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기업도 엄연히 기업… 고객 마인드 갖춰라”
“남의 말 듣는 게 싫었습니다. 직장생활도 체질에 안 맞았죠. 개선점을 내도 반영되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고, 툭하면 ‘나이도 어린 게 뭘 아느냐’는 식이었죠.”
김유식(33) 디지털인사이드 대표는 창업은 어려서부터의 꿈이었다고 말했다. 만화가 이상무의 독고탁 시리즈를 봐도 주인공 독고탁보다 상대역으로 나오는 준의 아버지-재벌 그룹 회장에게 더 끌렸다고 말했다.
학생시절 PC가 마냥 좋았던 그는 용산전자상가를 제집 드나들 듯했고, PC 통신과도 쉽게 친숙해졌다. 하이텔에 노트북 사용기를 꾸준히 올린 게 계기가 돼 하이텔 측의 제의로 노트북 정보 사이트(www. nbinside.com)를 만들었고, 이때 디지털 카메라 정보 사이트(www.dcinside.com)를 함께 개설한 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네티즌들이 몰려와 게시판을 뜨겁게 달군 것. ‘아 ’라는 조어의 산실이 바로 이 사이트다. 주수입원은 광고 제휴와 네티즌을 상대로 한 전자 기기 공동구매 대행.
디지털 인사이드는 1인기업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직원 수가 50명에 이른다. 김대표는 1인기업이라고 해서 대표가 좌지우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전 직원이 보조를 맞춰 한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일방적으로 지시하기보다 리더로서 이끌어야 한다는 것. 직원 수가 지금의 절반쯤이었을 때의 일이다. 당시 그는 투자를 받기 위해 주로 밖에서 뛰고 있었다.
하루는 한 후배가 찾아왔다. 외근중인 그를 기다리던 후배는 그날 그에게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자리를 비운 동안 회사 분위기를 파악한 후배는 직원들과 스킨십을 강화하라고 충고했다. 어느 날 기회를 보아 그가 직원들에게 술 한잔 하자고 운을 뗐다. 오래 함께 일한 여직원 둘이 따라나섰다. 그 후 두 달 동안 그는 매일 사무실에서 간식거리를 풀었다. 라면을 끓여 대고 새우도 구워 날랐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오늘은 간식이 없다”며 나가서 술이나 한잔 하자고 권했다. 직원들이 다 따라 일어섰다. 그는 그날이 어떤 전기였다고 말했다. 경쟁 사이트가 문을 닫은 탓도 있지만 그날 이후 방문자 수가 크게 늘었다는 것. 내부 결속의 효과가 시장에서의 성과로 나타난 것이다.
“사업가라면 밤 10시께 지인들에게 다짜고짜 전화를 걸어 한잔 하자고 했을 때 다섯 사람은 모을 수 있어야 합니다. 1인기업도 엄연히 기업입니다. 독단으로 흐르기 쉽지만, 독단적인 성격으로는 이끌 수 없죠.”
그가 디카 사이트를 개설한 것도 담당자의 건의를 수용한 결과였다. 당초 그는 캠코더 등을 취급하는 사이트를 만들어 보라고 지시했다.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어낸 지난 대선, 그 후의 탄핵정국 등은 이 사이트가 급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기업가로서 ‘운 7 기 3’을 받아들인다고 했다. 능력이나 노력보다 사업 운이 기업의 성장을 좌우했다는 것.
김대표는, 함께 일하는 50명의 직원 가운데 1인기업가로서의 적성을 보이는 사람은 한 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자율성, 책임감, 활발한 의견 개진…. 그가 꼽는 직장 속 1인기업가의 자질이다. 기업가 정신이야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디지털 인사이드의 최대 주주로 지분율이 33.9%인 그의 보유 주식 평가액은 약 40억 원. 직원들에게까지 공개한 그의 연봉은 그러나 2,800만 원이다. 올해 이 수준으로 올리기 전까지는 3년 동안 1,800만 원을 받았다고 했다. 8평짜리 원룸에 살면서 승용차는 아버지 것을 쓰고 있다.
인터넷은 김대표의 삶의 터전이다. 그는 그동안 벌어들인 돈의 99%를 온라인을 통해 벌었다고 말했다. 그에게 인터넷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다. 인터넷 이용자들이 던져 주는 아이디어를 받아들였고, 그들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따라 움직였다. 애초 기획한 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야말로 인터넷 비즈니스의 본질이라고 그는 말했다. 업계의 예측은 번번이 빗나갔다는 것. 그런 만큼 고객은 무조건 옳다고 말한다. 바로 고객 마인드다. 그는 고객의 요구대로 끌고 가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했다.
“인터넷 기업은 슬램 덩크를 할 때 왼손 같은 구실을 해야 합니다. 농구에서 슬램 덩크를 할 때 왼손은 단지 거들 뿐이죠. 인터넷 비즈니스가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거들어야 해요. ‘내가 인터넷을 몇 년 했는데…’라는 생각은 절대 금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