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합동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작성자바람이 불어|작성시간14.04.27|조회수137 목록 댓글 14


어제 저녁을 서둘러 먹고 차를 타고 다녀왔습니다. 

주차는미리 검색을 하고 예술의 전당에서 하고 
셔틀을 탔습니다. 
하지만 고잔역에서 다니는 셔틀이 바로 연결이 되어서
대중교통도 괜찮겠구나 싶었습니다.

늦은 밤이라 그런지
셔틀에 세명밖에 없기에 아...이제 조문열기가 식었구나
혼자 서러웠는데
막상 도착하니 너무나 긴 행렬에 깜짝 놀랐습니다. 
사진을 보니 그나마 낮에 비하면 엄청 줄었더군요.

고잔초를 빙글빙글 돌며... 사람들 대부분이 숙연합니다. 
농담하고 웃고 떠드는 사람이 없습니다. 
함께 간 열살 아들한테도 차에서 누누히
이곳은 웃거나 떠들고 돌아다니면 안된다.
돌아가신 분들을 마음으로 위로하는 자리다... 
강조를 해서인지 조용합니다. 

사실 아이를 데려가는 부분에 대해 고민을 했습니다.
미디어를 통해 보는 뉴스와
직접 그 일을 겪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그 아픔을 몸으로 전해듣는다는게
아이에게 너무 충격이 아닐까 해서요.
하지만 저희는..가급적이면 이 모든 걸 직접 보고 듣고
스스로 판단하게 해주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간에 정리하시는 자봉님이 오셔서 아이가 있으니 먼저
앞줄로 가라고 하셨지만 남편이 거절합니다.
자봉하는 분들은 여기서 하루를 서계시는데 
이정도는 참고 견디는 힘을 키워야한다구요.

줄은 고잔초운동장을 빙빙 돌아 올림픽기념관까지 연결됩니다.
줄이 쉴새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그닥 지루하진 않았지만
학교운동장을 벗어나자 줄이 멈춥니다. 
거의 40분을 선듯합니다. 
운동장을 벗어나 기념관에 가까워지니
빼곡히 묶어진 노란리본
메시지 보드판 등등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때부터 저두 눈물이 나더군요.
아이도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힘든지 살짝 다리아프다는 불평을 하지만
아빠가 안에 있는 분들을 생각해 오늘하루만은 참고 견뎌보라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다시 더 긴 기다림을 거쳐 분향소쪽으로 향합니다. 
단원고 총동문회 아이들이 있습니다.
총동문회라는 이름이 걸맞지않게 교복을 입었고 아이들 얼굴이 앳됩니다. 
울어 지쳐 푸석하지만 눈만은 너무나 말할수 없이 슬픈
유가족대표가 있고
졸업생 학부모 대표가 인사를 합니다. 
이때부터 사람들이 울기 시작합니다. 

미디어를 통해서 보던 사건이 제3자의 일이었다면
이렇게 내 눈으로 확인하며 사건은 내 이웃, 지인의 일이 되는 듯합니다. 

분향소 안에 들어가면......
그 자체로 눈물이 납니다.
아이들 하나하나의 얼굴을 직접 대면하고 엘씨디 대형화면에 아이들 얼굴을 비쳐주기도 합니다. 
내가 알지 못하지만 길에서 버스에서 마주침직한 아이들이
영정사진이 되어 있습니다. 그것도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오열하는 누군가의 부모들... 남자들도 눈물을 제법 훔칩니다.
지금껏 다리아프다고 징징거렸던 아이도 분위기에 압도되서인지 숙연해집니다. 
삶과 죽음앞에 무슨 말이 필요한지..
그 먹먹함에 비통함에.... 할 말이 잦아듭니다. 
미안하다는 말도 그들에게 핑계일뿐인듯 느껴집니다. 

아이들 하나하나의 이름과 얼굴을 불러보고 가슴에 새기고 싶었지만
단체분향인지라 그건 불가능하고 여러명이 합동묵념한 다음
꽃한송이 올려놓는거 말고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사진속 아이들이 너무나 예쁩니다. 
미안하다고.. 대한민국에 태어나게 해서 미안한다고 
나도 너를 지켜주지 못한 그 중 한명이라고.... 말해봅니다.
앞줄에 최혜정 선생님이 계십니다. 
아..... 선생님도 너무나 젊고 아름답습니다. 
영정사진도 슬프지만...
끝없이 이어진 위의 빈 자리들이 더 가슴아픕니다.
미안하다.... 

분향소를 나와 포스트잇이 빼곡히 붙어있는 보드판을 둘러봅니다. 
루리웹 회원의 글들도 보이고 
대부분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입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다음 세상엔 이나라에 태어나지 마라...등등. 
그중 한 글이 눈길을 끕니다.
그 곳에서 꼭 지켜봐달라. 이 사회갸 어떻게 바뀌는지..
문득 이 생각이 듭니다. 
과연 바뀔까...이 사회가.
뿌리깊은 수구보수... 언론통제, 엉터리댓글달고 악행을 일삼아도 멀쩡한 국정원..
무관심..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꿔야할까요?

아이들 가는 마지막 길입니다. 
가는 길 어렵지않습니다. 고잔역에서 바로 셔틀 다닙니다. 
다녀오면 힘듭니다. 하지만 견딜 수 없게 힘들지 않습니다.
다녀오면 힘들거 같아서 못가시는 분들..그정도는 아니예요. 
차가운 바다에서 어른들 구조 간절히 기다리다 그 어떤 구조도 받지못하고
춥고 외롭게 세상을 떠난 아이들입니다...
그런 세상을 만든 우리 어른입니다. 
가서 아이들 마지막 가는 길마저 춥지않게 해주시면 어떨른지요. 
저는 막상 가보니 늦기전에 한번더 가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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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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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초록생각 | 작성시간 14.04.28 아~~
    그 많은 영정 속 아이들 얼굴 볼 자신은 없어서..
    그제 대한문 앞 작은 분향소에 다녀 왔어요.
    어제 부터 시청앞에도 차렸다고 하더군여..
    아직 찾지못한 아이들이 있어 안산은 좀 더 미루고 있습니다.
    저도 제 아이 손잡고
    안산 다녀 와야겠네요..
    이젠 구조가 아니라
    빈 영정이 다 채워지기를 바래야 하는 이 맘이 넘 아프네요ㅠ
  • 작성자현성준성맘 | 작성시간 14.04.28 글 읽는것만으로도 슬픕니다 어찌아이들을 키워야하는걸까요? 정답도 없는 이길을 어떻게가야할까요
  • 답댓글 작성자오드리 | 작성시간 14.04.29 그러니까요...결코 잊지 말아야죠
  • 작성자마음만은 항상 | 작성시간 14.04.29 집에서 불과 20여분 거리에 분향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쁨과 아이들 시험때문이라는 표면적인 이유와
    분향소에 갈 용기가 없는 마음속 미안함과
    내 아이들에게 어떻게 비칠까하는 어른이라는 죄책감으로 가질 못하고 있습니다.
    분노와 미안함이 뒤섞인 눈물이 빗물이 되어 흐르고 있습니다.
    세월호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
  • 답댓글 작성자오드리 | 작성시간 14.04.29 저도 깊이 그 마음공감합니다. 산책길에 비를 맞으니 빗물인지 눈물인지 뜨거운 그 무언가가 흘려내렸습니다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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