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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등단자

제2회 소해창작지원금 이영미 발표작 올려드립니다.

작성자블루로즈 이영미|작성시간26.06.10|조회수34 목록 댓글 0

바닥 신호등

 

이영미



고개 숙인 자존심을 세워주고 싶었어요
섬이 된 스몸비족* 헤엄쳐 나오는 길
바닥에 푸른빛 등대
무자맥질 도와요

불통과 무관심에 푹 빠진 회색 도시
저 아래 해저에는 삼각파도 들끓는지
몸에 밴 심해의 습성 느닷없이 나타나요

꽉 들어찬 별들로 하늘은 이미 만원
차도와 인도 사이 공제선에 빛을 심어
지상에 더 머물라고 수호신을 내보냈죠

멀리서도 알아보고 바퀴마저 숨 고르는
목숨줄 길잡이로 끌어주고 싶었어요
뭍으로 진입한 섬들
그제서야 안심하는,

 



*스몸비족: 스마트폰(smartphone)과 좀비(zombie)의 합성어로
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걷는 사람을 뜻한다.



<경상일보> 신춘문예 2026.01.02

 

 

물음표

 

이영미


말없음표 찍으려다 곧추세워 맘 다잡고
혹여나 부딪칠까 등 말아 뒤로 빼는
방어를 앞세운 다짐
결기 꾹꾹 누른다

내게로 오던 걸음 미끼인 줄 모르고
덥석 문 자리마다 미늘 깊게 찌르는데
솟아도 이내 허무는
알다 모를 사랑아

지난 일 돌아보면 날 위한 배려였고
서로에게 물드는 게 순서란 걸 알았지만
어렵게 내준 마음은
매듭짓지 아직 못 한,

 

 

 

 

 

 

<오늘의 시조> 2026 상반기호 2026.02.10

 

 

 

 

 

 

 

코이의 법칙*

이영미



어항 속 쳇바퀴는 내겐 너무 싱거웠다
익숙해진 평온이 어느 날 속삭인 말
바깥은 활기찰 거야
더 넓은 꿈 펼쳐 보렴

허울 좋은 비단옷은 일찌감치 팽개쳤다
제 힘껏 헤쳐 나갈 지느러미 달래가며
밥 먹듯 숱한 밤 지새
스펙 쌓아 다진 몸

나 홀로 저어 가는 바다라는 세상살이
가만두면 밝다 싶고 휘저으면 캄캄해도
어디든 적응해 간다,
희망이란 내 습성

 

 

 

 

*자신이 처한 환경에 따라 능력을 발휘해 성장의 크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

 

 

 

<오늘의 시조> 2026 상반기호 2026.02.10.

 

 

 

 

 

 

시샘 주의보


이영미


발 빠른 말풍선이 신입 주위 에워싼다
햇살 아직 설익어 비출 때가 아니라고
몽우리 주위를 돌며

짓누르는 구름층

과녁이 된 그날부터 쏟아진 시샘들은

타성 찌든 오류 속에 불쑥 박힌 독화살

과감히 귀를 막아도

심장 깊이 꽂혔다

 

주의보 내렸다고 웅그리고 말 것인가
들끓는 응어리를 남김없이 게워 내고
헐겁던 뿌리의 너트

부름켜 조여 맨다

 

 

 

 

 

<나래시조> 2026 봄호 2026.03.01.

 

 

 

 

 

 

 

 

 

라떼 (latte)* 안단테


이영미

 


웬만큼 거릴 둬야 격식은 갖춰지지

스미는 것보다는

층이 나길 기다렸어

일테면 서로의 공간 믿어주는 품위쯤

쌓인 눈 밟아가며 마주하던 설렘인 양
처음 내게 다가오던

손길이 꼭 그랬어

한순간 따끈하게 날 데워줘서 달뜬 나,

알맞은 체위로 난 온몸을 기울였고
정중앙을 향해서 넌 물밀듯이 낙하하다
서서히 몸을 밀착해 황홀하게 부풀렸어

기우뚱 출렁일까 조바심 내는 내게
어디서 들려오는

'나 때는 말이야',

섣불리 툭 튀어나올 먼 뒷날의 경험치

 

 

 

 

*latte: 뜨거운 [증기를 쐰] 우유를 탄 에스프레소(espresso) 커피.

 

 

<계간문예> 2026 봄호 2026.03.15

 

 

통점, 그 이후 신생


이영미


떨리는 수축이며 화농은 꽃송이라
아물지 않은 옹이 그 붉은 언저리엔
중심을 감싸며 도는

햇살이 늘고 있다

뭉치다 점이 되는 이별의 부스러기
분명한 거부에도 몸은 늘 맘과 달라
제자리 찾는 과정이 위태로워 보였다

습관이 지칠 무렵 조바심을 짓누르면
새살은 눈 시도록 어둠 속에 피어나
부르튼 성곽 지키며

통점을 덮어간다

 

 

 

 

<계간문예> 2026 봄호 2026.03.15

 

 

 

 

 

 

 

 

수혈

 

이영미

 


거죽에 물오르면 피를 쏟는 나무 있다

받기보다 내주는 습성 깊이 길들여져
옹이를 달고 살아도
거부하지 못하는,

옆구리 호스에서 떨어지는 맑은 정수(精髓)

낯 두꺼운 링거 팩을

춘첩인 양 붙이고

비워야 연장된다는 생명줄 꽉 잡는다

문진도 생략하고

마취마저 건너뛴

냉기가 풀리기 전 관이 꽂혀 부푼 몸

 

투석실 그녀에게서

목쉰 소리 들려온다

 

 

 

 

<시조시학> 2026 봄호 2026.03.20.

 

 

 

 

 

 

 

 

엄마는 외계인*

 

이영미



엉겁결에 어른 되어 피지 못한 꽃의 시간

뒤안길 건너서야 어슴푸레 보인 걸까

지금껏 속내를 감춘
문맹 설핏 눈을 뜬다

처음부터 그녀의 궁 차갑지는 않았다
처녀림 문턱에서 점점 발길 잦은 이후
쉼 없이 꿈틀댄 빅뱅
폭발 막지 못했을 뿐

열기 가득 내뿜는
복지관 도킹 장소

티읕 자와 E 사이 갸웃갸웃 살펴보며
지구별 몇몇 페이지
여전히 되작이는

 



*엄마는 외계인: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이름



<나래시조> 2026 여름호 202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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