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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시

옥수수수염귀뚜라미의 기억 / 고형렬

작성자김향숙|작성시간26.06.13|조회수20 목록 댓글 0

옥수수수염귀뚜라미의 기억

 

                                        고형렬
옥수수수염귀뚜라미
80층 승강기 아래도 내려갈 땐 잠잠하다
울음을 뚝 멈추고 승강기가 기계음을 듣는다
첨단이 아닌 이런 것들이 기척할 때가 있다
수염귀뚜라미는 철봉대 근처에 있다
기계음은 그의 풀잎 가슴속으로 들어가
해마에서처럼 사라진다
해마에 기억의 흔적은 물방울 먼지처럼 남는다
소리는 사라지고 벌써 있지 않다
80충 체인이 출렁이는 소리가 벽 속에서 들린다
기술은 그소리를 감추려고 혼신을 바친다
내 문신 같은 얼굴이 센서에 비치면
문은 비서처럼 얼른 옆으로 열린다 그리고
곁에 서서 내가 나가기를 기다린다
나가지 않으면 문은 계속 심리처럼 서 있는다
그때 햇빛이 파란 핏줄 손등에 닿는다
귀뚜라미가 울기 시작한다 늦여름 매미처럼
나는 갑자기 미열의 아득함으로
손바닥으로 유리창을 잡는다 가을 구름 하나
아파트 뒷산 위에 떠서 불타고 있다
마지막 불 칸나가 화려하게 단장 했어라,
수염귀뚜라미 하나 내 허파 꽈리에 초기 암처럼
마지막 광선 속에 울기 시작했다.
나는 너의 이름을 보고 싶어 만지고 싶어
옥수수수염귀뚜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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