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얼음? 상상에서만 존재하던 일이 벌어진 듯하다. 그것도 물위에 떠 있는 얼음이 불타고 있다. Floating ice candle~ 그러나 이것은 실제 얼음은 아니고 파라핀의 투명도를 절묘하게 매칭시켜서 만든 물에 뜨는 초라고 한다.
차갑게 생긴 얼음에 불이 붙어 있는 모양은 그저 촛불이라 해도 어딘지 환상적인 면이 있다. 불특정한 모양의 각얼음 같은 모양의 이 초의 한 가지 단점이라면 불특정한 모양 때문에 초가 타다가 한쪽으로 기울면 바로 물에 닿아 꺼져버리게 된다는 것이지만 여하튼 매우 로맨틱한 상품인 것 같다.
진짜 불타는 얼음은 이 양초의 별명이 아니라,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메탄 하이드레이트(methane hydrate, 해저나 빙하 아래서 메탄과 물이 높은 압력에 의해 얼어붙어 고체상 격자구조로 형성된 에너지)의 별명이다. 메탄하이드레이트는 해저나 빙하 아래서 메탄과 물이 높은 압력에 의해 얼어붙어 고체상 격자구조로 형성된 에너지로 얼음과 비슷하지만 불꽃을 접근시키면 타기 때문에 '불타는 얼음'으로도 불린다.
손바닥 위에 놓인 얼음덩어리에 불을 붙이면 거침없이 불꽃이 솟아오른다. 그러나 손은 뜨겁지 않고 얼음 녹은 물만 흘러내린다. 이 얼음 불꽃(氷花)은 판타지나 무협소설에나 존재할 법하지만 '가스 하이드레이트'또는 '메탄 하이드레이트'라는 이름으로 지구상에 실존하는 물질이다.
지난 2006년 이 ‘불타는 얼음’이 일본 니가타(新潟)현 조에쓰(上越)시 앞바다 해저(수심 900m)에서 확인됐다고 해서 화젯거리가 되고 우리나라 언론들도 법석을 떤 적이 있는데... 이 진짜도 아닌 불타는 얼음이 발견된 것에 왜 일본 열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까지 흥분하는 것인가? 그 답은 바다 속에서 발견되는 이 '불타는 얼음'이 미래의 에너지 걱정을 녹인다는 점이다.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1990년대 후반에 들어오면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끌기 시작한 에너지원인데, 불타는 얼음은 해저 깊은 곳의 메탄가스가 상승, 동결된 기둥 모양의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생겨난 것이므로 해저면에서 지하 몇㎞에 걸쳐 대량 천연가스가 분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니 산유국 이상의 자원보유를 의미하는 것이도 하다.
석유가 50년 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각 국이 대체 에너지 확보에 혈안이 돼있는 가운데, 대안으로 확실시 되고 있는 것이 바로 메탄 하이드레이트인 것이다. 석유고갈 후 최대의 에너지 자원으로 부각되고 있는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저온 고압하에서 메탄이 물분자내에 결합하여 형성된 얼음같은 고체이다. 이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녹으면서 나오는 메탄은 천연가스가 쓰이는 모든 분야에 쓰일 수 있다. 전 세계에 매장되어 있는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약 2조톤. 향후 200~500년간 사용가능한 엄청난 양이다. 또한 연소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주범인 CO2량은 휘발유에 비해 적으면서도 그 발열량은 월등히 높은 석유보다 고열량의, 그리고 청정자원이다.
석유고갈의 위기를 잠재울만한 엄청난 매장량과 청정에너지로서의 가능성으로 인해 메탄 하이드레이트에 대한 기대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해저에 묻혀있는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합치면 석탄과 석유 등 지구상에 존재하는 전체 화석 에너지 양보다 훨씬 많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하지만 이 불타는 얼음은 범상치 않은 그 이름 그대로 약과 독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연소 과정에서는 물과 이산화탄소만 나오고, 나오는 이산화탄소 양도 석탄의 절반 수준이지만 고체 상태의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시추과정에서 연소되지 않고 그냥 녹으며 나오면 이산화탄소보다 10배 강한 온실효과를 낸다. 시추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적인 위험이 큰 것이다.
