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t1.daumcdn.net/cafe_image/mobile/bizboard_placeholder.jpg)
내가 사랑한 그 분
<인연>(이호진 지음, 이파르)을 읽고
한 때 남북관계가 좋았던 2000년대 중반
남북교류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노래가 한 곡 있다.
북측 노래 <심장에 남는 사람>이다.
인생의 길에 상봉과 이별
그 얼마나 많으랴
헤여진대도 헤여진대도
심장 속에 남는 이 있네
아 그런 사람 나는 못잊어
아 그런 사람 나는 못잊어
내게 다가온 한 권의 책, <인연>을 읽고 가장 먼저 이 노래가 떠올랐다.
분단의 아픔으로 헤어진 사람과
세월호에서 생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마음이 다르지 않기 때문일 터다.
세월호 국면이 한창이던 2014년.
팽목항과 안산, 대전 등 전국을 순례하며
900킬로, 2200리 길을 걸은 이호진님.
길 위에서 인생을 새롭게 산 인연으로
당시 우리나라를 방문한 프란치스고 교황으로부터 세례까지 받은 분이다.
세 아이를 낳고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
세 아이 중 막내인 승현이를 먼저 가슴에 묻고 남은 평생을 살아야 하는 아버지의 한
바다 속 깊은 곳에 가라앉은 세월호보다 더 깊은 감추어지고 잊혀져가는 세월호의 진실.
<인연>은 직접 세월호 자체의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그저 세월호에 자식을 잃은 한 아버지의 길에서의 공부와 인연의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울림이 크다.
자식을 심장에 묻은 한 아버지의 절규와 안타까움,
그 한을 풀어나가는 고된 순례와 숱한 인연의 시간들.
특히 세월호 국면에서 진실을 보도한 거의 유일한 종편
JTBC 손석희와의 각별한 인연은 눈물과 웃음을 동시에 자아내면서
인간의 만남은 이렇게 새로 길을 내고 별이 되는구나 싶은 생각을 갖게 해준다.
세월호를 둘러싼 싸움이 한창이다.
과거사를 둘러싼 싸움처럼 세월호의 진실도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어
망각과 기억의 투쟁을 이어갈 것이다.
이십 여권에 가까운 세월호 책들이 나왔다.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이백권 이천권의 세월호 책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인연> 또한 세월호를 망각해가는 우리들에게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서 새롭게 일깨우면서
세월호의 진실을 타전하는 한 아버지의 애틋한 몸부림으로 다가온다.
이호진 님의 아들 승현이는 고등학생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세월의 시간이 중요하랴.
오랜 세월을 같이 있어도
기억 속에 없는 이 있고
잠깐 만나도 잠깐 만나도
심장 속에 남는 이 있네
아 그런 사람 나는 귀중해
아 그런 사람 나는 귀중해
별처럼 왔다가 스러진 승현이의 삶과 죽음에 바쳐지는 아버지의 이 만가들이
모든 사람들의 가슴 속에 새로운 인연으로 다가가기를 고개 숙여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