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기 추모제에 다녀왔어요

작성자하니|작성시간15.04.17|조회수219 목록 댓글 4

어제 세월호 1주기 추모제에 다녀왔습니다.
어제 출근할때만해도 꼭 가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근데 하루종일 회사에서 너무나 답답했습니다.
회사 사람들.. 아무도 세월호 얘기를 하지 않더라구요.
속이 너무 답답해서 얘기를 꺼냈더니 돌아오는 썰렁한 반응들.
그래.. 그랬지... 몰랐던 것도 아니고.. 괜히 얘기를 꺼냈구나 했습니다.
하루종일 일도 손에 안 잡히고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이번주 계속 늦게 귀가해서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꼭 가야겠다 마음먹고... 회사를 나섰습니다.

하늘의 영혼들에게... 유가족들에게...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만 들었어요.

내가 여기 나온 이유가 제 마음 편하자고 나온 것일까.
그들을 위로하기 위해 나온 것일까.
지난 1년동안 나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했을까.
무능한 정부를 욕하기만 했지 부당한 것에 저항했는가.

한없이 부끄러웠습니다.
저는 부끄러움을 느끼기 위해 그 곳에 갔는지도 모릅니다.
내 마음에 내 몸에 새긴 이 부끄러움을 잊지 않기 위해서 말입니다.

시청에서 광화문으로 가는 길을 바리케이트로 차단하고
꽃 한송이 헌화도 못하게 막는 정부.
이승환씨 얘기처럼 우리 정말 정부의 무능함을 알게 된 불쌍한 국민들입니다.

어제밤에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오늘 광장에서 들은 안치환의 자유 노래가 자꾸 생각났습니다.

만인을 위해 내가 노력할 때 나는 자유이다.
만인을 위해 내가 싸울 때 나는 자유이다.
만인을 위해 내가 몸부림칠 때 나는 자유이다.

그 위에 안도현의 <연어이야기>에서 읽은 이 문장이 겹쳐졌습니다.

“나 혼자 자유로운 것은 자유가 아니야. 우리는 혼자가 되면 언제 어느 곳에서든지 자유가 보장된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그것을 착각일 뿐이야. 그 누구도 혼자서는 자유로울 수 없어. 네가 자유로워야 내가 자유로운 거야. 마찬가지로 내가 자유로워야 너도 자유로운 거지.” (p.116 연어이야기)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자유롭지 않은 영혼들 앞에서, 아직도 피눈물을 흘리는 자유롭지 않은 유가족들을 보며 나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들이 자유로워질 그 날까지 나의 자유도 조금 내려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든다는 것은 마음이 마음을 만나는 거야. 마음이 마음을 만나 따뜻해지는” (p.116 연어이야기) 것이라고 했습니다. 오늘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물들었습니다. 마음과 마음이 만나 따뜻해짐을 느꼈습니다. 사람만이 희망입니다. 우리 끝까지 함께해요.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으뜸벗 | 작성시간 15.04.17 꽃한송이 아이들에게 주는것 그 일을 이리도 어렵게 하는 것들도 사람인지
  • 작성자오드리 | 작성시간 15.04.18 하니님 고마워요^^ 함께 햇던 시간....목금 이틀 시청에 모였던 그 수많은 인파들을 보면서 참으로 많은 위안을 받고 용기를 얻었습니다. 아직은 희망을 놓지 말아요 우리 ㅜㅜ
  • 작성자태은 | 작성시간 15.04.18 그냥 눈물밖에 안 납니다 ㅠ ㅠ
  • 작성자leastory | 작성시간 15.04.19 아버님이 지난 주말 심장 수술을 했었는데 퇴원 후 가슴이 답답하다며 고통을 호소해 이번 주 금요일 응급실로 실려갔습니다. 아버지의 병실을 지키며 JTBC뉴스에서 시청에 모인 엄청난 인파를 보았습니다. 하니님도 그 시간에 거기에 계셨군요. 왜 정부는 뭐가 무서워서 진실을 은폐하고 1주기에 어린 영혼에게 꼭 한 송이 못바치게 하는 겁니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 나라.... 언제나 수수께끼가 풀릴런지....ㅠㅜ 깨어있는 시민은 너무도 살기 힘든 세월입니다. 요즘 너무 바쁘기도 하고 석박사생들 논문 써서 졸업시켜야 하니까 또 일자리도 구해줘야 하니까 눈 감고, 귀 막고, 외면하고 살려해도...뜨거운 것이 불뚝불뚝....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