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제도가 왜 다르게 작용할까요?>
우리나라 입시제도가 미국의 입시제도를 도입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저도 2004년 연구년을 맞아 미국에 가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수많은 한국 부모들이 단지 자녀를 한국의 입시지옥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교육이민을 와 있더군요. 공항에서 이민국 직원은 우리를 보자마자 "교육 때문에 왔구나" 단언을 하더라구요.
그런데 거기에서 공부하는 한국아이들 모두가 행복해하는데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국에서 중학교 1학년 때 전교 꼴지를 달리던 작은 아이가 미국에서 우수학생이 되고 부시대통령으로부터 최고학업성취상을 받는 걸 보며 또 한 번 충격을 받았지요.
가장 층격적이었던 건 한국에선 학교를 안가겠다고 떼를 써서 난감했던 작은 아이가 추수감사절 휴가 때 언제 학교 가냐며 몸을 비틀며 학교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거였습니다. 주말과 방학을 두려워하는 아이를 보며 우리 교육 뭐가 잘못됐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쓴 책이 <왜 우리아이들은 대학에만 가면 바보가 될까>였습니다.
<미국은 교육천국, 우리는 교육지옥인 이유?>
그 책에서 제가 찾은 미국과 한국 교육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인권 개념에 있었습니다. 미국 교육의 핵심은 아이들에 대한 인권존중이라면 우리는 아이를 훈육의 대상으로만 여긴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교육에 대한 책을 모두 찾아봤는데 좌우 전문가 단 한 명도 인권을 논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2007년에 출간된 제 책이 인권을 교육의 중심에 두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주장을 펼친 최초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 김상곤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우리는 아동인권교육헌장이라는 걸 처음 들어봤지요.
미국입시제도의 핵심은 소수자 우대정책을 통해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것인데 우리는 이 핵심 정신을 빼고 미국제도를 들여와 이상하게 왜곡해 지금과 같은 입시지옥이 된 것입니다. 첫단추가 잘못 꿰어졌으니 그 후에 어떤 수정을 해도 점점 더 괴물이 되어갑니다.
<십 여개의 명문대가 등장해 입시경쟁을 완화시킬 것>
어제 한 분이 질문했습니다. 지역균형선발을 하면 서울학생들은 불이익을 받고 적어도 서울에서는 입시가 더 과열되지 않겠느냐 하는 겁니다. 제도를 바꾸면 현재의 구조 자체가 변하기 때문에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집니다.
미국 학생은 꼭 하버드 대학에 가야 성공이라고 생각지도 않고 하버드가 1등 대학이라고도 생각지 않습니다. 적어도 20 여개의 명문대가 비슷하다고 보고 전공과 취향에 따라 골라 갑니다. 수많은 명문 주립대가 있어서 우수한 학생 대부분이 주립대를 갑니다. 우리가 아는 유명인사들 상당수가 주립대 출신입니다.
우리에게 그것이 불가능한 이유는 서울대의 특권적, 우월적 지위에 있습니다. 서울대에 백퍼센트 지역학교성별균형 선발을 도입하면 서울대의 특권적 지위가 무너지면서 10여개의 사립대가 서울대와 비슷한 명문대로 도약하면서 평준화돼 갈 것입니다. 서울대는 대학원 중심대학이 되어 세계 명문대학과 경쟁을 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