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따르는 기억전달자

작성자이옥현|작성시간14.08.12|조회수37 목록 댓글 0

 

 

▲ 세월호특별법을 촉구하는 영화인모임(가칭)이 9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유가족들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영화인들은 이날 유가족들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동참했다. 2014.8.9 뉴스1

 

 

'진실이 최고의 사진'이라는 점을 일깨워준 세계적인 전쟁사진가 로버트 카파(Robert Capa, 1913∼1954).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전쟁터에서의 생생한 모습을 우리에게 남겨주었다. 로버트 카파는 1936년 스페인 내전뿐만이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중일전쟁, 팔레스타인의 독립전쟁 등 많은 전쟁터를 생생하게 사진으로 남겼으며 1954년 인도차이나전쟁이 마지막 그가 있었던 곳이었다. 이렇듯 많은 전쟁터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도 카메라를 놓지 않은 그의 정신을 빌어 투철한 기자정신을 ‘카파이즘(capaism)’이라고 부른다. 목숨을 걸고 얻어낸 순간포착의 현장이었고 그런 만큼 그의 정신이 후세에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진실은 이렇게 전달된다.

 

진실이란 무엇인가. 이 말 앞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있는 이들이 있을까. 개인들의 감각에 의해 진실이 가볍게 무시되는 경우가 일상 생활에는 숱하다. 진실은 그 자체로서 도덕적 가치는 아니기 때문에 일상의 언어 사용에서 극단적인 엄격성을 요구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심각한 경우는 바로 진실을 왜곡하려는 고의적 의지를 전제하는 거짓말이라 하겠다. 우리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은 도덕적 이유에서이지 논리적 이유에서가 아니지 않은가.

 

도덕이나 윤리는 우리의 삶을 억누르고 강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씌어진 굴레가 아니라 각 개인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마음껏 누림으로써 기쁨과 행복을 얻는 것이 도덕적인 삶이라 생각한다. 기쁨과 행복은 비도덕적인 상황에서는 누릴 수 없다. 그래서 스스로 자유가 있음으로 그것을 충실히 누릴 수 있는 책임감을 행할 때 만나는 기쁨이며 행복인 것이다. 허나 ‘진실’은 다르다. 진실은 정신을 때로 교란시킨다. 불행히도 말의 의미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바뀌게 되지만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진실을 향해 개인의 삶을, 공동체를 위해 아낌없이 자신의 목숨을 던진 이들은 말이 없다. 허나 남은 자들은 언제나 할 말이 많다. 로이스 로리의 <기억전달자>에서 조너스가 살고 있는 마을은 완벽한 사회를 추구하는 이들에 의해 사랑이나 우정, 인간적인 감정에 따르는 어떠한 종류의 잘못도 있을 수 없다. 완전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 분란의 소지를 모두 제거해 버린 사회이다. ‘기억보유자’라는 직위를 받은 조너스는 진실을 찾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의 기억은 환상에 가리워진 진실이었다.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한국사회는 인간적인 감정을 제거하려 한다. 국가의 묵인에 가라앉은 자들로 내 중심은 고통스럽다. 진실을 찾아 내고 이를 전달하기 위하여 인류의 역사는 궁극의 선을 향해 가고 있다. 현실에서 진실은 두려움을 주기도 하고, 몽롱한 환상을 보여 주기도 한다. 완벽한 사회를 이루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기억전달자들이 고귀한 감정들, 진실을 향한 울림을 따랐기에 보다 인간적인 사회는 가능하다.

 

누군가가 교묘하게 만들어 준 환상이란 것은 우리의 정신적인 심리작용과 일치한다는 점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 같기만 하다. 예를 들면 ‘사회악’에 해당되거나 ‘필요악’에 자행되는 일련의 행동들이다. 그래서 환상은 정상적인 인간 관계를 가능하게 하고, 우리를 주변 환경에 복종하게 하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현실은 사실과는 다르게 진행된다는 것이라는 사회학습에 계속 길들여져 있다. 진실을 안다는 사실로도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거짓말을 막지는 못한다.

 

그러나 그 환상에는 끝이 있으며, 거짓된 것임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지나온 역사에서 저질러진 거짓의 환상을 건네며 진실을 숨기기에 힘을 쏟는 무리들이 늘 존재해 왔음을 기억해야만 한다. 진실을 숨기는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앎’을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해 왔던 것은 나의 망각이었다. 진실을 알려고 하는 노력을 차단시킨다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 사회적 성공에 대한 환상 주입이다. 사회를 좀먹고 변질시키는 데 역할을 한다. 살아있는 자들은 모두 기억전달자여야 한다. 카파이즘은 기자에게만 강조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사회처럼 진실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회피하도록 사회적 압박과 조작을 해 온 상황에서 출몰하는 현상들은 개인들의 정체성마저 뒤흔든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 스스로를 현실에 잘 적응한다는 이유로, 또는 ‘무지(無知)’를 내걸어 진실을 외면해 버리는 것은 사회악을 당연시한다. 진실에 대한 갈구는 곧 자유와 해방의 획득과도 상통한다. 그와 반대로 환상은 정신적인 노예상태를 지속시킬 뿐이다. 인간다움을 추구할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향해 저항하고 도전하는 용기만이 진실을 지켜내었다. 지금, 세월호참사의 진실규명이 우선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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