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샤는 현대판 W-W포메이션인가? (The Question: Are Barcelona reinventing the W-W formation?)
Barcelona players celebrate yet another goal. Photograph: Manu Fernandez/AP
축구는 팀 스포츠다. 여기서 선수 하나가 전진하면 저기서는 다른 선수가 물러나줘야 한다. 한 선수에게 보다 공격적인 역할을 주문하려면 다른 선수에게 보다 수비적인 임무를 부여해야 한다. 원 톱 시스템의 득세로 인해 백쓰리가 공격적인 포메이션, 혹은 균형 잡힌 포메이션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자 – 수비적인 포메이션으로는 유효하다 – 감독들은 수비적인 균형을 잃지 않으면서 공격적인 풀백을 운용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봉착했다.
바르셀로나와 같이 주발반대배치 윙 어를 활용하는 팀들에게 있어 이 문제는 특히나 중요하다. 공격적인 풀백이 사이드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데 머무는 게 아니라, 측면 공격수들이 중앙으로 파고든 사이드 지역에서 풀백 홀로 주 기능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에는 바르셀로나의 다니 알베스(Dani Alves) 같은 풀백이 없었다는 사실은 메씨(Lionel Messi)가 국대에서 클럽보다 위협적이지 않았다는 걸 일부 설명해 준다. 바르셀로나에서는 메씨가 우측에서 중앙으로 파고 들었을 때 알베스가 우측 면으로 전진하기에 상대팀 풀백이 메씨를 따라 중앙으로 들어가 메씨의 주발이 아닌 오른발을 사용하도록 강제 할 수가 없다. 설령 풀백이 메씨를 따라 들어오면 사이드에 있는 알베스에게 볼을 톡 패스해 주면 될 뿐이다. 그러니 상대팀 풀백은 메씨와 알베스 양쪽을 다 신경 써야 하고, 메씨는 풀백을 상대로 주발인 왼발을 사용해 위협적인 공격에 나설 시간과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페드로(Pedro)가 우측에 있어도, 다비드 비야(David Villa)가 죄 측에 있어도 마찬가지다. 바르셀로나 측면 공격수들은 항상 중앙으로 파고 들어오며 대각으로 열린 공간을 맘껏 활용한다. 측면에 오버래핑한 풀백이 있어 이런 움직임이 더 용이함은 물론 이다. 전통적으로는 풀백 하나가 전진할 경우 반대쪽 풀백은 뒤에 남아 백포가 사실상 백쓰리처럼 기능하곤 했다.
허나 바르셀로나는 종종 양 풀백을 모두 전진 시키곤 했다. 상대팀이 자주 뒤에 웅크리고 앉아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모험적인(risky) 전략이다. 양 측면을 폭넓게 사용하여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재빨리 볼을 전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상대팀 수비를 붕괴 시킬 수 있다. 물론 역습에 대비한 수비진 커버가 필요하기에 부스케츠(Sergio Busquets)가 뒤에 남아 센터백처럼 기능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시스템이 뭐 그리 독창적인 건 아니다. 다이아몬드 미드필드를 사용하는 대부분 팀들이 이와 유사한 시스템을 사용했다. 샤흐타르(Shakhtar Donetsk)의 양 풀백 스르나(Dario Srna)와 라트(Razvan Rat)는 수비형 미드필더 레반도프스키(Mariusz Lewandowski)가 뒤로 깊이 내려왔기에 마음껏 전진할 수 있었다. 첼시에서는 스콜라리(Luiz Felipe Scolari) 감독이 미켈을 세 번째 센터백으로 두는 진형을 종종 시용했다. 바르셀로나 역시 2008~09시즌 챔피언스 리그 우승 시즌에 아야 투레(Yaya Touré)가 뒤로 내려와 센터백처럼 기능하는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차이는 그 정도에 있다. 나는 남아공 월드컵이 열리기 전 멕시코와 잉글랜드의 평가전을 보며 변화의 기운을 감지했다. 경기를 보며 메모장에 멕시코 포메이션을 그리려 했는데 처음에는 백포, 아니 백 쓰리, 다시 백포, 아니 백 쓰리 하는 식으로 계속 바뀌는 거였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멕시코는 4-3-3과 3-4-3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으면서, 동시에 둘 다 이기도 하다는 걸. 멕시코는 월드컵 내내 이런 진형을 사용했다.
