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내적이면서 난폭하지만 말해지지 않는 비밀이 있다. 나를 짓누르는 무엇인가가 언제나 어깨 위에 있다. 그것이 삶의 무게인지 고통의 무게인지 이도 저도 아닌 인간 본질의 숙명인지 알지 못한다. 무게가 없는 비물질성의 유령, 그런데도 납덩이처럼 무거운 그것이 밤이고 낮이고 짓누른다. 내가 만든 이 유령은 하나의 정체성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나와 나 아닌 어떤 존재가 나와 함께 존재한다. 나라는 현실이 사실은 현실과 허구 사이에 존재하는 어떤 것이기 때문일까?
고야의 작품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14개의 Black Paintings 중의 하나인데, 제목이 <두 노인> 혹은 <두 수도사> 혹은 <노인과 수도사> 등 여러 가지로 붙여진다. 하지만 눈으로 보기에도 실제로는 한 명이고, 등 뒤에서 귀에 뭔가를 속삭이는 듯한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 악령 아니면 괴물이다. 혹은 불같이 뜨거운 동물 한 마리가 사람의 어깨에 걸치고 등에 달라붙어 아가리를 귀에 대고 헐떡이는 모습이다. 그는 둘이 아니라 혼자이다. 이 괴물의 정체는 무엇일까? 어둠 속에서 인간은 마음속에 있는 가장 깊고 가장 고독한 것과 소통하는 것일까?
고야가 70대 중반쯤에 완성된 작품인데, 고야는 그때 이미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대단히 심약한 상태였다. 그가 1819년에 구입한 집의 벽에 <귀머거리 집>이라는 형태로 검은 그림 연작을 그릴 때 완성된 것이다. 앞에 있는 사람은 턱수염이 대단히 길고 키가 크며 지팡이에 의지해 있다. 이 사람은 누군가의 해석에 따르면 시간의 신 크로노스라고도 한다. 뒤에서 괴물이나 동물처럼 생긴 형상이 크로노스를 향해 귀에 대고 소리친다. 크로노스가 고야의 작품 속 은유라는 점에서 본다면, 크로노스가 귀머거리라는 사실을 괴물이 알고 있어서 그렇게 아우성인 것일까? 앞사람이 크로노스로 해석된다면, 뒤에 붙어 소리치는 괴물은 우리 인간으로 해석된단 말인가?
크로노스로 해석되는 앞사람은 사뭇 진지하면서도 비감 어린 느낌의 얼굴이다. 철학자의 얼굴로 보이기도 한다. 뒤에 매달려 있는 괴물 형상은 고야의 카프리초스 연작(Caprichos and Disparates)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기괴한 괴물의 형상이다. 원래 고야의 검은 그림 연작들은 누군가에게 보여 줄 목적으로 제작된 작품들이 아니라고 한다. 오로지 자신이 볼 목적으로 자신의 느낌에 따라 제작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귀머거리 집>의 일층에,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 Judith and Holofernes> 작품의 맞은편에 배치되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Two Old Men / Two Monks, Goya, 1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