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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의 책, 여행과 신화

작성자느둔|작성시간26.06.18|조회수20 목록 댓글 0

주문한 두 권의 책이 오늘 도착했습니다. 《가보지 않은 여행기》와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귀한 손님이 오신 듯 설레고 반갑습니다. 의도하고 구입한 건 아니지만, 어쩐지 여행과 신화는 잘 어울리는 한 쌍의 신랑 신부처럼 다정합니다.

우선《가보지 않은 여행기》입니다. 지은이는 정숭호. 살몃, 미소가 번집니다. 익숙한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가보지 않은 여행기'라는 제목부터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색다른 무엇을 잔뜩 품고 있을 듯, 벌써 호기심이 들썩거립니다.

보통의 여행기가 '가본 곳'의 체험담과 에피소드 위주라면, 정숭호 선생님의 여행기는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상상'과 '가보고 싶은' '희망'을 담았는 점에서 매우 특별합니다. 배낭을 메지 않았다고, 비행기와 열차를 갈아타지 않았다고 가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가지 않았기 때문에 더 많은 곳을 갈 수 있습니다. 상상은 시공의 제약을 초월합니다. 주데카 섬의 달빛 속에서 노래에 젖은 괴테를 만나는 일도 어렵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빅토르 위고, 조지 오웰, 레프 톨스토이가 두꺼운 책 속의 빛 바랜 밑줄에서 일어나 희끄무레한 기억의 새벽 저쪽에서 우리를 향해 손짓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신나는 일은 가보지 않은 여행은 여행의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겁니다. 언젠가 가볼 수 있다는 희망이 생을 들뜨게 합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여행의 시작은 상상과 희망이지 싶습니다. '아직 그곳에 그들의 숨결과 손길이 남아 있을까? 변했다면 어떻게 변했을까?'에서 비롯된 상상과 '늦더라도 한번은 가보고 싶다'는 희망에서 시작됐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소개된 책들과 그 책에 나오는 장소를 지금 다시 생각합니다. 여행의 대가, 여행기의 대가이기도 했던 카잔차키스처럼 눈을 감고 상상의 촉수를 길게 늘여 오대양 육대주를 제 앞으로 끌어옵니다. 그곳들의 풍광과 냄새와 소리는 이미 익숙합니다. 가보지 않은 여행이 다시 시작됩니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제법 익숙합니다. 단행본으로 여러 번 접했고, 띄엄띄엄이기는 하지만 읽은 내용이 아직도 머릿속에서 출렁거립니다. 이윤기 선생님이 우리 곁을 떠나신 지 벌써 10년, 같은 제목의 첫 저작이 나온 지 20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번에 20주년을 기념하여 특별 합본판이 나왔습니다. 놀랄 만한 포스의 '벽돌책'입니다. 신들의 아우성에 편안할지는 모르겠지만, 베개로 써도 큰 무리가 없지 않나 싶습니다. 하하.

내용이야 두말하면 잔소리이겠지만, 신화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 건넨 저자의 말씀 한 구절이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일단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밟기 바란다. 필자가 뒤에서 짐받이를 잡고 따라가겠다.''

참 든든하고 따뜻한 말씀입니다. 어릴 적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 실제 그랬습니다. 뒤에서 짐받이를 잡아 주는 아버지나 형의 친절하고 세심한 배려에 어렵지 않게 자전거에 올라탈 수 있었습니다. 생각만 해도 혀가 꼬이는 신들의 이름과 지명들, 씨줄과 날줄처럼 얽히고설킨 신화의 등에 올라타는 것은 언감생심이었을 시절이 우리에게 분명 있었습니다. 그때 이윤기 선생님은 든든한 뒷배였습니다. 무작정 앞장서서 끌고간 게 아니라, 등 뒤에서 신화의 짐받이를 부여잡고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신화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도록 돕고 응원했습니다. 덕분에 이제 그리스 로마 신화는 한국인의 필독 인문서로 자리잡았습니다. 그 속에서 캐낸 보석 같은 지혜와 통찰의 언어들이 인간과 세계에 대한 깊고 넓은 이해와 '통섭하는 지성'의 창을 활짝 열었습니다.

'신화를 이해하는 열두 가지 열쇠'로 시작하는 이윤기 선생님의 《그리스 로마 신화》의 첫 이야기는 '잃어버린 신발을 찾아서'입니다. 신발 한 짝, 그것은 헤라 여신을 업고 개울을 건너다 잃어버린 아이손의 것이 아니라, 미궁 속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영웅 테세우스의 가죽신이 아니라 바로 당신, 우리들의 것입니다. 나를 찾고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는 열쇠가 신화 속에 있을 것 같습니다. 신화 속 열쇠로 우리 모두의 삶에 성공의 문이 열리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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