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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만든 미술관, 윤운중의 유럽미술관&클래식 순례 아르츠 콘서트 후기

작성자하니|작성시간14.02.13|조회수284 목록 댓글 14

바쁜 오전 시간, Don McLean<Vincent>를 들으며 잠깐의 여유를 가져본다. 사무실의 작은 책상에서 음악과 함께 고흐의 그림들을 보며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을 마음에 담는다. 비극적인 삶을 살다간 그의 일생과는 대조적으로 그가 남긴 그림들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그런 아이러니가 너무 짠해서 하마터면 눈물이 날 뻔했다이번 공연에서 앙코르 곡으로 만났던 <Vincent>. 벌써 며칠이 지났지만 그 여운은 무미건조했던 내 삶에 작은 활력소가 되어준다.

 

결혼 5년차, 두 아이의 엄마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살아온 지난 5. 그 동안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었는지 애써 기억을 떠올려보아도 연극 두 편 정도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결혼 전에는 연극과 뮤지컬을 자주 보러 다녔었는데, 지금은 보러 갈 시간을 내기도 어렵지만 그 보다 지갑을 여는 일이 쉽지 않다이 돈이면 우리 아이 한 달 기저귀 값, 분유 값인데, 또 책을 몇 권이나 사줄 수 있는데 하며 망설이다 지갑을 닫곤 했다. 그러던 차에 지난달에 윤운중 선생님의 유럽 미술관 순례 강의를 듣게 되었다. 저자의 책을 읽고, 리뷰를 올리면 북 콘서트 티켓을 준다는 이벤트 소식에 눈이 번쩍 뜨여 마감 전날 새벽 3시에 졸작 리뷰를 완성한 끝에 이벤트에 응모했다. 다행히 응모자 수가 적어 리뷰의 질적 수준과는 상관없이 100% 당첨 행운을 얻어 두 장의 콘서트 티켓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단순히 공짜 표가 생겼다는 기쁨보다도 지난 강의를 들으면서 느꼈던 벅참과 설렘을 다시 느낄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에 너무 좋아 잠이 안 올 지경이었다. 공연은 나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어렵기만 한 미술, 지루하기만 한 클래식이 미술 해설가이자 콘서트 마스터인 윤운중 선생님에 의해 쉽고 재미있는 콘서트로 재탄생했다. 이번 공연은, 작년 출간된 <윤운중의 유럽미술관 순례 1,2>(모요사) 의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 선정 기념 콘서트로 저자가 지난 10여 년간 그림과 함께 하면서 느꼈던 다양한 감정들을 테마로 삼았다.

 

 

인생, 기쁨, 슬픔, 위대한 순간의 네 가지 테마 중 가장 좋았던 테마는, 바로 첫 테마 <인생>. 그 중에서도 일상의 평화를 그린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우유 따르는 여인>, <레이스를 짜는 여인> 등이 인상적이었다. 우유를 따르고, 레이스를 짜는 일에 몰두하고 있는 이 여인들을 보면서 이 여인들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이 자리에서 자기 할 일을 꿋꿋하게 해나가겠구나 라는 생각에   숭고함마저 들었다그리고 소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화가 베르메르를 주인공으로 쓰여 졌으며, 그 그림 또한 베르메르의 작품이었다는 사실도 이제 서야 알게 되었다. 베르메르의 다른 그림들과 함께 바이올린과 기타의 연주로, 오페라 <허무한 인생> "스페인 무곡"을 감상했다. 연주전에 바이올린과 기타 연주가 잘 어울릴까 했었는데, 바이올린을 받쳐주는 기타 소리가 더 아름다웠다.

 

미술 강의와 전시회, 또 이번 콘서트까지 한 달 사이 세 번이나 만나게 된 에곤 실레.  <키스>의 화가 클림트에게 영향을 받았는데, 클림트가 에로티시즘에 대한 관심을 아름답게 시대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표현했다면 에곤 실레는 인간의 숨기고 싶은 성적 본능에 대해 숨기지 않고 적나라하게 표현한 화가이다. 원화가 아닌 복제품이라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다음달 310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는 <클림트, 에곤실레 레프리카전>에서 두 예술가를 함께 만날 수 있다. 나는 죽음이나 관능을 표현한 강렬하고 치열한 에곤 실레의 그림보다 그의 자화상이 좋다. 28세의 짧은 생애를 살았음에도 100여 점이 넘는 자화상을 남겼는데, 그 중에서도 소설 <인간 실격> 책표지의 자화상이 가장 맘에 든다. 이 작품도 이번 전시회에서 직접 만날 수 있다. 또 김연수의 소설 <밤은 노래한다> 의 책표지 또한 에곤 실레의 작품이다. <인간 실격><밤은 노래한다>를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에곤 실레가 왜 표지 주인공으로 실리게 되었을까 살짝 궁금해진다.

 

 

참 신기하다. 미술은 음악과만 통하는 것이 아니라 책과 문학에까지 그 끈이 이어져있다. 책과 문학으로 이어진 이 끈은 다음에는 또 어디로 이어지게 될까. 상상만으로도 설레고 기대되는 일이다. 그 시작으로, 오늘 아침은 지난 달 헌책방에서  고흐가 그의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를 엮은 <반고흐, 영혼의 편지> 그 인연을 이어나가 볼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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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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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하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2.14 저도 그 여운이 아직까지... 이런적 처음이에요^^
  • 작성자하얀사슴 | 작성시간 14.02.13 아름다운 후기 잘 읽었어요~
  • 답댓글 작성자하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2.14 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작성자초록생각 | 작성시간 14.02.14 머찐후기에 탄복하느라 입을 못다무는 중~~^^
  • 답댓글 작성자하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2.14 파리 한 마리 들어갑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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