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입시에서 수능을 강화한 청와대의 결정은 잘못된 걸까요?>
교육운동 관련 소식이 뜸해 궁금하셨죠? 그 동안 이 정책에 대해 발언권이 있는 분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설득하기도 했고 함께 연대해야할 단체와 내부 토론회를 했습니다. 국민통합입시가 한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여러 단체가 공감하는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 앞에 공개하기 전에 내부적으로 의견을 조율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지요.
전통적으로 우리 교육의 민주화와 참교육을 위해 애써오신 단체의 대표들을 모시고 국민통합입시에 대한 제안설명을 드리는 가운데 그 분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수능 절대평가 등급제는 왜 공론화위에서 패배했는가?>
전통적인 진보단체와 중도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은 정시에서 수능 절대평가 등급제를 주장했고, 보수적인 단체는 수능의 변별력을 더 높이는 쪽을 주장했지요. 공론화위의 투표 결과는 팽팽했지만 김영란위원장은 수능의 변별력을 높이는 쪽의 손을 들어주었고 청와대는 그 결과를 받아들여 수능의 변별력을 강화해 정시 선발을 30% 이상 하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로 인해 진보적 교육단체의 입장을 대변했던 김상곤 교육감은 사퇴를 할 수 밖에 없었지요. 그 결과 일부 단체에서는 청와대를 성토하는 촛불시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결과는 문재인대통령의 교육공약을 뒤집는 것이기에 교육공약 사수를 위해 촛불을 들게 된 것이지요.
저는 공론화위와 청와대의 결정은 결국 진보 단체들이 국민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하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진보단체는 처음부터 30%의 지지밖에 얻지 못하는 불리한 조건에서 시작했지만 설득결과 50%에 육박하는 지지를 받았으니 절반의 성공이라고 강변했습니다. 물론 그 주장도 일리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집중적으로 정책을 설명하고도 압도적 지지를 받지 못했다면 정책이 직감적으로 국민에게 어필하지 못한 것 아닐까요.
<성적에 기초한 학생선발은 공정성 시비에서 벗어나지 못해>
수능 절대평가 등급제도 결국은 성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겁니다. 경쟁의 정도를 완화시킬 뿐, 성적 경쟁이라는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성적이 입시의 가장 큰 기준이 되는 한, 우리 국민은 공정성 시비에 직잡하는 게 당연합니다. 고려 광종 때부터 시작된 시험이 신분이나 계층을 뛰어넘어 개천에서 용을 만들었던 가장 공정한 기제라는 믿음을 하루 아침에 깰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오늘날 우리 학생의 성적은 부모의 재산이 70% 이상 설명합니다. 성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한, 부모의 능력으로 대학가게 되는 구조이지요.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게 학생의 잠재력이라고 봅니다. 잠재력은 어떻게 아나요? 부모에 의해 키워지지 않은 학생은 잠재력이 있다고 가정합니다. 따라서 지역, 인종, 성별, 계층에서 다양한 학생을 뽑았고 그 결과 좋은 성과를 얻었습니다.
<균형입시가 우수한 이유는 학생의 다양성 덕분>
학생들은 교수 못지 않게 또래로부터 더 많이 배우는데 자기와 배경이 다른 동료로부터 더 많이 배운다고 합니다. 다양성 입시는 잠재력이 개발되지 못한 학생들에게 공평한 입시의 기회를 주므로 도덕적으로 우수한 정책일 뿐 아니라, 학생의 실력향상, 인격 성장에도 가장 우수한 정책이라는 겁니다. 입시 경쟁이 현저히 약화돼 초중고 교육이 정상화 되는 건 덤이지요. 더 무서운 결과는 학벌이 현저히 완화된다는 겁니다. 그 결과 싱가폴은 오래전부터 대만은 최근에 국립대 입시에 적극적 조치를 도입했다고 합니다.
싱가폴 학생이 우수하다는 건 이미 알고 계시지요? 미국의 명문대를 주름잡는다고 할 정도로 싱가폴 학생들 실력 정말 무섭습니다. 반면, 한국학생은 시험은 잘 보지만 학업에 적응하지 못해 미국 명문대에서 별로 환영받지 못합니다. 어느 나라의 대학 입시제도가 우수한지 이미 답이 나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적이 가장 공정하다는 환상을 버려야 합니다. 진보단체도 그 동안 성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성적을 무력화시키면 입시경쟁이 완화될 것이란 안일한 생각을 했던 걸 되돌아볼 때입니다.
<청와대의 교육정책 무관심은 비판받아 마땅, 그러나 결정은 무죄>
교육정책에서 기존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청와대의 무관심에 대한 <사걱세>의 비판에 공감합니다. 문재인대통령이 자녀를 교육시킨지 너무 오래되기도 했지만 교육은 아무리 공부해도 잘 모르겠다는 전언입니다. 대통령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새로운 대안에 대한 노력이 지난 5년간 전무했던 참모진들의 게으름은 질책받아 마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적의 틀에 박힌 교육공약을 지키라는 시민단체의 압력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진보단체가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가져오지 않는다면 청와대는 다수 여론이 원하는 쪽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습니다. 교육공약을 지키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봅니다.
현재 진보단체와 2차 내부 토론회를 준비 중입니다. 지난 번에는 대표만 참석하는 회의였지만 이 주제를 공론화해보자는 진보단체의 요구에 따라 임원, 회원들이 모여 공동으로 확대회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여러분을 초청하게 될 공개 토론회는 대입이 마무리되는 내년 2월이 될 것 같습니다. 그 때까지 종종 소식 전할테니 관심 갖고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참, 아직 최초 제안자 만명에 서명하지 않으신 분들은 어여어여 이곳에 댓글로 표시하거나 트윗에 의사표현을 해주세요. 이 제도가 도입된다면 우리 교육은 획기적으로 전환하게 됩니다. 역사적 기록에 자신의 이름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