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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소설집 구평목씨의 바퀴벌레에 담긴 단편 중 구평목씨의 바퀴벌레와 에리직톤의 초상을 읽었다. 이승우는 에리직톤의 초상에서 에덴동산에서 금지된 선악과를 범함으로써 하나님과 분리된 인간 존재를 정면으로 직시하고 그 존재가 겪는 수직적인 실존적 불안과 이에 따라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수평적 폭력과 갈등을 다루고 있다. 구평목씨의 바퀴벌레에서는 이러한 불안과 강박의 양상들과 이를 극복하려는 과정에서의 방어기제들을 다양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금단의 열매를 먹은 인간의 원죄의식은 기본적으로 수직적 시선에 대한 자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에리직톤의 초상에서 그려진 형석의 중학교 수학 선생님의 체벌 방식인 한 학생이 서서 밑으로 내려다보고 맞은편의 다른 학생은 무릎을 꿇고 올려다보는 방식은 그 수직적 시선의 존재론적 체벌인 수치심과 경멸감 그 두 감정이 마추졌을 때의 당혹감을 그대로 포착한 장면이며 등장인물들은 여러 삶의 과정에서 이러한 경험을 재생하게 된다.
구평목씨의 바퀴벌레에서 구평목 씨가 캄캄한 밤 어두운 방에서 경험한 바퀴벌레는 경직된 사회적 기준 앞에서의 불안과 강박의 증상인 동사에 회피주의자나 패배주의자라는 판단과 낙인 앞에서의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도피성이기도 하다. 구평목씨는 자신의 내면에 내재화된 기준을 알코올에 힘입어 삼겹살 집에서 스프츠와 섹스 문화로 대변되는 현대 사회에 동일한 잣대를 내미는 그 자리에서 누군가 자신을 바라다보는 그 수직적 시선 앞에서 피해의식적 신졍증을 이중적으로 경험하며 결국 자신의 현실인 집과 회사로부터 도피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