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평 507
김호천
아이들 웃음소리 멈춘 초등학교
이제는 추억을 달이는 찻집, 남평 507
잔디를 입은 운동장은 초록 비단 같고
아름드리 은행나무는 커다란 초록 그늘막을 펼친다
건반 위를 요동치던 건반의 독백이 가고
‘비목’의 슬픈 선율이 찻잔 속에 고인다
철모를 닮은 찻잔 속, 전선의 바람이 스치듯
가야금의 애련한 울림은
마음의 살결을 가만히 베어내는가
어린 손자와 할아버지의 공차기
바람의 흔적을 운동장에 그리는 중이다
소년에서 노년까지 걸어온 저 길
비누방울 속 반짝이던 무지개도 있었고
어둠을 통째로 삼킨 골목길과
처량한 달빛을 베고 누운 시골길도 있었다
이제는 외출 나온 아내의 거친 손을 잡고
흘러간 말을 삼킨 채, 침묵의 차를 마신다
202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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