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026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8R
크리스탈 팰리스 1-2 아스널 | @셀허스트 파크
리그에서 조기 우승을 확정한 팀이 마지막까지 일관성을 유지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2025-2026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한 아스널은 이런 통념과 다른 팀이었다. 압박 거리, 전환 속도, 공간 통제 등이 최종전까지 유지됐다. 강팀의 조건을 스스로 인정한 경기였다.
아스널은 2025-2026 프리미어리그 최종전을 남겨두고 이미 우승을 확정한 상태였다. 일반적으로 우승을 조기에 확정한 팀은 경기 집중력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목표를 달성한 상태에서 선수들의 긴장감은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기 운영 역시 다소 느슨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이번 달 분석 경기로 아스널의 리그 최종전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 단순히 우승 세리머니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즌 동안 어떤 스타일과 기준을 유지하며 챔피언이 되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려와 달리 아스널은 마지막 순간까지 시즌 내내 유지했던 기준과 원칙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번 시즌 경기 흐름을 지배하고 상대를 통제했던 흐름이 마지막 경기에서도 유지됐다.
적극적인 전방 압박과 안정적인 빌드업
경기 시작 후 아스널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구조로 경기를 운영했다. 전방 압박은 여전히 적극적이었고, 공을 소유한 상황에서는 안정적인 빌드업을 통해 상대 진영으로 전진했다. 특히 후방에서 수적 우위를 만들며 상대 압박을 벗겨내는 과정은 시즌 내내 보여준 아스널의 특징 그대로였다.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패스가 아니라 상대 압박을 끌어내고 공간을 열어가는, 목적이 분명한 점유가 이어졌다.
중앙 지역에서는 짧은 간격 유지와 빠른 패스 교환을 통해 상대 수비 라인을 흔들었고다. 측면에서는 타이밍 좋은 오버래핑과 하프 스페이스 침투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전반 4분경 후방에서 빠르게 최전방으로 연결된 장면은 아스널의 방향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였다. 골포스트를 맞고 나오며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전개 속도와 전진 타이밍은 매우 위협적이었다.
특히 전반 동안 제수스에게 완벽한 찬스가 세 차례 이상 만들어졌고, 결국 전반 41분 첫 득점으로 연결됐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전반 11분 찬스 장면과 득점 장면이 거의 동일한 패턴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좌측 하프스페이스로 내려오는 움직임이 상대 센터백을 끌어냈고, 그 순간 반대 침투가 발생했다. 이후 빠른 전진 패스와 박스 안 침투 타이밍까지 매우 유사하게 반복됐다.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팀이 반복적으로 훈련하고 공유한 구조와 약속이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전환 시 반응 속도에 디테일이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공을 잃은 직후의 반응 속도였다. 대부분의 우승 확정 팀들은 마지막 경기에서 전환 속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스널은 공을 잃는 순간 가장 가까운 선수들이 즉각적으로 압박에 들어갔다. 중원 선수들은 세컨드볼을 회수하기 위해 빠르게 위치를 선점했다. 후방 라인 또한 쉽게 물러서지 않으며 팀 전체 간격을 유지했다. 이번 시즌 아스널이 왜 안정적인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장면이었다.
아스널의 강점을 생각하면 전통적으로 ‘기술 축구’를 잘하는 팀이라는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이번 시즌 아스널이 보여준 진짜 강점을 ‘공을 잃어도 다시 찾을 수 있는 구조’에 있었다고 본다. 최종전 공격 상황에서도 항상 재압박을 준비하는 위치 선정이 이루어졌다. 선수 간 간격도 지나치게 벌어지지 않은 형태가 유지됐다. 단순히 포메이션에 충실했던 정도가 아니라 팀 전체가 같은 생각과 기준을 공유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시즌 초반부터 아르테타 감독이 강조했던 압박 거리, 전환 속도, 공간 통제 개념이 마지막 경기까지 유지된 것이다.
반대로 팰리스는 아스널의 중앙 지역을 쉽게 공략하지 못했다. 결국 대부분의 위협 장면은 크로스에 의한 공격 루트에서 나왔다. 전반 14분 유효슈팅과 후반 42분 만회골 역시 크로스 상황에서 만들어졌다. 아스널의 중앙 압박 간격과 세컨드볼 구조가 경기 내내 안정적으로 유지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팰리스가 중앙을 공략해도 아스널의 구조를 흔들지 못했다. 결국 외곽 공격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아스널 레전드 아르테타가 완성한 ‘낭만’
감독 미켈 아르테타의 리더십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현역 시절 아스널의 주장이자 기술 축구의 중심으로 활약했던 그는 아스널의 팀 문화를 다시 설계했다. 선수들은 이제 언제 압박해야 하는지, 어느 공간을 채워야 하는지, 어떤 속도로 템포를 조절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인다. 이것은 단순한 전술 훈련만으로 만들어지는 부분이 아니다. 반복적인 훈련과 명확한 기준, 그리고 팀 전체가 공유하는 철학이 있을 때 가능하다.
아스널의 운영 방식은 경기마다 조금씩 달라졌다. 상황에 따라 4-3-3, 3-2-5, 2-3-5 구조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물론 형태 변화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어떤 구조에서도 팀 원칙이 유지됐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전방 압박, 공간 통제, 짧은 간격 유지, 빠른 전환 반응이라는 핵심 요소가 시즌 내내 흔들리지 않았다. 특정 전술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유지되는 운영 원칙이 강팀의 기준이라는 것을 보여준 팀이었다.
특히 시즌 막판까지 경기 기준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최종전은 ‘왜 아스널이 챔피언인가’를 다시 보여주는 경기였던 셈이다. 아스널의 레전드였던 아르테타가 감독으로 다시 한 번 역사를 만들어내며 ‘낭만’을 완성한 시즌이었다.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6월호 ‘ANALYSIS’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분석=최성환(충남아산FC 코치, 전 KFA 지도자 강사)
정리=배진경
사진=Gettyimag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