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시 읽기-착해지는 시

작성자조선미|작성시간18.11.07|조회수58 목록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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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당나귀 곁에서>  김사인. 창비시선 382


바짝 붙어서다/ 김사인


굽은 허리가

신문지를 모으고 상자를 접어 묶는다.

몸빼는 졸아든 팔순을 담기에 많이 헐겁다.

승용차가 골목 안으로 들어오자

바짝 벽에 붙어선다

유일한 혈육인 양 작은 밀차를 꼭 잡고.


고독한 바짝 붙어서기

더러운 시멘트 벽에 거미처럼

수조 바닥의 늙은 가오리처럼 회색 벽에

낮고 낮은 저 바짝 붙어서기


차가 지나고 나면

구겨졌던 종이같이 할머니는

천천히 다시 펴진다.

밀차의 바퀴 두개가

어린 염소처럼 발꿈치를 졸졸 따라간다.


늦은 밤 그 방에 켜질 헌 삼성 테레비를 생각하면

기운 씽크대와 냄비들

그앞에 선 굽은 허리를 생각하면

목이 멘다

방 한구석 힘주어 꼭 짜놓았을 걸레를 생각하면.




오누이/ 김사인

 

57번 버스 타고 집에 오는 길

여섯 살쯤 됐을까 계집아이 앞세우고

두어 살 더 먹었을 머스마 하나이 차에 타는데

꼬무락꼬무락 주머니 뒤져 버스표 두 장 내고

동생 손 끌어다 의자 등을 쥐어주고

저는 건드렁 손잡이에 겨우겨우 매달린다

빈 자리 하나 나니 동생 데려다 앉히고

작은 것은 안으로 바싹 당겨 앉으며

오빠 여기 앉아비운 자리 주먹으로 탕탕 때린다

됐어오래비자리는 짐짓 퉁생이를 놓고

차가 급히 설 때마다 걱정스레 동생을 바라보는데

계집애는 앞 등받이 두 손으로 꼭 잡고

나 잘하지하는 얼굴로 오래비 올려다본다

 

안 보는 척 보고 있자니

, 그 모양 이뻐

어린 자식 버리고 간 채아무개 추도식에 가

술한테만 화풀이하고 돌아오는 길

내내 멀쩡하던 눈에

그것들 보니

눈물 핑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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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울 나를 
일깨우는
아름다운 글이 있습니다.


옮겨 적어 보고 싶습니다. 단정히

...

파란 가을 하늘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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