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력’과 ‘음력’
황장진
2019년 새해도 한 달을 훌쩍 뛰어넘어 부지런히 달리고 있다. 벽에 걸리거나 책상 모서리를 버티고 있는 달력을 볼 적마다 눈에 들어오는 양력과 달력의 힘겨루기를 지켜본다. 나이 많은 이들의 생신은 음력으로, 젊은이들의 생일은 양력으로 기억해야 한다. 우리 선조들은 먼 옛날부터 음력으로 정월 초하루에 온 가족과 가까운 혈육이 모여 설을 쇠며 새해를 희망차게 맞이했다. 이는 양력이 처음 들어 온 1896년 을미개혁 이후에도 꿈쩍 않고 지켜왔다. 하지만 일본인들이 이 땅을 짓밟으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일본 제국은 우리 문화를 깔아뭉개 없애기 위해서 설과 한가위 등 민속 명절을 비틀기 시작했다. 마을마다 떡 방앗간을 막아버리고, 학교마다 조퇴를 못 하게 했다. 우리의 고유 명절인 설을 ‘옛날 설’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아 ‘구정(舊正)’이라 하고, 저네들도 쓰고 있는 양력설은 ‘신정(新正)’이라 부르게 했다. 해방이 되면서 1985년 음력 1월1일을 ‘민속의 날’로 지정했다. 4년 뒤인 1989년에 비로소 ‘설날’의 이름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처럼 ‘설’에는 슬픈 역사가 담겨있다. 우리는 ‘구정’은 멀리 떨쳐버리고 ‘설날’이나 ‘설’이라고 해야 마땅하다. 이렇게 ‘설’ ‘설날’이라는 자랑스러운 우리말이 있는데도 지금껏 ‘신정’ ‘신년’ ‘신년사’ ‘신년하례’를 유식한 채 거리낌 없이 쓰고 있어 안타깝다. 이 기회에 양력과 음력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양력은 지구가 태양 둘레를 도는 시간, 즉 지구의 공전주기를 1년으로 정한 달력이다. 그 주기는 365.2422일이다. 음력은 달이 지구 둘레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 즉 달의 공전주기를 한 달로 정한 달력이다. 그 주기는 29.5305일이다. 0.5305일은 시간으로 표시할 수 없어서 한 달의 길이를 29일이나 30일로 맞춘다. 지구의 공전주기에서 365일밖에 0.2422일을 해결하기 위하여 ‘윤날(일)’을 만들었다. 남는 시간 0.2422를 4년만 모으면 0.9688이 되어 약 하루가 된다. 윤날은 이 하루를 메우는 날로 4년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2월 29일이다. 나의 처남 한 사람은 하필 이날에 태어나서 4년마다 겨우 제날짜 생일을 찾아 먹는다. 그런데 2월이 날수가 가장 적은 달인 이유는 무엇일까? 로마의 황제 아우구스투스 때문이다. 자신의 이름을 따서 8월을 ‘August’로 정한 황제는 8월이 30일밖에 없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2월에서 하루를 빼서 8월을 31일로 만들고 말았다. 이때는 황제의 뜻이라면 하늘의 별도 따 와야 할 판이니까! 음력은 한 달의 길이가 29일이나 30일이니 1년은 총 354일(29일×6달+30일×6달)이다. 이웃한 지구의 공전주기인 365일과는 11일이 차이가 난다. 음력에서는 이 차이를 해결하기 위해 윤달을 둔다. 윤달은 3년에 1번, 5년에 2번, 이래서 19년 동안 7번이나 나타난다. 윤달이 드는 윤년에는 한 달이 늘어나 모두 13달이 된다. 우리 조상들은 이 윤달을 덤으로 얻은 달이기에 아무 탈이 없다고 여겨서 결혼, 이사, 집 고치기, 수의를 만드는 날로 즐겨 잡았다. 이 풍속은 아직 꾸준히 내려오고 있다. 해와 달을 쳐다보면서 시간의 흐름을 알아차렸던 우리 선조들은 그 차이를 줄이기 위해 이렇게 놀라운 지혜를 발휘했던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