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변호사 제도가 필요한 이유
김기창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변호사
로스쿨을 졸업한 신규 법률인력에 대한 적절한 실무훈련 제도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변협은 2년
간 수습변호사로 근무한 인원에 한하여 변호사 등록을 허용하자는 제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제안의 구체적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혹시 이 제안이 변호사 진출의 추가 장벽으로 작동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우려하는 이도 있다.
변협의 제안이 결국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될지 알 수는 없으나, 수습변호사 제도에 대한 몇 가지 오해가 제거돼야 할 필요는 있
다. 신규법률가의 실무훈련과 업무 수행 형태에 대한 논의가 불필요한 의혹과 제안 내용에 대한 오해 때문에 소모적 갑론을박으로
그치는 사태는 모두에게 불행할 것이다.
첫째, 수습변호사는 현재의‘사법연수생’과는 전혀 다르다. 사법연수생은 변호사로 근무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으며, 실제 사건
을 처리하는 경험을 쌓을 기회도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수습변호사는 선임 변호사의 감독하에 실제로 사건을 처리하며 변
호사와 동일하게 풀타임으로 근무한다.
둘째, 수습변호사는 수습기관에 일방적으로 ‘배정’되거나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수습기관에 취업하는 형태로 수습근
무계약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의 사법연수생들은 2년 간의 연수 기간을 거친 다음에 ‘취업’관문을 맞이하거나 단독 개업 결정을
하게 된다. 수습변호사 제도는 현행 제도가 강요하는 이러한 취업 유예기간을 없애고 취업 시기를 2년 앞당기는 반면, 단독 개업
은 수습근무 기간을 거친 후에 허용하는 제도이다.
셋째, 사법연수생을 대상으로 현재 실시되는 ‘전문분야 실무수습’은 기간도 너무 짧고, 실제로 급여를 받고 근무하는 형태도
아니다. 연수생을 일방적으로 배정받는 수습기관의 입장에서는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잠시 거쳐가는 데 불과한 연수생에게
본격적으로 일을 맡기기는커녕 사무실 공간을 제공하는 것조차 부담스럽다. 연수생들 또한 사법연수원 시험 준비에나 골몰하는
것이 흔한 실정이므로 결국 이 제도는 당사자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며, 실효성도 거의 없다.
그러나 수습변호사 제도는 이와는 다르다. 수습변호사를 채용하는 주체(대부분의 경우 변호사 사무실일 것이다)는 자기 조직
의 신규 채용 인력 수요를 감안하여 수습변호사를 채용하여 2년간 고용하고, 특별한 결격 사유가 발견되지 않는 한 수습계약 기간
종료와 동시에 확정적으로 채용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요컨대, 수습변호사 제도는 신규 변호사를 채용하는 과정의 일부로
이해되어야 한다(일반 기업도 신규 직원에 대하여는 선임자가 일을 가르치며 일을 시킨다).
넷째, 수습변호사도 자기 이름으로 사건을 수임하고 변론을 수행할 수 있다. 다만 ‘수습변호사’임을 명시하여야 하고, 단독 개
업이 허용되지 않으며, 선임 변호사의 지휘·감독하에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점이 일반 변호사와 다르다.
이런 점들을 이해한다면, 수습변호사 제도는 변호사 업계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로스쿨을 마친 자들이 법률 업
무 수행을 개시하는 시점을 오히려 앞당기는 제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여 건을 감안할 때 연간 2,000명 가량의
수습변호사 자리가 과연 확보될 수 있을까?
수습변호사의 연봉은 현재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취업하는 변호사들이 기대하는 연봉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으로 형성될 수 있
다. 사법연수생 급여의 약 1.5배에 해당하는 연봉 약 3,000만 원 수준을 지급하고 2년간 풀타임으로 근무하는 전문 법률인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면, 더욱 많은 채용 주체들이 수습변호사를 채용하기를 원할 것이다. 영국의 경우, 수습변호사 연봉은 변호사 초임의 2/3 수준에서 형성되어 있으며, 런던의 주요 로펌 법률인력의 20% 가량은 수습변호사로 구성되어 있다. 채용주체로서는 저렴한 법률인력을 효과적으로 사용함으로써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사법연수생에게 고급공무원 신분을 부여하는 현재의 불합리한 제도가 폐지될 경우 수습변호사의‘사회적 위상’또한
지금과는 다르게 현실화될 것이므로, 변호사에 대한‘처우’문제 때문에 지금껏 고용을 꺼려왔던 중견 기업이나 지방 정부 등도 수
습변호사를 채용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선임 변호사가 없는 채용주체도 소규모 법률 사무소와 협약을 체결하여 공동으로 채용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문호
를 개방할 필요가 있으며, 이 점은 우리 사회에서 변호사의 진출 영역 확대를 위하여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현재 상근 변호사가 없는 대한상사중재원은 단독 개업 중인 중견 변호사와 공동으로 수습변호사를 채용하여, 2년의 수습계약 기간 중 일부는 중견 변호사의 사무실에서 근무하도록 하고, 나머지 기간은 상사 중재원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의‘공동 채용’제도를 적극 권장할 필요가있다. 변호사의 업무가 오로지 송무에 집중해 있는 현 상황에서는 연간 1,000명의 변호사도 많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변호사로 되는 순간부터 당장 고액의 연봉과 높은 사회적 지위가 부여되어야한다는 그릇된 전제가 해소되면 달라질 수있다.