오소리오(Ricardo Osorio)와 로드리게스(Francisco Rodríguez)는 센터백 조합으로 뒤에 있다. 그리고 마르퀘스(Rafael Márquez)는 이 둘 앞에서 과거 용어인 센터 하프로 뛰고 있었던 거다. (역주: 현재의 잉글랜드에서 센터하프는 센터백의 동의어로 사용되고 있지만, 여기서 조나단 윌슨은 초창기 축구에서 사용했던 센터 하프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겁니다) 아길라르(Paul Aguilar)와 살시도(Carlos Salcido)는 공격적인 풀백이다. 고로 수비 라인은 두 개로 구성된다. 센터백 둘과 풀백-센터 하프-풀백, 후아레즈(Efraín Juárez)와 토라도(Gerardo Torrado)가 중앙 미드필더이며 이들 앞에 세 명의 공격진 지도산(Giovani dos Santos), 프랑코(Guillermo Franco), 카를로스(Carlos Vela)가 선다. 이와 같은 포메이션을 정확히 표현하자면 사실 2-3-2-3이 맞다. 즉, 1934년과 1938년에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비토리오 포조(Vittorio Pozzo's) 감독의 이탈리아가 사용한 W-W 포메이션과 같다는 말이다.
포조 축구 (Of the same species as Pozzo)
포조는 1910년대 영국 브래드포드에서 양털 제조업에 대해 공부하다 축구를 처음 접했다고 한다. 축구에 반해 버린 포조는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요크셔와 랭커셔 전역을 여행했고, 마침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이 되었다. 포조가 맨유에서 특히 좋아했던 건 당시 맨유의 전설적인 하프백 라인 딕 덕워스(Dick Duckworth), 찰리 로버츠(Charlie Roberts), 알렉 벨(Alec Bell)이었다. 셋 모두 센터하프였는데 포조는 이 중에서도 특히 찰리 로버츠처럼 윙에게 롱패스를 날리는 플레이를 선호했다. 1924년 포조가 이탈리아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임명되었을 때 그는 맨유를 보면서 선호했던 플레이를 시도하기 위해 로마의 영웅 베르나르디(Fulvio Bernardini)를 주전에서 제외시켜 버렸다. 베르나르디는 볼을 전방에 배급하는 패서가 아니라 볼을 직접 몰고 가는 운반 자였기 때문이다
포조는 자신의 친구이자 아스날의 전설적인 감독 허버트 채프먼(Herbert Chapman)이 만든 W-M 포메이션 역시 증오했다. 채프먼은 1925년 행해진 오프 사이드 룰 개정에 맞추어 센터하프를 상대팀 센터포워드를 막는 스토퍼로 변모시켰기 때문이다. 당시 아스날에서 이에 해당하는 선수는 허비 로버츠(Herbie Roberts)였다. 물론 포조는 바뀐 룰 하에서 센터하프가 어느 정도 수비적인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는 건 분명히 인지한 상태였다.
포조가 생각하는 센터 하프 역할에 완벽히 들어맞는 선수가 있었으니 루이지토 몬티(Luisito Monti)였다. 몬티는 1930년 월드컵에서 이미 아르헨티나 대표로 뛴 비 있지만, 1931년 유벤투스로 이적한 이후로는 이탈리아로 국적을 바꾸게 된다. 오리운디(oriundi)라는 개념으로 이탈리아 혈통의 남니 선수가 모국으로 돌아왔을 경우 모국 대표팀에서 뛰는 걸 뜻한다. (역주: 최근의 예로 카모라네시가 대표적이지요) 당시 이미 30살이었던 몬티는 과체중 상태였고, 한 달동안 혹독한 훈련을 시켰음에도 움직임은 여전히 빠르지 않았다. 허나 체력은 돌아왔고, 그라운드 전역을 커버하면서 도블레 앙코(Doble ancho, 영어로는 Double wide)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다.
몬티는 센트로 메디아노(centro mediano, 영어로는 halfway house)가 되었다. 이는 맨유 찰리 로버츠가 했던 역할이 아니었고, 아스날 허비 로버츠가 했던 역할도 아니었다. 팀이 볼 소유권을 내주었을 대는 아래로 내려와 상대팀 센터 포워드를 마크하다가, 팀이 볼 소유권을 회복하면 앞으로 전진해 공격의 시발점이 되곤 했던 거다. 세번째 센터백이 아님에도 수비시 기존의 센터백 들보다 더 아래로 내려왔기에 팀 내 인사이드 포워드 둘은 아래로 내려와 윙 하프 둘을 도와주어야 했다. 즉 이탈리아의 진형은 2-3-2-3, 혹은 W-W가 된 거다. (역주:2-3-2-3에서 각각의 포지션은 다음과 같습니다. 풀백-풀백/ 윙하프-센터하프-윙하프/ 인사이드포워드-인사이드포워드/ 아웃사이드포워드-센터포워드-아웃사이드포워드) 당시 이태리 가제타(La Gazzetta della Sport) 기자 마리오 자파(Mario Zappa)는 이탈리아 대표팀의 성공을 보고 이렇게 썼다. “당대 최고 시스템들에서 핵심 요소만 가져와 종합해 낸 모델”
과거 축구의 반영 (Footfalls echo in the memory)
현대 축구의 진형이 1930년대의 그것과 닮았다고 – 전도서(Ecclesiastes) 1장 9절에 나오는 문구를 말하고자 함은 아니다. “이미 있던 것들이 다시 생기고, 사람들은 전에 했던 일들을 다시 한다.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누군가 묻는다. “봐봐, 이거 정말 새롭지 않아?” 다른 이가 대답한다. “아니 이건 이미 있었던 거야, 그거도 아주 오래 전,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물론 전술이 시대에 따라 돌고 돈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고자 함도 아니다.
