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의 색깔은 무지개빛?
거짓말에는 색깔이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새빨간 거짓말도 있지만, 세상에는 하얀 거짓말, 노란 거짓말도 존재한다.
“나는 거짓말을 싫어한다. 그러나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기 위해 거짓말을 약간 하는 것은 그리 나쁜 일은 아니다. …영국에서는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거짓말을 하얀 거짓말이라고 하고, 죄 있는 거짓말을 까만 거짓말이라고 한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기 위하여 하는 거짓말은 칠색(七色)이 영롱한 무지갯빛 거짓말일 것이다.” 피천득의 수필 ‘인연’의 한 구절이다.
하얀 거짓말은 속아도 기분 나쁘지 않다. 산에 오를 때 내려오는 이에게 물으면 대개 “다 왔어요. 조금만 더 가면 정상이에요.”라고 한다. 실제로 가보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그 말을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분해 하는 사람들은 없다. 오히려 오르는 이는 그 말에 힘을 얻었으니 도움 주는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O 헨리의 단편 ‘마지막 잎새’도 실은 거짓이다. 그러나 그것은 삶에 희망을 주려는 하얀 마음이 빚은 하얀 거짓말이다.
철부지 꼬마의 노란 거짓말은 어떤가. 학교가기 싫어 꾀병을 앓거나, 주사 맞기 싫어 안 아픈 체하는 것 등이 그렇다. 속이 뻔히 보여도 한쪽 눈을 감을 수밖에 없다. 이런 거짓말은 색깔로 따지면 희지도 검지도 않은, 병아리처럼 귀여운 노란색일 수밖에 없다.
연인들의 내숭이나 거짓말은 연분홍이다. “사랑해”라는 말, “예쁜데”, “멋있어”라는 말은 들을수록 마음이 풋풋해진다. 이런 연둣빛 거짓말들이 오갈 수 있기에 청춘은 상큼하다. 10년 이상을 산 부부들에게서는 ‘듣보잡’일 수도 있는 풋풋한 거짓말이다.
가끔 방송 같은 데서 하라고 하면 억지로 하다가 쓴 웃음을 터뜨리는 부부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핸드폰으로 배우자에게 문자를 보내서 답을 얻어내게 했더니 돌아오는 답은 ‘너 미쳤니’ 같은 황당한 문자여서 보는 사람들은 웃어버리지만, 집에 가서 그 부부는 쌈을 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던 기억도 난다. 하긴 뭐 그 정도에 싸움이 날 거라면 못할 거짓말도 아니겠지만... 그러니 이런 종류의 거짓말은 연둣빛 거짓말이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인간은 하루에 200번쯤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원래 엉큼해서 한 살배기도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갓난아기는 때로 엄마의 관심을 끌기 위해 거짓으로 울고, 배고픈 체 칭얼댄다. 가령 1년11개월 된 아이는 잠든 체하다가 엄마가 부르면 짐짓 코까지 곤다고 한다.
문제는 그 많은 거짓말이 다 하얗거나 노랗지 않다는 거다. 그나마 연두빛이라도 되면 다행이겠는데 그렇지도 않고 새빨간 거짓말이 태반이니 문제다. 아니 사실은, 새빨간 거짓말이 탄로 나도 꿈쩍 않는 이들이 많은 게 더 큰 문제다.
이런 것도 아세요? 여러 색의 거짓 말
검은 거짓말: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속이는 나쁜 거짓말, 그러니까 진짜 거짓말이다.
새빨간 거짓말: 근거가 전혀 없고 이치나 도리에도 맞지 않는 거짓말이다.
하얀 거짓말: 하얀 거짓말을 남을 위해서 하는 악의 없는 거짓말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하는 선의의 거짓말은 텔레비전 아침드라마 제목으로도 떴던 ‘하얀 거짓말’이다.
노란 거짓말: ‘시집 안 간다’는 처녀, ‘밑지고 판다’는 장사치, ‘빨리 죽어야지’라는 노인네의 이른바 3대 거짓말을 말한다.
파란(연둣빛) 거짓말: ‘영원히 사랑할 거야’라는 젊은 연인끼리의 맹세와 같이 결과적으로 거짓말이 될 수 있는 거짓말을 말한다. 연분홍 거짓말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녹색 거짓말: 녹색 경제, 그린 에너지 등이 유행하면서 이에 빚대어 생긴 신조어에 가깝다. 겉은 번지르하지만 내용물은 전혀 그렇지 않은 거짓말이다. 예를 들면 바이오연료를 생산하기 위해 숲을 벌목한다든가 생장이 빠른 유전자 조작 수종을 재배하는 것이 이에 해당하는데,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이익보다 숲과 생태계 파괴로 인한 손해가 더 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거짓말이 되는 것이다.
무지개 거짓말: 이야기를 재밌게 하기 위한 거짓말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