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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과 충돌한 작은 배 (펌)

작성자강구만|작성시간20.05.03|조회수174 목록 댓글 0

마야콥스키는 권총으로 자살한다. 1930년 37살의 나이였다. 그의 시를 보면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속 인물들이 현신한 듯하다. 토막난 단어들, 거칠고 동적인 시어, 부딪혀 깨지는 파편들. 미성년의 돌고루키나 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 또는 백치의 이폴리트의 모습들이 산재한다. 반항적이고 미성숙해 보이기도 하고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재능도 가지고 있다. 젊은 만큼 대단히 단호하고 직선적이기도 하다. 때로는 엄청난 비약으로 세상의 치부를 후려갈긴다. 그런 치부의 종족인 나는 그래서 뺨이 얼얼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이런 시인의 단호함과 직선의 성질은 특히 삶이 곪아 터진 시기에 우주적으로 뻗어나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작은 배는 세속에 충돌”한다. 곳곳에서 사람들은 자기기만 속에서 떠들고 웃는다고 느낀다. 시인 앞에서 일상은 언제나 절뚝거리고 허우적거린다. 여전히 낡은 관습에 따라 어디론가 한쪽 발을 질질 끌며 걸어간다. 시인은 세상에 충돌하며 부서지는 자기를 본다.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시간이 자기 앞에서 녹아 없어지는 것을 비아냥거리듯 바라본다.

도시에서의 삶은 시인으로 하여금 사람들이 낯선 것에 대해 얼마나 무기력한가를 느끼게 한다. 때로는 너무나 일상적인 것들이 사람들의 삶을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어 주지만, 때로는 빈번히 느끼는 관습의 무기력증으로 인해 스스로 자멸하기도 한다. 그런 상황을 시인은 자신의 파멸이 얼마 남지 않음으로 받아들인다. 차라리 엄청난 변화의 시기가 계속되었더라면 시인은 스스로를 파괴시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직선의 삶으로 뻗어나가는 시어들은 삶의 완만함에서 오히려 열정을 잃어가고 견디기 힘들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평범한 삶은 축복이지만, 소수의 사람들에게는 일상성이 저주가 된다. 시인은 자신의 열정이 꺼져감을 느끼며 몽환적으로 자신을 파괴하려 한다.

헛되고 또 헛되이

도시의 바벨탑을 세우면

진노한 신은

도시를

납작한 땅으로 뭉개버리고

언어를 산산이 흩뜨려놓는다.

거리는 묵묵히 고통을 헤쳐갔다

목구멍에서 기둥 같은 비명이 치솟고

통통한 택시와 앙상한 마차가

목구멍에 걸려 버둥거렸다

거리의 가슴은 행인에게 짓밟혀

결핵 환자의 가슴보다 더 납작해지고

도시는 암흑으로 도로를 차단했다.

(......)

현대의 종족은 나를 우롱한다

길고 지루한

음담패설처럼

그러나 나만은

시간의 산을 넘어오시는 분

그 누구도 보지 못하는 분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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