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 탱고 그 남자의 탱고 연주에는 한 남자의 평생이 담겨 있지 애인들을 다루던 능수능란함으로 구석구석까지 탱고를 쓰다듬는 손길 배신당할 줄 알면서도 사랑했으니 결국 예감이 적중했을 때의 모멸감은 몇 개의 손동작에 아직 그대로 남아 있지 그러나 여전히 함께 남은 이상한 망설임이 손끝의 떨림과 설렘을 기어이 숨기게 만들고 배신자가 된 후 또 다른 배신자들로부터 다시 오래도록 배신당했던 긴긴 겨울 떠올리면 손가락 열 개가 모두 동시에 어는 듯해 그럼 공중은 서서히 사색이 되고 관객들은 갑자기 창이 모두 깨진 겨울의 술집에 앉아 있게 되고 장황한 입김을 내뿜거나 거친 기침을 토하게도 되지만, 마침내 단도를 뽑았을 때의 뜨거운 기억이, 언 손을 녹여 연주를 계속하게 하지 단도가 날아다니듯 빠른 속도에 관객들은 손에 땀을 쥐고 음표들은 단 하나의 빗나감도 없이 각자의 추억을 모두 명중시키지 멋진 양복과 드레스를 빼입은 노부부들의 내면이 더럽게 아름다운 바닥처럼 피로 물들 무렵 총성이 울리듯 마침내 연주는 끝이 나고 누가 쏜 총인지 누가 먼저 쐈는지 누가 맞고 누가 쓰러졌는지 누구도 알지 못한 채 혹 살아 있다고 한들 결국엔 내 차례가 오고 말 거란 딱딱한 확신과 정적 속에 탱고 연주자는 감았던 눈을 뜨고 범죄 현장같이 펼쳐진 내면들을 살피지 이윽고 우산에 투둑, 빗방울 떨어지듯 몇몇 박수 소리 들려오더니 곧이어 객석에서 이구아수폭포 같은 박수 소리 쏟아지기 시작하네 남자의 연주에는 끝이 있고 남자의 연주 끝에는 한 죽음이 있고 다음 연주 끝에도 삶이 있을진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일단은 있는 힘껏 박수를 치네 끝도 없이 치는 박수가 귀를 먹먹하게 하고 마음 먹먹하게 해 잠시나마 온갖 두려움 뒤덮어버리게 - 황유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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