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교육] 중등_국어 3-1_1_수행 평가_1회.hwp
코르니유 영감의 비밀
알퐁스 도데 지음 / 한정영 옮김
어느 화창한 날이었네. 젊은이들이 내 피리 소리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지. 그날 나는 우연히 코르니유 영감의 손녀 비베트와 내 큰아들이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물론 나는 싫지 않았지. 코르니유는 한때 이 마을에서 존경을 받는 이름이었거든. 두 아이가 결혼이라도 한다면 코르니유 가문과 인연을 맺는 것이니 전혀 나쁠 것이 없지 않은가.
게다가 그토록 예쁜 비베트라는 참새가 내 집 안팎을 종종거리며 오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그보다 즐거운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이 일을 서둘러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네. 그러고는 서둘러 영감의 방앗간으로 달려갔지. 아, 그런데 글쎄 이럴 수가 있나? 영감이 나를 어떻게 대했는지 말이야.
그 영감이 나를 그토록 푸대접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네. 도무지 문조차 열어 주려고 하지 않는 거야. 하는 수 없이 나는 자물통에 난 틈으로 내가 방앗간을 찾아온 이유를 낱낱이 설명해야 했네.
그러는 동안 고양이가 내 머리 위쪽의 창살 위에 올라앉아서는 끊임없이 울더군. 마치 악마의 숨소리와도 같은 울음소리를 내며 말이야. 그놈마저도 나를 무시하고 있는 것 같았어.
참, 영감이 뭐랬는지 아나?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영감은 아주 무례한 말투로 돌아가라고 소리치더군.
“이봐! 자네는 그 잘난 피리나 불게. 정 자네 아들을 빨리 결혼시키려거든 저 증기 방앗간에 가서 알아보라는 말이야.”
그런 말을 들었으니 나는 피가 거꾸로 솟을 수밖에. 하지만 분별 있는 내가 참아야지 어찌하겠나? 나는 하는 수 없이 영감을 내버려 두고 집으로 돌아왔네. 그리고 내가 코르니유 영감에게 당한 일을 아들 녀석과 비베트에게 이야기해 주었지.
오오, 하지만 두 아이는 내 말을 믿을 수 없어 하는 것 같았어. 내가 사실이라고 거듭 말하자 아이들은 자기들이 직접 코르니유 영감을 찾아가 말해 보겠다며, 나에게 허락해 달라고 간청하더군. 처음에는 말렸지만, 허락하는 수밖에 없었어. 그러자 아이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영감의 방앗간으로 달려갔다네.
아이들이 방앗간에 도착했을 때, 코르니유 영감은 보이지 않았네. 문을 이중으로 자물쇠를 걸어 놓은 채 외출한 모양이야. 하지만 영감은 사다리를 안에다 들여놓고 가는 것을 깜빡한 거야. 사다리가 문 옆에 세워져 있었어. 아이들은 그 사다리를 이용해서 2층의 창문으로 올라갔지. 그리고 안으로 들어갔어. 도대체 코르니유 영감이 무엇을 그 안에 숨겨 놓았는지 확인해 보기로 했던 거야.
아아, 그런데 이게 웬일이란 말인가? 방앗간 안이 텅텅 비어 있던 거야. 산더미처럼 쌓여 있을 줄 알았던 밀가루 부대는 하나도 없었고, 밀알 한 톨도 보이지 않았어. 심지어 벽이나 구석에 쳐진 거미줄 위에도 밀가루가 내려앉은 흔적이라고는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가 없었지. 아무리 눈을 씻고 보아도 최근에 밀을 빻았다는 흔적 같은 것은 어디에도 없었어. 풍차 방앗간이라면 항상 풍기기 마련인 향긋한 냄새조차도 맡을 수 없었지. 오히려 풍차 방아 위에는 먼지만 뽀얗게 쌓여 있었고, 그 위에서 말라비틀어진 고양이가 꾸벅꾸벅 졸고 있지 뭔가.
아래층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어. 오래된 이불이 흐트러져 있는 낡은 침대와 옆의 벽에 걸린 누더기 같은 옷 몇 벌, 계단을 굴러다니는 빵 한 조각이 그 방에 놓인 것의 전부였다네. 아, 방구석에 서너 개의 자루가 보였어. 그 자루에는 자갈과 허연 흙이 들어 있었지. 그것은 다름 아닌 깨진 회벽 조각과 백토 부스러기들이었다는 말일세.
자, 이제 코르니유 영감의 비밀을 알겠나? 영감은 마을 사람들에게 아직도 자신의 풍차 방앗간이 밀을 빻고 있다고 믿게 하려고 저 자루를 노새에게 짊어지게 하여 오솔길을 오르내렸던 것이야.
그래, 맞아. 영감이 밀이라고 싣고 오가던 것은 바로 부서진 옛 방앗간의 폐기물들이었어. 그렇게 해서라도 풍차 방앗간의 명예를 지키고 싶었던 것이지. 아아, 불쌍한 코르니유 영감……. 사실 영감도 증기 방앗간에 일거리를 빼앗긴 지 한참이 지났던 거야. 늘 풍차 날개는 돌아가고 있었지만, 방아는 헛돌고 있었던 것이지. 아이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돌아왔네. 그리고 내게 모든 것을 이야기해 주었지. 아이들의 말을 듣고 나는 가슴이 찢어지는 줄 알았네. 나는 즉시 달려 나가 마을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해 주었네. 그리고 말했지.
