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에스키스, “코스모스”...
대개의 이름있는 꽃들은 나름의 전설이나 설화가 있게 마련이지만, 코스모스는 그렇지 못하다. 대신 신(神)이 가장 먼저 습작으로 만든 꽃이 바로 코스모스라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데, 반면 신이 만든 꽃 중 최후의 완성작품이 된 것이 국화라고 하니... 만일 그렇다면 코스모스와 국화야말로 모든 꽃의 알파요 오메가 아닌가!
일단 코스모스를 제쳐놓고 보자면 국화가 그런 위치에 있었다는 것은 조금 이해가 간다. 많은 꽃들 중 국화야 말로 고결한 자태와 그 향기에 있어 백화의 으뜸이라 하겠다. 한겨울 그 혹한에도 얼어 죽지 않고 봄부터 무더운 긴 여름을 지나 늦가을 무서리를 맞아 가면서도 아름다운 자태와 그향기를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그래서 인고의 꽃이라 하여 다른 꽃들과는 구별하여 옛날부터 문인 묵객들이 사군자의 하나로서 국화의 고결하고 품위있는 덕성을 시조나 시를 지어 칭송하였다.
그에 비하면 코스모스는 그저 가냘프고 어쩐지 흡족하지 못해 보인다. 처음 꽃이라는 걸 만든 신(神)의 재주가 아직 미천한(?) 탓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렇게 저렇게 다른 모양을 만들다 보니 꽃의 종류도 다양해진 듯하다. 백색의 꽃은 소녀의 순결을, 적색의 꽃은 소녀의 순애를 뜻한다는데, 코스모스가 가냘파 보이는 소녀의 형상을 닮았다고 붙여진 꽃말이라고 한다.
미술용어 중에 [에스키스(esquisse)]라는 말이 있다. “최종적으로 완성해야 할 그림이나 설계도 등을 위한 초벌 그림”을 뜻한다. 큰 작품을 제작하기 위한 준비 단계로서 작은 종이나 천에 간단히 구도나 색채 및 명암을 그려보고 그 효과를 가늠해 보는 것이다. 그렇지만 에스키스는 초벌그림이고 습작이지만 스켓치나 드로잉과는 달리 그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 되기도 한다. 에스키스 중에서 본 작품보다 더 훌륭한 대작이 있을 수도 있다. 에스키스에 덧칠하는 과정에서 개칠을 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마치 코스모스가 신의 에스키스라고 하더라도 그 아름다움이 국화보다 못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