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바다..

작성자innercloudy|작성시간14.04.26|조회수794 목록 댓글 10

<기다림의 바다> 

이글은 한국 해양 연구원 정기 칼럼 5월분 입니다. 카페에 먼저 기고합니다.

               <역류> 윈슬로 호머, 1886년 캔버스에 유채, 75 *121cm 클라크 아트 인스티튜드, 메사추세츠

미국화가 윈슬로 호머의 <역류>입니다. 바다에서 해안이 아닌 해안에서 바다로 물러나는 물결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물 위에 떠 있는 여성을 바다로 데려가는 파도이기 때문입니다. 두 명의 여인이 역류에 밀려 바다로 빨려 들어가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두 사람의 구조대원이 자신을 보호할 아무런 장비도 없이 뛰어 들었습니다. 여인들을 보호할 장비만 가지고 바다에 뛰어든 것입니다. 두 남자가 한쪽씩 들고 있는 구조장비에는 두 여인이 힘겹게 들려져 있습니다. 두 여인은 이미 파도에 지쳐 기진맥진해 있고 아직도 성이 가라앉지 않은 파도를 정면으로 맞서며 구조대원들은 힘겹게 여인들을 이끌고 해안으로 돌아섭니다. 여성들을 이끈 남성의 근육의 강인함은 구조에 대한 남성의 의지를 강조합니다.

                              <아듀, 안녕> 알프레드 기유 1892년 캔버스에 유채, 170 * 245cm 캥페르 미술관

격렬한 파도에 배가 뒤집혔습니다. 배에 의지한 남자는 바다에 가라앉은 여인을 방금 구출한 것 같아 보입니다. 여인을 살리려는 남자의 몸짓이 필사적입니다. 다시는 바다밑으로 보내지 않겠다는 듯 여인의 치마를 붙들고 있는 남자의 오른손 혈관은 터질 것 같습니다. <아듀>라는 제목은 이 여인은 남자의 아내이며 이 필사의 구출은 실패로 끝날 것임을 예감케 합니다. 이 짧은 순간에 남자의 심장은 터질 듯하고 자신의 아내와 함께 했던 지난날에 대한 회환과 미안함, 고마움이 밀려들었을 것입니다. 성난 파도는 이 두 사람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 맹렬하게 두 사람을 향해 돌진합니다. 안타까움으로 치부해 버리기엔 너무 잔인해 보입니다.

                      <슬픔은 끝이 없고> 월터 랭글리 1894년 캔버스에 유채, 152 *122cm 버밍햄 미술관, 영국

끝내 남편이 돌아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기다리는 가족은 절망합니다. 남은 생을 누굴 붙들고 살아야 하는 것일까? 늙은 여인은 딸을 위로하지만 더 큰 슬픔을 견뎌온 삶의 깊이가 주는 의무감일 뿐 영혼 깊은 곳에 그 슬픔은 더 크게 자리 잡고 있을 터입니다. 무심한 바다는 너무나 잔잔하고 등대는 희미한 불빛을 여인에게 건네줍니다. 방파제에 다른 배들은 다 들어왔건만 남편의 배는 끝내 자신을 외면한 현실이 먹먹합니다. 시간이 이 슬픔을 치료해 준다면 다행이지만 그 슬픔은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위로는 적당한 크기의 슬픔에만 제 기능을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삶의 가장 큰 슬픔에 대한 위로는 그저 세월의 힘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 세월의 흐름도 완전한 위로는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삶은 유유히 흐르고 있으니 살아남은 사람은 힘을 내야 하는 것입니다. 어머니는 딸에게 그것을 가르쳐 주고 싶을 것입니다. ‘끝이 없는 슬픔을 참고 견디는 것그것이 인생이라고 말입니다

                 <배를 기다리다> 월터 랭글리 188540*119cm, 연필과 수채, Private collection

19세기 영국화가 월터 랭글리의 작품입니다. 1852년 영국 버밍햄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화가는 가난과 소외된 사람들의 힘겨운 일상을 담담히 그려 낸 화가입니다. 특히 외진 어촌에서 만난 어부들과 그들이 부양해야 하는 가족의 힘겹고 고단한 삶의 단면을 사실 그대로 그려냄으로써 가장 따스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본 예술가입니다. 톨스토이는 그의 저서에서 랭글리의 작품을 아름답고 진실한 예술품이라고 극찬했다고 합니다.

 

사랑하는 아들, 남편, 아들을 바다에 내 보낸 여성들이 고기잡이 나간 남자들을 기다립니다. 멀리 배가 보이고 파도도 잔잔하지만 그래도 걱정입니다. 남편이나 아들을 기다리는 일이 일상이 되어버린 사람들.. 미소를 띠며 친척에게서 온 편지를 읽으며 무료함을 달래는 몇몇 여인들과 대조적으로 대부분의 여인들은 수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바다를 응시합니다. 언제 돌아오는 것일까요? 주름이 깊게 패인 늙은 두 여인의 얼굴에서 희망과 두려움이라는 감정의 교차를 수없이 반복한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 됩니다. 가난하지만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왔을 여인들과 어부들, 그럼에도 그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음을 알기에 근심 가득한 마음으로 방파제에 매일 이렇게 나와 있는 것입니다.

 

깊은 바다에서 힘없이 스러져 간 우리의 아이들과 많은 분들이 하늘나라에서는 고통을 잊고 늘 행복했으면 합니다. 가족과 친구를 잃은 많은 분들의 상처와 아픔이 속히 치유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따스하고 변함없는 관심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을, 죽어간 이들을, 살아있는 그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사회와 이웃이 슬픔을 나눌 수 있는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사고에서 살아남은 많은 분들과 그들의 가족들이 빨리 상처를 극복하기를 기원합니다.

 

아트 커뮤니케이터 윤 운 중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하얀사슴 | 작성시간 14.04.26 화가들이 저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건 그 사람들과 삶에 대한 공감이 가슴깊은곳부터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겠죠. 그림속 사람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오네요...
  • 작성자leastory | 작성시간 14.04.26 그림을 보는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네요.ㅠㅜ
  • 작성자태은 | 작성시간 14.04.27 기다리는 사람은 그때도 기다리고 아직도 기다리고 끊임없이 기다리겠죠
  • 작성자초록생각 | 작성시간 14.04.29 제목부터 뭉클하네요..
    시기에 딱 맞는 그림들과 말씀 감사합니다^^
  • 작성자jasminethypoon | 작성시간 15.02.21 하염없이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만큼 무서운 고통이 있을까요

    윤선생님께 흰국화를 올려드리고 돌아와서 이제야 올리신 귀한 글과 그림을 차근차근 보고있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