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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윤운중의 유럽 미술관 순례

작성자맑은소리|작성시간14.01.23|조회수65 목록 댓글 5

   루부르 박물관을 두 번이나 가 보았지만 방대한 컬렉션에 압도 되었던 데다 어린 아들을 대동한 탓에 그저 교과서에서 보았던 큰 작품 위주로 스쳐지나듯 다녔던 것 같다. 한국어로 된 오디오 가이드 수신기가 있긴 했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그다지 없었던 단체여행에서는 무용지물이기도 했다. 그나마 오르세 미술관에서는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보았던 그림의 원작을 본다는 설레임에 알지못할 뿌듯함이 밀려왔지만, 이또한 작가의 이름과 작품을 매치시켜 보는 정도에 불과해 파리를 다녀오고 나서는 지적 목마름이 나도 모르게 생겨났다.

 

   그럴 즈음에 접한 <윤운중의 유럽미술관 순례>는 나의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한 책이었다. 흔히 이름이 알려진 미술평론가들의 책들을 읽어 본 적이 많았지만 그들의 현학적인 글솜씨와 과장된 주관으로 인해 오히려 미술과의 거리만 멀게 한 그다지 좋지 않은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루브르를 천번 가본 남자라는 부제를 보고 작가의 프로필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책속의 내용들에 대해 신뢰를 갖게 되었다. 미술이라는 것이 감성이 풍부하거나 돈이나 시간적인 여유가 많은 사람들이 누리는 전유물이 아니라는 작가의 말이 가장 와닿았는데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작품을 보면서 스스로 음미할 수 있는 곳까지 안내해준다니 한번 믿고 읽어보자는 마음에서 책장을 열었다.

 

   프랑스의 자존심이라고 일컫는 루브르와 인상파 미술의 보고라 할 수 있는 오르세를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거기에 현대미술 콜렉션으로 유명한 퐁피두센터까지 소개되어 20세기 이후의 미술에까지 촉을 넓히고 있는 작가의 지식에 경의를 표하게 이르렀다. 술술 읽혀지는 작가의 서술방식도 마음에 들었고 결코 잘난척 하지 않으면서도 꼼꼼하고 자상하게 개별 작품은 물론 작가의 작품세계에 까지 꿰뚫고 있는 점이 내마음에 꼭 들었다. 작품의 사진들도 때론 큼직하고 시원시원하게 들어가 있고 때로는 현미경을 들여다보듯 자세히 확대해 놓아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었다.

 

   영국박물관과 내셔날갤러리에 대한 소개도 탁월했는데 무엇보다 대영박물관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영국박물관이라 명시한 점도 개념있어 보여 좋았다. 영국의 회화에 대해서는 사실 그다지 알지 못했는데 한스홀바인의 대사들이라는 작품속에서 읽혀지는 역사적 배경과 인생무상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차분히 설명해주고 있었다. 작가의 말처럼 나도 이 작품을 우리 거실에 걸어두고 싶다는 생각에 공감했다. 작품감상뿐 아니라 작가와 창작에 대한 뒷이야기나 에피소드들도 간간이 들어있어 방대한 텍스트임에도 결코 독자를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다.

 

   프랑스 영국에 이어 2권부터에는 로마의 바티칸 박물관 이야기가 나오는데 바티칸을 방문하기 전에 이 책을 읽게 된 것이 정말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는 만큼 보일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스페인의 프라도 미술관에서 고야의 작품도 만나고 싶고 암스테르담에서 고흐와 렘브란트를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비록 당장 유럽 여행을 떠날 수는 없지만 윤운중의 유럽미술관 순례는 나에게 충분한 대리만족감을 주는 책이고 내 손이 닿는 가장 가까운 곳에 꽂아놓고 두고 두고 틈나는대로 공부할 생각이다.

 

   처음에는 가볍게 읽고 여행갈 때 까지 덮어두려 했는데 나도 모르게 하나씩 줄쳐가며 읽고 있는 모습에 스스로 놀라고 있다.

<윤운중의 유럽미술관 순례>를 만난 나의 요즘 심정은 마치 심봉사가 눈뜬 심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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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오드리 | 작성시간 14.01.23 맑은 소리님 첫리뷰 감사드리구요 인터넷서점에도 리뷰올려주심 당첨이 코 앞에 다가오실겁니다^^
  • 작성자윤도친 | 작성시간 14.01.24 내용 잘 보았습니다.더큰 감동은 아르츠콘서트에 가면 더 확실하더군요..
  • 작성자innercloudy | 작성시간 14.01.25 콘서트 꼭 오십시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연주자분들만 모셨습니다. 독후감 고맙습니다. 완전 뿌듯합니다.
  • 작성자leastory | 작성시간 14.01.27 와~~ 윤샘의 댓글까지...ㅎㅎ
  • 작성자모요사 | 작성시간 14.01.27 첫 리뷰를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심봉사가 눈뜬 심정이라니..ㅎㅎ 저자분이 위에도 쓰셨듯이 정말 뿌듯하실 듯하네요.
    이 멋진 리뷰를 많은 분들이 공유했으면 해서 한 가지 부탁드립니다.
    지금 쓰신 리뷰를 이용하시는 인터넷 서점 서평 쓰기에 올려주실 수 있을지요?
    행사 덧글 쓰기는 글자 수 제한도 있고, 행사 기간이 지나면 모두 내려져서요.
    번거로우시겠지만, 책 클릭해서 서평 쓰기로 올려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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