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갈치'는 '살아있는 갈치'라는 뜻일까? 일반적으로는 그렇다. 산오징어, 산고등어 등과 같이 살아 있는 갈치라는 뜻으로 쓸 수 있는 개념이다. 하지만 '산갈치'라는 말에는 분명 일반 갈치와는 다른 어종의 이름도 있다.
'산갈치(oarfish, 山刀漁)'라는 어류는 '살아있는 갈치’라는 뜻이 아니라 ‘산에 사는 갈치’라는 뜻을 갖고 있는 심해어종이다. '용왕의 사신'으로 불리는 '전설의 물고기' 산갈치의 학명은 '황제의 허리띠'라는 뜻을 갖고 있는 'Rgalecus russellii'로, 이악어목(異顎魚目 Lampridiformes) 산갈치과(山갈치科 Regalecidae) 산갈치속(山─屬 Regalecus)으로 분류된다.
한국, 일본 등에서 산갈치라고 불리는 것은 ‘산위의 별’이 물고기가 되었다는 전설에 따라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전설에 따르면 ‘산 위의 별’이 물에 들어가서 변한 바다의 용왕이라고 하며 한 달 중 15일은 산에서, 15일은 바다에서 살면서 그 사이를 훨훨 날아다닌다고 알려져 있다. 영어권에서는 산갈치를 'Oar fish'라고도 부르는데 모양이 배에서 사용하는 '노'와 비슷하다는 이유라고 한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산갈치가 나타날 때 청어들이 몰려다닌다고 해서 ‘청어들의 왕(king of herrings)’이라고도 불린다.
산갈치는 갈치와 비슷하며, 심하게 측편되어 띠 모양으로 길다. 머리는 등쪽이 칼처럼 얇고 그 외곽은 눈 바로 위쪽으로 솟아 있다. 신체의 구조를 보면, 신장의 2/3에 달하는 제1등지느러미가 6개의 여린 줄로 이루어져 있고 굵으며 매우 길다. 제2등지느러미는 눈의 뒤끝 위에서 꼬리지느러미 바로 앞까지 이어져 있고, 그 이어진 줄 사이에 연한 분홍색 막이 있다. 뒷지느러미는 없고, 꼬리지느러미는 4개의 여린줄로 이루어져 있는데 위쪽 후방을 향해 있다. 이것은 끝쪽으로 갈수록 길어지며, 연한 분홍색을 띤다. 가슴지느러미는 작으며 몸의 가장자리에서 체폭의 약 2/3되는 곳에 있다. 배지느러미는 가슴지느러미의 아래쪽에 좌우 1개씩 있으며, 둥글고 길어서 그 길이가 전장의 1/2~1/3에 달한다. 새조골은 6개이다.
몸의 색깔은 은색 바탕에 검은색 무늬가 흩어져 이루어지며, 지느러미는 모두 연한 분홍색이다. 배지느러미의 막질 부속물은 보라색을 띠는데, 맨끝의 것은 특히 색이 짙다. 눈은 검은색이다. 몸에는 혹 모양의 융기물이 있는데 이 융기물은 성장함에 따라 더욱 선명해지고, 이들이 모여서 된 4~6줄의 세로띠가 평행으로 줄지어 있다. 아래턱은 위턱보다 앞쪽에 있다. 옆줄은 눈의 바로 위에서 시작하여 꼬리자루까지 이어진다. 항문은 전장의 1/4쯤 되는 곳에 있다. 몸길이는 5~6m, 아주 드물게는 10m를 넘는 것도 있다고 한다.
바다의 용왕이라고도 불리는 전설의 물고기 산갈치는 용이나 기린처럼 상상속의 동물은 아니고 한국의 여수와 다도해 연안을 비롯하여 일본 남부지역, 캘리포니아 연안, 인도, 아프리카 연안 등지에 분포하는 생물이다. 전 세계를 통틀어 1년에 한두 마리 정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데다가, 공상 영화에나 나올 듯한 특이한 생김새 때문에 산갈치는 ‘전설의 물고기’로 불리며 경외시 되어왔지만 실존하기 때문에 용이나 기린같은 상상의 동물보다는 친숙한 면도 없지 않다. 산갈치가 나병에 특효라는 속설도 있고 산갈치를 먹으면 세상의 모든 이치에 통달한다는 속설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산갈치가 나병에 전혀 효과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산갈치를 먹으면 세상 모든 이치에 통달한다는 속설은 머리를 먹으면 천문에 능통해지고 꼬리를 먹으면 지리에 능통해진다는 식으로 구체화되고 있는데, 이는 용왕 또는 용왕의 사신으로 알려진 산갈치가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중요한 일을 암시하는 존재라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해저 깊은 곳에서 지내는 심해어류 산갈치가 지반이 흔들리는 등 이상 징후가 느껴지면 해수면으로 올라온다는 속설과도 무관치 않을 것인데, 실제로 지난 1963년 일본 니지마에서는 대형 산갈치가 잡힌 이틀 뒤 지진이 발생하면서 이 속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세계적으로 드물게 발견되는 산갈치는 주로 해변가에 사체나 실신상태로 나타나는데 갑작스런 상승조류에 기절해서라는 설이 유력하다. 일본에서는 대지진 전에 나타나서 지진을 부르는 물고기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발견되어 지진도래설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아무튼 심해어류가 해변에 나타나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지진 외에도 온난화 등로 인해 심해저의 메탄가스가 녹아 심해어류나 돌고래 등의 죽음을 불러일으킨다는 설과 산갈치의 사체 발견 사이에도 어느 정도의 관련성이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