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이여진 작, 최원종 연출의 <트라우마 수리공>
공연명 트라우마 수리공
공연단체 극단 명작옥수수밭
작가 이여진
연출 최원종
공연기간 5월9일~12일
공연장소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관람일시 5월9일 20시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이여진 작, 최원종 연출, 차근호 예술감독의 <트라우마 수리공>을 관람했다.
무대는 배경 막 가까이 높고 낮은 고층건물의 옥상이 연결되어 있다. 건물의 왼쪽 뒤편으로 옥상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고, 오른쪽 옥상으로 오르는 계단은 건물 중앙부분에 있고, 객석에서 계단의 측면만 보인다. 두 계단은 조명이 비추었을 때만 관객의 눈에 보인다. 무대 좌우에 등퇴장 로가 있고, 전화박스 형태의 대도구를 사용해, 꿈의 제조기와 사람을 가둔 밀폐공간으로 사용된다. 장면에 따라 사각의 입체조형물을 배치해 의자로 사용한다.
귀에 익은 노래 "You are my sunshine"을 출연자들이 기타를 연주하며 부르기도 하고, 같은 노래를 “Anne Murray"의 노래나 ”Mitch Miller"합창단의 노래로 들려주기도 하고, 쇼팽의 피아노곡을 배경음악으로 깔거나, 현재 우리나라 젊은 가수들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연극은 도입에 금발의 성매매 여인과 역시 금발의 소녀들에게 둘러싸여 헤어나지 못하는 친구의 꿈속으로 들어가 주인공 청년이 친구의 황음(荒淫)을 치유(治癒)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친구는 조카를 부탁하고, 청년은 종이컵으로 탑 쌓기 놀이를 하는 친구의 조카인 소녀를 찾아간다. 소녀는 꿈속에서 낚시를 하는 아버지와 만나 고기를 잡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바로 그 장소에서 테러리스트인 아버지가 경찰에 포위된 결정적인 순간, 낚시터로 연상되던 고층건물에서 투신해 자살하는 충격적인 장면이 벌어진다. 청년은 소녀의 꿈속에 등장해 참혹한 기억을 치유하려 애쓴다. 청년의 과거가 소개가 된다. 남성편력이 많은 어머니와 청년까지 한 명의 남성으로 대하는 어머니의 포옹에서 벗어나, 그러한 어머니 때문에 번민하고, 어머니를 치유하려는 열의가 노출되기도 한다. 청년은 꿈 치료로 소문이 난다. 그리고 친구가 소개한 기업가인 회장의 꿈을 재생시키고 치유해 줌으로써, 회장은 청년에게 동업을 제의한다. 꿈으로 많은 사람의 고통과 번뇌를 치유하는 사업을 벌이자는 계획이다. 청년은 그러한 황당한 사업에 반대의사를 표하지만, 반 강제로 이끌려 들어가게 된다. 꿈 치료 사업은 성공해 고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게 되지만 청년은 연구실에서 감금상태로 꿈 작업을 계속하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친구가 소식을 듣고 청년이 있는 기업체를 찾는다. 그러나 꿈 치료를 받으려면 친구라고 예외가 없다. 고객이 한 번 치료를 받자면 1천 만 원의 비용과 함께 순번을 1, 2개월이고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친구는 포기를 할까 망설이다가 돈을 지불하고 청년을 만나기로 약정한다. 드디어 친구와 청년과의 조우가 이루어지고, 감금상태에서 반 폐인이 되다 시피 한 청년을 만난 친구의 놀라움은 크다. 그리나 꿈 치료가 시작되고, 친구가 금발머리 소녀들에게 둘러싸여 황음에 빠졌던 시절이 재현되면서 친구의 조카 역시 성매매 여인으로 변하고, 조카 아버지 대신 청년과 조카가 낚시를 하는 장면이 연출된다. 그러나 고공에서 조카의 아버지 대신 청년이 투신을 하는 충격적인 장면과 함께 암전이 된다.
대단원에서 금발머리 소녀들이 등장하고, 리본체조를 하는 인물들과 청년이 그들 틈에 끼어 함께 리본을 휘두르며 율동하는 모습이 한 동안 계속되다가 청년이 혼자 남아 능숙하게 리본체조를 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화가들은 귀신이나 도깨비, 또는 용을 그리는 것보다 개나 고양이를 그리기가 어렵다고들 이야기한다. 개나 고양이는 우리 주변에서 늘 상 볼 수 있어 잘못 그리고 잘 그리고를 금방 식별할 수 있지만, 귀신이나 도깨비는 볼 수 없기에 대충 그려도 나무라지 않기 때문이다.
연극도 마찬가지다. 리얼리즘 연극은 우리의 생활 속에 펼쳐지는 인생사를 바탕으로 극적구성과 내용을 적나라하게 펼쳐나가기에 장단점이 극명하게 노출되지만, 공상과학연극이나 비현실적인 극은 그 반대라 극구성과 내용전개가 엽기적이고 외설적이라도 나무라지 않고, 극에 눈요기 감을 마냥 첨가해도 그저 쇼 쇼 쇼를 구경하듯 즐길 뿐 비판을 않는 게 대부분이다.
물론 공상과학물 중에서도 “줄 베르느”의 소설에서처럼 <해저 2만 리>라든가 <지저탐험>, 그리고 <팔십일 간의 세계일주>가 후에 “노치라스 호”라는 원자력 잠수함 탄생의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공상과학물은 오락물로 마무리가 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연극은 관념 극이나 공상과학물도 있어야 하겠지만, 현실 극이 있어야 한다. 특히 서울연극제에서는 우리 생활주변에 널려있는 우리의 자화상 같은 리얼리즘 극이 절실히 요구되고, 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정미, 승의열, 김동현, 정선철, 백선우, 유재돈, 김정란, 노여주, 정소영, 김설빈, 박윤서, 박민지, 이소아, 배보경, 김은정 등 출연자들의 호연과 노래, 그리고 율동은 관개의 갈채를 받는다.
예술감독 차근호, 무대 심채선, 조명 최보윤, 의상 한복희, 음악 김건호, 사진 이지락, 포스터디자인 우민혁 등 스텝 모두의 기량이 돋보여,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이여진 작, 최원종 연출의 <트라우마 수리공>을 창의력이 돋보이고, 연출기량이 드러난 우수작이자 걸작연극이라 평하겠다.
5월9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