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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10반

앙드레 지드의 '전원교향악'을 읽고 -김지후-

작성자1학년10반 김지후|작성시간19.03.26|조회수80 목록 댓글 1

앙드레 지드의 <전원교향악>을 읽고...


소리의 진심


아름다운 선율이 공기를 물들인다. 소리의 울림은 공기의 방형을 바꾸어버린다. 소리는 귀로 듣는 것이 아니다. 마음으로 듣는 것이다. 다채로운 음들은 알록달록 선명한 색들로 뒤바뀐다. 형태가 바귀어버린 음악. 그것은 더 이상 단순한 음표의 대화가 아니다. 세상을 보는 또 다른 눈, 그것을 넘어 자신의 죄악을 보게 되는 거울이다. 소녀의 가녀린 영혼 속에 무거운 음악이 스며든다.


앙드레 지드는 사촌 마들렌과 결혼 전, 육체적 접촉을 않기로 맹세했다. 그리고 결혼 후 동성애에 빠져 어린 남자들을 대상으로 성적 욕망을 해소했다. 금욕주의의 비극을 지드는 몸으로 느꼈고, 모순적 청교도를 탈피하고자 스스로에게 솔직한 글을 썼다. 그래서인지 <좁은 문>과 <전원교향악> 에는 지드 자신이 다른 인물의 이름을 빌려 등장한다. <좁은 문>의 여주인공 알리사는 지드의 유년을 상징한다. 부모에 의해 종교에 억눌리던 삶, 금욕주의를 끔찍하리만치 지켜내려 했던 시간을 나타낸다. 반대로 <전원교향악>의 목사 아들 자크는 그런 자신의 모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그의 변화기를 보여준다. 제르트뤼드와의 인간적 사랑을 추구하며 아버지의 과실을 본보기 삼아 개종을 감행하는 자크는 그리스도의 의도와는 변질된 기독교에서 벗어나려는 지드의 노력을 대변한다.


초록색은 트럼본, 빨간색은 클라리넷, 파란색은 피아노. 차가움, 유연함, 딱딱함, 엉킹, 정돈됨, 하늘, 목사, 종교, 사랑. 목사가 앞을 보지 못하는 소녀에게 심어준 세계는 아름다웠지만, 동시에 그녀를 죽음으로 이끌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한다. 알은 종교다. 어느덧 공기는 뜨거워진다. 음악의 웅장함이 물들였던 공간 어느새 '나,' '진심,' '사랑,' 고스란히 메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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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조선미 | 작성시간 19.03.27 그래 지후야, 베토벤 전원교향곡을 들어볼게. '소리는 귀로 듣는 것이 아니다. 마음으로 듣는 것이다. ' 마음이 문제인가 색채가 분명한 그림은 바로 느낄 수 있는데, 악기들이 어우러진 소리는 잘 듣기가 어렵네. 노력할게. 지후가 책을 읽고 자주 글을 쓰듯 음악도 자주 듣다보면 듣는 귀가 섬세해지고, 아, 마음이 섬세해지겠지. 고마워. 배움에 대한 자극은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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