수습변호사 제도는 낮은 수준의 연봉으로 고용할 수 있는 전문 법률 인력이 우리 사회에 최초로 등장하는 과정을 적절한 수준에서
제도화함으로써, 급격한 변화의 초기 과정에서 생겨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변호사의 진출 영역확대를 촉진하여 새로운
제도가 빨리 정착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로스쿨 3년 과정을 마친 자들에게 제약 없이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기만 하면‘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
없는 낙관론에 불과하다.‘ 시장만능론’은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합리적이고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전제가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법률 서비스의 성격상 소비자가 그 품질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합리적 선택을 하
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무런 실무훈련을 받지도 못한 변호사들이 대량으로 단독 개업하는 사태는 부적절하다. 일본과 같은 방식의 1년 연수 프로그램
(현행 사법연수 프로그램을 축약한 형태)을 운영한다고 해서 진정한 의미의‘실무 훈련’이 가능해지는 것도 아니다. 현행 사법연수
프로그램은 1년을 하건 2년을 하건, 실제로 사건을 처리하는 훈련을 본격적으로 받을 기회를 제공해 주지는 않는다.
이른바‘연수’라는 미명하에 1년 또는 2년 간 업무 수행과 취업 시기를 무의미하게 연기하는 데 불과하다. 만일 그 연수 과정을
필기 시험으로 평가하여 계량화하는 경우에는 또 다시 시험 준비에만 모든 관심과 노력이 집중되도록 강요하는 최악의 선택이 될
것이다. 시험은 그만큼 쳐 봤으면 되지 않았을까?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음_리 작성시간 08.11.30 로스쿨 지원자중 졸업후 바로 개업을 원하는 이는 거의 없을 겁니다. 그리고 2년정도의 수습기간을 인내못할만큼 성격 급한 사람도 별로 없으리라 봅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공포에 있는듯 합니다. 과연 그 많은 수습변호사를 현직 변호사 고작 8천여명의 한국법률 시장이 효과적으로 포섭해낼 수 있을까요. 그들의 지위와 급여는 과연 기대한 수준에서 타협될 수 있을까요. 이상론이야 근사하지만 당장 12월 5일 합격자들이 쏟아지기 시작하면 아우성댈 겁니다. ``누가 그것을 책임질 것입니까.'' 그리고 이런 주장대로라면 이론과 실무를 3년내에 끝낼 수 있다고 떠들어대던 로스쿨의 자신감은 허풍에 불과한 것이 되겠죠.
-
답댓글 작성자음_리 작성시간 08.11.30 공포를 잠재우는 몇가지 방안이 있죠. 이를테면 사시정원을 예상보다 더 빨리 줄이거나, 공직에 대한 로스쿨 졸업생의 접근성을 높이는 조처를 약속하거나. 최소한 수습에 의해 실제 변호사 자격이 결정될거라면 변호사 시험은 약화되거나 없어져야 되겠죠. 어느 것이나 쉽게 될 법한 사안이 아님은 주지의 사실일 겁니다. 대한민국 변호사는 얼마나 대단하기에 이처럼 많은 ``질유지 장치''가 필요한지. 로스쿨 인가규제, 정원규제, 변시에의한 규제 ... ``결국 로스쿨 3년은 신림동 3,4년에 대응되는 시기이고, 연수원 2년처럼 수습 2년은 유급에 더 실무에 충실한 교육이다.''라는 말은 절대 로스쿨 교수 입에서 나올말은 아닌듯 하네요.
-
작성자浣花草堂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08.11.30 로스쿨 교수조차 졸업 후 일정한 실무 수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다니... 이론과 실무를 3년내에 끝낼 수 있다고 떠들어대던 자신감은 허풍이었기에 로스쿨 입학생 제군에게 미안하구나...
-
작성자짱공유~ 작성시간 08.11.30 휴..밥그릇 뺏겨서 매우 미안하구나..우리 로스쿨 합격자들 대동단결하여 우리의 권리를 얻어냅시다. 이제는 아주 변호사 출신 교수들까지 밥그릇 뺏겨서 왕왕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