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읽는 시

작성자조선미|작성시간18.10.23|조회수44 목록 댓글 0

가을에 읽는 시


https://www.youtube.com/watch?v=_rhbncvZZLE

영화 동주 시 낭송




https://www.youtube.com/watch?v=z1gn-CRc0qQ


최근 시집만 읽다보니,,옛것이 생각나네요. 류근시집과 천양희 시집을 이번에는 같이 읽고 있는 중.


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란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https://www.youtube.com/watch?v=UsO_bNz8fjM


윤동주 서시

https://www.youtube.com/watch?v=AmRc0PouJq8



어떻게든 이별/ 류근. 문학과 지성사. 2016

 

가을이 왔다

뒤꿈치를 든 소녀처럼 왔다

 

하루는 내가 지붕 위에서

아직 붉게 달아오른 대못을 박고 있을 때

길 건너 은행나무에서 고요히 숨을 거두는

몇 잎의 발자국들을 보았다

사람들은 황급히 길에 오르고

아직 바람에 들지 못한 열매들은

지구에 집중된 중력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우주의 가을이 지상에 다 모였으므로

내 흩어진 잔뼈들도 홀연 귀가를 생각했을까

문을 열고 저녁을 바라보면 갑자기 불안해져서

어느 등불 아래로든 호명되고 싶었다

이마가 붉어진 여자를 한번 바라보고

어떤 언어도 베풀지 않는 것은 가을이

이제 막 시작됐다는 뜻

안경을 벗고 정류장에서 조금 기다리는 일이

그런대로 스스로에게 납득이 된다는 뜻

나는 식탁에서 검은 옛날의 소설을 다 읽고

또 옛날의 사람을 생각하고

오늘의 불안과

미래로 가는 단념 같은 것을 생각한다

가을이 내게서 데려갈 것들을 생각한다

가을이 왔다 담을 넘은 심장처럼

덜컹거리며 빠르게,

 

그 누구도 따르지 못할 망설임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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