“우리가 모을 수 있는 밀을 최대한 많이 모아서 코르니유 영감에게 가져다줍시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이고 밀을 모아 당나귀에게 실어 코르니유 영감의 풍차 방앗간으로 향했지.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영감의 풍차 방앗간이 활짝 열려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문 옆에서는 코르니유 영감이 흙 부대를 끌어안고 울고 있는 거야. 왜냐고? 방금 전에 누군가 자신의 방앗간으로 들어와 비밀을 눈치챈 것을 알았기 때문이지. 영감은 그것이 슬펐던 거야.
“아아, 이 초라한 꼴이라니. 이젠 죽어야겠지. 이 방앗간이 온 동네 사람들에게 놀림감이 되었으니…….”
코르니유 영감은 그렇게 말하면서 정말 슬프게 울었다네. 자신의 방앗간을 온갖 이름으로 부르면서, 마치 진짜 사람에게 하듯이 말을 걸면서 말이야. 바로 그 무렵에 밀을 실은 마을 사람들의 당나귀들이 방앗간 앞에 도착하기 시작했어. 우리는 주저앉아 있는 영감을 향해 크게 외쳤지. 옛날 이 방앗간에 수많은 사람이 드나들 때처럼 말이야.
“이봐요! 거기 방앗간! 코르니유 영감님!”
그리고 사람들은 앞다투어 밀가루 부대를 방앗간 앞에 쌓기 시작했지. 그러자 잘 익은 금빛의 밀알들이 부대에서 쏟아졌어. 그것을 본 코르니유 영감은 울음을 뚝 그쳤다네. 그러고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쏟아진 밀 알갱이를 주워 담으며 말하더군.
“아아, 밀이다! 이렇게 잘 익은 밀은 처음이야.”
우리는 코르니유 영감의 얼굴이 금방 환해지는 것을 알 수 있었어. 우리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지.
영감이 우리를 돌아보면서 말했어.
“하하, 나는 자네들이 다시 돌아올 줄 알았어. 증기 방앗간 놈들은 전부 도둑놈들이거든.”
우리는 영감이 무척 자랑스러웠다네. 그래서 영감을 아주 성대히 마을로 모셔가려 했지. 하지만 영감은 고개를 젓더군.
“아닐세. 아니야. 그보다 먼저 내 방앗간에 먹이부터 주어야지. 저 놈은 아주 오랫동안 굶었거든. 입에 아무것도 대지 못했단 말일세.”
그렇게 말하고 영감은 부산스럽게 움직였어. 밀이 담긴 부대를 열고, 방아를 살펴보기도 하면서 말이야. 우린 그런 영감의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났다네. 그러는 동안 밀알은 풍차 방아에 빻아져 고운 가루를 날리기 시작했지.
우리는 비로소 그동안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 수 있었어. 그래서 다짐했지. 영감에게 끊임없이 일감을 주기로 말이야. 물론 그 다짐은 오래도록 지켜졌네.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어느 날, 코르니유 영감이 세상을 떠나자, 결국 우리의 마지막 풍차 방앗간도 멈췄지. 이번에는 잠시 동안이 아니라 아주 영원히 말일세. 안타깝게도 영감의 풍차 방앗간을 물려받으려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거든.
뭐, 어쩌겠는가? 이 세상 모든 일에는 끝이 있는 법 아니겠나. 론 강을 거슬러 올라가던 배들이 지나가는 것처럼, 마을에 있던 지방 법원이나 큰 꽃을 수놓은 외투가 유행하던 시대가 지나간 것처럼, 풍차의 시대도 지나가고 말았지. 우리도 이제는 그 사실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을 것일세.
1. 이 소설의 주인공인 ‘코르니유’ 영감의 행동을 평가해 보자.
(1) ‘비베트’와 ‘마마이의 큰아들’이 확인한 ‘코르니유’ 영감의 방앗간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써 보자.
• 밀가루 부대는커녕 밀알 한 톨도 보이지 않음. • • • |
(2) 적절한 근거를 들어 ‘코르니유’ 영감이 마을 사람들을 속인 행동을 평가해 보자.
• 나는 ‘코르니유’ 영감의 행동은 전통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해.
• 나는 ‘코르니유’ 영감의 행동은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해.
2 적절한 근거를 들어 이 소설을 해석해 보자.
(1) 다음 중 이 소설을 해석할 때 사용할 방법을 하나 골라 보자.
| 기준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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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자체의 내적 특징을 중심으로 해석하는 방법 |
| 기준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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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반영된 시대적 상황을 중심으로 해석하는 방법 |
| 기준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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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과 작가의 관계를 중심으로 해석하는 방법 |
| 기준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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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읽고 독자가 받은 영향을 중심으로 해석하는 방법 |
(2) 자신이 선택한 방법에 따른 근거를 마련하여 이 소설을 해석해 보자.
(3) (2)에서 해석한 내용을 친구들과 서로 나누어 보고, 그 근거가 적절한지 판단해 보자.
친구의 해석과 근거 | 근거의 적절성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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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퐁스 도데의 작품 성향을 바탕으로, 마을 사람들이 ‘코르니유’ 영감을 돕는 행동을 그 당시 프로방스 주민들이 지닌 순수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작품 안에 담아낸 것이라고 해석하였다. | 작가가 이 소설에 담아내려고 했던 프로방스 주민들의 면모를 근거로 마을 사람들의 행동을 타당하게 해석하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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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다양한 해석을 비교하며 문학 작품을 감상하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써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