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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

작성자소암|작성시간17.08.23|조회수43 목록 댓글 0

어정7월, 건들8월이라고하지만
시골 고향 마을도 동선없이
참 조용 하기만 합니다.
이따금 발톱을 숨긴 고양이가
담장위를 어슬렁 거릴때면
흰둥이 녀석 시원한 땅에 배깔고 잠자다가 고개만 슬쩍 들쳐보곤 다시 숙여버리고 매미 울음마저 조용한 어머니 품속같은 고즈넉한 오후 시간이 흐르고 있읍니다.
바로 집앞 무논에는 "풍년이다" 재잘대며
벼들이 고개를 숙이며 익어가고
선한 바람들은 풍년들녘 사이로
까르르 웃으며 스치우고
흰구름 뭉게뭉게 피어는 산능성이엔
동심도 따라 흐르는 이곳이 벌써
오십칠년째 돼새김질 중인 내고향 의성 사곡입니다.
점심으로 애호박 뽁음에 된장찌게에 전에 호박잎 쌈들의 손놀림에서 가을은
어느새 밥상 머리맡에 매달리고 있었고
나른한 시간이 지나며 골목 한편엔 채송화가 바짝 엎드려 있고
접시꽃 당신은 머리에만 핀을 꽂고
키큰 해바라긴 벌들의 팩으로
촉을 곤두세우며 담장너머 소식을
잉태하고 있는데...
새끼줄 타고 오르던 그 나팔꽃은 어디로...
손톱에 물들던 봉숭아는 또 어디로...
세월은 우리의 기억에 흔적만 남겨두고
또 어디로...
빠알간 고추잠자리가
눈앞에서 하염없이 꼬닥거리다가
갑자기 휭하니 사라져버린 하늘엔
노루 꼬리만큼 짧아진 초가을 해가
벌써 서쪽 동산에 걸려지려 하고 있읍니다.
예나 지금이나 초가을 고향마을 정경은 세월이 아무리 멀리 간다해도 차마 이곳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땅에선 귀뚜라미 등떠미 타고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할 정도로 가을이 드는 처서인 오늘.
오후시간도 내내 처서만큼만 여미어지길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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