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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페널티킥, 모순의 싸움

작성자고창북고 GK재연아빠|작성시간16.03.18|조회수452 목록 댓글 2

페널티킥은 이론상으로는 막을 수 없다. 그래서 페널티킥은 더욱 극적인 순간을 만든다.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키커와 팀을 구해야 하는 골키퍼와의 싸움에서 실축과 선방이 나오며 명승부의 한 축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킥을 성공시키는 요령과 선방하는 비결을 각각 김두현과 김영광에게 들어봤다.

페널티킥에서 키커가 골키퍼보다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성남 FC 전담 키커 김두현은 킥의 요령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는 대신 “자기 방식대로 차라”는 조언을 남겼다. 반면 프로 15년 차 골키퍼로서 서울이랜드 FC의 골문을 지키고 있는 김영광은 페널티킥을 막는 요령을 길고 자세하게 설명했다. 열세를 조금이라도 만회하려는 작은 노력이 모여야 비로소 한 번의 선방이 나온다는 것이다.

키커 김두현: 단순하게 차라

페널티킥은 키커가 유리한 게임이다. 키커의 입장은 간단하다. 지난 시즌 성남 FC의 전담 키커로서 100퍼센트(2회 성공) 성공률을 보인 김두현도 페널티킥을 찰 때 최대한 과정을 단순화하는 것을 비결로 꼽는다. 머리가 복잡해질수록 실수할 가능성은 늘어난다.

김두현은 ‘골에어리어 앞에 선다’ ‘골키퍼와 골키퍼와 눈빛을 마주쳐 상대에게 중압감과 긴장감을 준다’ ‘그냥 작은 나무가 앞에 서있다고 생각하고 킥을 한다’는 나름의 루틴을 갖고 있다. 경기 상황과 골키퍼의 특성은 고려하지 않고 자기 버릇대로 자신 있게 찰 때 가장 성공률이 높아진다는 것이 김두현의 지론이다. 뛰어난 페널티킥 전담 선수 중에는 매번 같은 방향으로 차지만 골키퍼가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하고 빠른 킥으로 늘 골을 넣는 선수들이 많다. 김두현도 그런 편에 속한다.

지론에 따라 김두현은 파넨카킥 같은 복잡한 심리전을 꺼리는 편이다. 킥을 하는 척하다 멈칫하며 골키퍼를 넘어뜨리는 버릇을 가진 선수들도 있지만 김두현은 그런 동작이 불필요하다고 본다. 심리전이 길어질수록 골키퍼가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김두현은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것보다 평소 버릇이 자연스럽게 나올 때 가장 확실한 승부가 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

전담 키커로서 페널티킥을 훈련할 때 중요한 건 꾸준함이다. 페널티킥을 위해 긴 시간을 투자하거나 새로운 버릇을 개발할 필요는 없다. 매번 훈련이 끝날 때 몇 차례씩 차며 감을 유지하고, 동작이 최대한 자연스러워져 실수를 범하지 않게 하는 것이 관건이다. 매번 실전과 같은 마음가짐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골키퍼 김영광: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어라

페널티킥은 골키퍼가 불리한 게임이다. 그러나 그중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도 있다. 탁월한 일대일 방어 능력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골키퍼 김영광은 자연스레 페널티킥이나 승부차기를 선방하는 경우도 많았다. 2006년 전남 드래곤즈의 FA컵 우승에 결정적 기여를 한 준결승전 승부차기 4회 선방 등이 대표적이다. 2003년 청소년대표팀에서 이집트전 페널티킥 선방을 통해 자신의 반사신경을 널리 알렸다. 울산 현대 소속으로 2011년 이동국, 2012년 노병준의 킥을 막아내기도 했다.

페널티킥을 잘 막는 방법은 신체 조건, 방어 스타일 등 골키퍼의 특성에 따라 다르다. 김영광의 경우 184센티미터로 골키퍼 치고는 작은 키지만, 어깨가 넓고 팔이 길어 윙스팬(양 팔을 쭉 벌린 길이를 말하는 농구 용어)은 장신 골키퍼들 못지 않은 독특한 신체 조건을 가지고 있다. 상대 키커가 방심하고 있을 때 팔을 쭉 뻗어 선방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에게 페널티킥 선방의 일반적인 과정을 물어봤더니 총 3단계로 구성된 대답이 돌아왔다.

1단계는 심리전이다. 키커 김두현이 상대 골키퍼를 의식하지 않고 차는데 중점을 둔다면, 골키퍼로선 상대 키커가 최대한 자신을 의식하게 만들어 신경을 분산시켜야 한다. 페널티킥은 골키퍼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게임이므로 어떻게든 변수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김영광이 선호하는 심리전은 상대 키커가 주로 차는 방향을 미리 숙지한 뒤 ‘내가 너의 버릇을 알고 있다’는 사인을 주는 것이다. 상대 키커가 주로 차는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고개를 끄덕거리거나, 일부러 그쪽에 치우쳐서 서는 방법 등이 있다.

2단계는 점프할 타이밍을 정하는 것이다. 키커 중엔 달려와서 단호하게 킥을 하는 김두현 같은 선수도 있지만 천천히 공으로 다가간 뒤 늦게 킥을 하는 선수도 있다. 전자는 주로 공만 보고 달려가고, 후자는 골키퍼를 응시한다. 전자는 자기가 원하는 방향을 정해 놓았을 가능성이 높고 후자는 골키퍼를 끝까지 보고 킥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골키퍼는 상대가 빠르게 뛰어올 경우 조금 일찍 몸을 날리더라도 예상한 방향만큼은 확실히 막아야 한다. 상대가 느리게 뛰어올 경우에는 끝까지 킥하는 방향을 읽으려 노력하며 키커와 심리전을 벌여야 한다.

3단계는 점프 직전 킥의 방향을 판단하는 것이다.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킥하는 발을 보고 뛸 방향을 정하는 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직감이나 상대의 미세한 몸동작에 따른 자신만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김영광은 “마지막 순간 심리를 읽으려는 노력도 좋지만, 그보다 상대를 불안하게 만들어야 빈틈을 찾을 수 있다”며 1~2단계가 선행되어야 3단계의 성공률이 조금이라도 높아진다고 강조한다.

마지막 변수는 킥의 높이다. 킥의 방향까지는 어떻게든 읽을 수 있다 쳐도, 공이 어느 높이로 날아올지 읽는 건 매우 어렵다. 특히 골대 상단 구석으로 꽂히는 킥은 골키퍼 입장에서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김영광의 해법은 다시 한 번 심리전이다. “심리전을 계속 시도했다면 키커는 자신감이 없어질 것이다. 상단 구석으로 강하게 차는 킥은 난이도가 높다. 키커의 마음이 불안해지면 바닥으로 깔아서 차게 된다. 그때가 골키퍼에겐 선방의 기회다.”


*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3월호 'TIP'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김정용(풋볼리스트)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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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꿈바라기 | 작성시간 16.03.19 좋은글 감사~
  • 작성자승환아부지 | 작성시간 16.03.21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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