다만 과거에 있었던 것들, 과거의 잔재가 여전히 남아서 현대식으로 재 발명되고 재 해석되고 있다는 거다. 멕시코 대표팀처럼 한 명의 홀딩을 사용한 바르셀로나의 진형은 포조 감독 시절 이탈리아 대표팀의 재현이다. 백쓰리를 사용하는 팀들은 원 톱 시스템을 상대해 세 명의 센터백에서 잉여 자원이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해 센터백 중 하나를 미드필더로 전진시켜 활용한다면? 남겨진 수비수들로도 충분히 수비가 가능할 정도로 기술적인 우위를 확보한다면? 아예 센터백 하나를 여분의 미드필더로 활용한다면? 하는 의문들을 가졌다. 바르셀로나와 멕시코가 보여준 건 이와 반대방향의 접근법이다. 센터백을 여분의 미드필더로 활용하는 게 아니라 홀딩 미드필더를 여분의 센터백으로 활용하는 거다.

허나 지금은 과거와 축구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 1930년대 축구에 비해 현대축구의 템포가 휠씬 바르기 때문만은 아니다. 바르셀로나는 볼 소유권을 내주었을 때 수비의 수단으로 무자비한 압박을 선보이는 팀이다. 이는 포조 이탈리아의 월드컵 우승 이후 사반세기가 지나고 나서야 나타난 축구다. 지난 시즌 에미레미츠(Emirates) 원정에서 바르셀로나는 초반 20분 엄청난 압박을 통해 아스날을 압도했다. 바르샤와 아스날의 차이는 두 팀이 가진 기술적인 레벨이 아니라 압박의 숙련도에서 갈렸다.
마찬가지로 주발반대배치 윙어 역시 포조 시대에는 없었던 개념이다. 당시 구아이타(Enrique Guaita)와 오르시(Raimundo Orsi)는 측면에만 머무르며 엔드라인까지 달려가 크로스를 날리는데 집중했다. 센터 포워드 스키아비오(Angelo Schiavio) 역시 마찬가지다. 중앙에 머무르기만 했지, 아래로 내려오거나 옆으로 벌려주는 움직임은 없었다. 윙 하프 페라이스(Attilio Ferraris)와 베르톨리니(Luigi Bertolini) 역기 상대팀 인사이드 포워드가 전진하지 못하게 막는 데만 집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W포메이션이 가진 기본 배치에서 오는 삼각 패싱 길이라는 장점은 지금도 유효하다. 현대판 루이지토 몬티일 부스케츠(Having Busquets)가 내려와 푸욜(Carles Puyol) 과 피케(Gerard Piqué) 앞에 서는 걸 순전히 수비적인 의도로만 봐서는 안 된다. 이 배치는 (센터백 둘과 부스케츠 사이에 삼각형을 형성해) 바르셀로나가 수비진에서부터 빌드업해 나가는 걸 나가는 걸 용이하게 한다. 4-4-2나 4-2-3-1 포메이션에서는 센터 포워드가 내려오거나 3자리 중앙 미드필더가 부스케츠를 막아서 바르셀로나의 리듬을 흩트려 놓을 수 있다. (맨체스터 시티 감독이었던 케빈 키건(Kevin Keegan) 역시 시비에르스키(Antoine Sibierski)를 아래로 내려 마케레레(Claude Makélelé)를 막게 해 첼시를 저지하고자 했었다) 허나 이를 피해 부스케츠가 더 아래로 내려간다면 공격을 전개할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포메이션 명칭과 관련해서도 시사점이 있다. 1970년대 초 매치 리포트를 종종 보다 보면 현대인의 눈에 70년도 전에 폐기된 2-3-5라는 명칭을 당대 사람들이 계속해서 사용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미래의 세대들은 오늘날 우리 시대를 보며 유사한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백쓰리”보다”백포”가 실제 수비적인 선수는 더 적은데도 왜 “백포”라는 용어를 사용하느냐고 말이다.
우리 모두는 백포에서 풀백은 공격적이며 센터백 둘 이 실제로는 풀백보다 상대적으로 뒤에서 뛴다는 걸 알고 있다. 허나 우리가 사용하는 포메이션 숫자는 이를 표현하지 못한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포메이션 용어에 의하면 바르셀로나는 4-1-2-3, 혹은 4-2-1-3을 사용하는 팀이다. 허나 바르세로나 선수들이 실제 뛴 위치를 히트맵을 통해 살펴보면 이는 2-3-2-3에 가깝다. 즉, 멕시코 대표팀과 마찬가지로 바르셀로나 대표팀은 W-W포메이션을 사용하는 팀이다. 물론 1930년대 포조 감독 방식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