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율촌의 강효영(54) 시니어 외국변호사는 국제변호사다. 그것도 한 나라가 아닌 미국·영국·홍콩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보통 2주치 스케줄이 꽉 찬다. 틈만 나면 e-메일을 체크하고 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폰은 늘 그의 손을 떠나지 않는다. 그의 주요 업무는 국제자본시장·해외 투자·M&A 등에 관해 법률적 조언을 하는 것이다. 이미 한국 기업의 해외 채권 발행과 해외 투자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력만 살펴봐도 화려하다. 그런데도 그는 “훌륭한 변호사는 갑이 아니라 을”이라고 말한다. “변호사는 늘 클라이언트(의뢰인)에 대해 을이다. 그래서 을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대학을 졸업한 뒤 필리핀에서 2년간 평화봉사단 활동을 했다. 그때의 경험이 변호사 생활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이후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갔다. 3년 로스쿨 생활 중 1학년이 제일 힘들었다. 스트레스 때문에 위궤양에 걸렸다. 그는 “어려움을 겪어야 그만큼 보람이 더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국제변호사로 활동하다 홍콩으로 건너간 그는 영국계 앨런&오버리에서 근무하면서 홍콩변호사 시험에 통과했다. 홍콩변호사 자격증이 있으면 영국변호사 시험을 볼 자격이 돼 내친 김에 영국변호사 자격증을 땄다. 그는 “글로벌 사회에서 국제변호사는 자신의 꿈과 능력을 펼 수 있는 직업이다. 능력 있는 학생들이 국제변호사를 많이 지망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외국어와 문화에 정통해야=우리나라에서 ‘국제변호사’라는 자격은 따로 없다. 일종의 관용어다. 외국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 법무법인에선 ‘미국변호사’와 같이 변호사 자격을 딴 국가와 함께 쓰거나 ‘외국변호사’라는 직함을 사용한다.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제변호사 중 대부분은 미국변호사다. 국제 계약에서 영미법이 글로벌 스탠더드이기 때문이다. 미국변호사 자격은 미국 전체가 아니라 자격증을 취득한 주(州)에서만 인정된다.
미국변호사가 되려면 일반대학을 마친 뒤 로스쿨에 진학해야 한다. 로스쿨은 1년제인 LLM(Master of Law), 3년제인 JD(Juris Doctor) 과정, 본격적인 법학박사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 JSD(Doctor of the Science of Law) 등의 과정이 있다. LLM은 법 관련 학사학위를 가지고 있을 때 석사학위를 받거나 변호사시험을 치르기 위한 과정이다. 미국인보다는 외국인이 대부분 활용한다.
로스쿨 입학에선 대학 성적과 LSAT(Law School Admission Test)라고 불리는 시험성적이 크게 반영된다. 논리력이 좌우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밖에도 로스쿨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 지원자가 예전부터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를 중요하게 반영된다.
미국 법조계에선 학벌을 무시 못한다. 초봉도 학교 순위에 따라 뚜렷한 차이가 있을 정도다. 강 변호사는 “좋은 변호사가 되려면 좋은 훈련을 받아야 하고, 좋은 훈련을 받으려면 좋은 로펌에 들어가야 하는데, 좋은 로펌에 들어가려면 좋은 학교를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로스쿨 졸업 뒤 변호사 자격시험(bar exam)을 통과하면 미국변호사로 활동할 수 있다.
국제변호사가 되려면 해당 국가의 언어와 문화에 정통해야 한다. 강 변호사는 “영미법은 판례 위주이기 때문에 단어나 표현의 미묘한 차이를 잘 알아야 한다. 영어에 자신이 없으면 아예 생각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많다’라는 표현도 수많은 판례를 통해 정리가 됐다. significant < material < substantial < majority < substantially all 식으로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변호사가 되는 게 해당 국가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도 힘든 것이 사실이다. 또 클라이언트를 직접 만나거나 상담을 하는 데 필요하기 때문에 해당 국가의 문화나 관습에도 정통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 속에 전망 밝아=보통 국제변호사는 로펌이나 기업에서 일한다. 국제변호사를 필요로 하는 곳이 늘고 있는 추세다. 한국 경제가 세계화하면서 다른 국가 또는 타국 기업과 법률적 분쟁이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성이 없는 변호사는 법률시장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국제변호사도 자격증 이외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갖고 있어야 한다. 적성을 고려해 전문 분야를 처음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는 게 좋다.
국제변호사는 보통 국내 변호사에 준하는 수준의 대우를 받는다. 한국 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변호사 종사자 1년 평균 임금은 8483만원. 또 미국 로펌의 초임 연봉은 7만 달러(약 9300만원) 정도다. 하지만 경력이나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하버드나 예일과 같은 유명 로스쿨 졸업자 중 성적 우수자는 초봉으로 20만 달러(약 2억7000만원)까지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