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노트
이상국
새로 나온 문예지를 읽는다
아무리 읽어도 알 수 없는 시들이 있다
그러나 다 이해되면 시가 아닐지도 모른다
어차피 시는 부족의 언어다
시보다 프로필이 긴 시인도 있다
젊은 시인들의 시를 읽다가
사람 사는 마을이 보이면 한 사날 묵어가고 싶다
시인들은 고양이처럼 노동을 하지 않고 대체적으로 거만하다
그래서 아무도 시인을 겁내지 않는다
시인을 질투하는 건 시인들뿐
어떤 시인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나에게는 출간한 지 십년 만에 2쇄를 찍은 시집도 있다
시처럼 끈질긴 것도 없다
요즘 시인들은 지면에 나이를 밝히지 않는다
나이를 가린다고 시도 가려지는 건 아니지만
시는 나이를 먹지 않는다
일생의 업이 이거 하나인데 어떤 사람은 요즘도 시 쓰냐고 묻는다
달아나고 싶다
—『나는 용서도 없이 살았다』(창비,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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