농부처럼 보인다. 화가는 이상을 좇는 존재보다 덤덤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을 세상의 중심에 그려 놓았고 이에 반해 이카루의 욕망은 무하고 어리석은 것으로 왜소하게 표현했다.

 

() 피터 브리겔(1525년경-1569)16세기중반 농민들의 평범한 삶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화가로써 일명 '농민의 브뤼겔'이라고 불리운다. 그의 작품은 당대의 화가들에 비해 풍경이 많이 등장하는데 화가의 시선이 화면의 가장 높은 곳에서 바라본 시점으로 그려진 특징이 있다. 이는 단순히 풍경을 그리는 그의 취향의 반영만은 아닐것이다. 그는 지리, 역사, 철학자 등 당대의 지식인들과 폭 넓게 교류하며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통찰했고 자신만의 세계관을 확립하였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성서, 신화, 당대의 민간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나 속담을 소재로 하여 보통사람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관찰하여 그려낸 특징이 있다. 대개의 회화에서 시대를 견인하는 상류층 사람들이 주로 화면의 중심을 차지한다면 브리겔의 작품 대부분은 당대의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화면을 빼곡이 차지한다. 이는 평범한 사람들은 소수가 아닌 다수가 함께 움직이며 역사의 한켠을 차지하는 특징을 표현해야 했던 이유였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무척이나 친근하다. 음식을 먹고.... 대소변을 보고... 농사일을 하고 노동을 하다가 쉬기도 한다. 그뿐이 아니다. 절름발이, 맹인, 거지가 등장하기도 하며 아이들이 수백명씩 화면에 등장하여 갖가지 놀이를 하기도 한다. 그러니 그의 작품은 단박에 주제를 잡아내기가 쉽지않고 세심한 눈길로 화면 구석구석을 천천히 탐험해야만 한다. 실로 그가 그린 사람들은 한마디로 지지고 볶는 우리들 삶과 너무나 닮아있고 자연과 함께 하루하루를 살아야 하는 우리들의 숙명 또한 매우 정확하게 표현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그의 작품은 전 세계에 45점 정도가 있다. 16세기 북유럽 회화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필자 역시 브뤼셀과 비엔나 마드리드 등지에서 그의 작품을 감상할 기회가 많았고 이러한 과정이 지나면서 그의 작품을 특히나 좋아하게 되었는데 작품에서 주는 교훈이나 느낌이 일상의 어느 순간에 영혼을 파고들어 언제나 깊은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의 쓰나미라는 큰 사고를 접한 이후에 문득, 브뤼셀에서 보았던 이 작품이 떠올랐다. 쓰나미 피해의 당사자들이야 상상키 조차 힘든 고통과 비극에 놓여있지만 한뼘 떨어진 서울에 있는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고 즐기고 사소한 일상에 매여있는 상황이 그의 작품과 절묘하게 너무나 어울리지 않은가 싶어서 서글픈 생각마저 들었던 기억이 새롭다. 일상이라는 것은 그저 무심히 흐르고 있는 강물과도 같은 것이어서 세상이 아무리 요동을 쳐도 덤덤히 함께 가야 할 삶의 숙명적인 동반자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몇해 전 브뤼셀에 있는 왕립 순수미술관을 방문한 여정은 순전히 이 작품을 직접 감상하는 목적이었다. 덕분에 그 여행에서 <플란다스의 개>에서 감동적인 라스트 신의 소재가 되었던 얀트베르펜의 성당 그림도 감상하고 북구의 베네치아라고 불리우는 <브리헤>도 돌아보고 왔지만 그래도 이 작품을 본 감흥은 아직도 생생하다.

 

<현재 이 작품은 피터 브뤼헐의 작품이 아닌것으로 최종 판명나 왕립미술관에서 철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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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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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freebird | 작성시간 14.02.04 강의로 들은 후 다시 글로 상세히 보니, 더 와닿습니다.^^ 그런데, 이게 피터 브뤼헐의 작품이 아닌것으로 판명되면, 이후 어케 되는건가요? 누가 그의 화풍을 따라 그린걸까요? 샘 말씀처럼 정말 우리 일상, 삶을 보여주는..어떻게 보면, 허망한 느낌도 드네요 ^^
  • 답댓글 작성자하니 | 작성시간 14.02.05 저도 궁금합니다. 브뤼헐 왕립미술관에서 철거되는 이후에 그림의 행방이요...
  • 작성자에어라이너 | 작성시간 14.02.04 400여년 전에 이기주의가 만연한 현재 우리 모습을 그려낸것같아 당황스럽기도 하고, 그 시대가 현재와 별 반 다르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네요.
  • 작성자태은 | 작성시간 14.02.04 역사는 돌고 도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으니...선조들이 역사 속에서 많은 교훈을 남겨 주셨는데...그림 하나에도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사실에 놀랍고 스치는 그림도 다시 보게 됩니다
  • 작성자고양이 | 작성시간 14.02.07 어젯밤에 별에서 온 그대를 보면서 파일을 열고는
    이카루스와 그 앞에서 태연히 고기 낚는 낚시꾼을 보고
    이 그림이다! 하고는 글을 읽을 수 없었는데
    오늘 차근차근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고통스러운 이웃의 마음 아픔을 함께 하지 못 해서
    힘들 때가 많습니다. 그나마 오늘 쌍차 항소심이 뒤집혀
    노동자들의 해고가 무효라 판결됐다 하여
    좀 기뻤습니다. 서로 위로 하며 열심히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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