이처럼 불타는 얼음의 이러한 중요성에 주목하여 그 채취방법에 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한국이 선두권에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난 2003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흔 교수팀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골칫덩어리인 이산화탄소가 메탄과 분자구조가 비슷한 데에 착안, 단위 구조당 2개의 작은 구멍과 6개의 큰 구멍으로 이뤄져 있는 메탄 하이드레이트 옆에 이산화탄소를 갖다 대고 핵자기공명 장치(NMR)를 이용해 수 나노미터 크기의 메탄 하이드레이트 분자를 확대해 살펴보았더니 격자형 얼음으로 둘러싸인 메탄이 빠져나가며 그 자리에 이산화탄소가 대신 들어차는 모습을 관찰한 결과,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는 시간도 수십분~수시간대로 상업적으로 응용할 만한 의미가 있다는 연구 성과를 얻었던 것이다.
당시 연구팀에 참여한 KAIST 이정원 연구원(박사과정)은 "기존에는 메탄보다 이산화탄소 하이드레이트 구조가 더 안정적이기 때문에 메탄 옆에 갖다 대면 메탄이 모조리 빠져나올 것으로 예상했었지만 실제로 실험을 해보니 그렇지 않았다"며 "파이프로 메탄 하이드레이트 옆에 이산화탄소 1백 정도를 갖다 댈 경우 메탄 64 정도가 회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팀을 이끌었던 이흔 교수는 "기존에는 메탄보다 이산화탄소 하이드레이트 구조가 더 안정적이기 때문에 메탄 옆에 갖다 대면 메탄이 모조리 빠져나올 것으로 예상했었지만 실제로 실험을 해보니 그렇지 않았다"며 "파이프로 메탄 하이드레이트 옆에 이산화탄소 1백 정도를 갖다 댈 경우 메탄 64 정도가 회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팀의 연구는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근호 '에디터스 초이스'난에 선정돼 우수성을 인정받았다."2013년부터 이산화탄소 배출 거래제가 전세계에서 본격적으로 실시되면 온실가스 효과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어떻게 줄여야 하는지를 모두들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기존에는 메탄을 자원으로 활용하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고민해왔는데,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맞바꾸는 이 방법이 실용화되면 자원 채취와 환경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게 될 겁니다."라며 연구성과를 자랑했다.
같은 해 9월 한국 연구팀은 러시아 오호츠크해에서 국내 최초로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대량으로 매장돼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오호츠크해는 러시아가 올해 처음으로 외부 연구팀에 개방한 곳이다. 한국의 해양연구원과 러.일.독 공동 연구팀이 오호츠크해의 사할린 사면과 데러긴 분지 등 2곳에 탐사선을 타고 들어가 4m 깊이의 해양 퇴적물을 시추한 결과,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대량으로 묻혀 있었다. 해양연구원 진형근 박사는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보통 수십m 이상 깊이에서 나오는데 얕은 바다에서도 나오는 것으로 봐 매장량이 엄청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일본은 앞으로 10년 내에 메탄 하이드레이트를 자원화하겠다는 구상 아래 지질조사소 등 국립연구소.일본석유공단과 대학.민간 산업체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통산성 차원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이에 자극받은 미국 또한 의회에서 2000년 지원법안을 통과시키고, 2015년 안에 알래스카의 메탄 하이드레이트를 시추해 이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메탄 하이드레이트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 일본, 캐나다, 독일 등이며, 여기에 한국, 인도, 대만, 칠레도 최근 연구개발에 뛰어들었다.
특히 이들 국가중에서 일본은 적극적인 연구 및 개발 작업에 착수하여 불타는 얼음' 메탄하이드레이트‘의 10년 내 실용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연초에 발표했다. 일본이 앞으로 100년은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이 일본 근해에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다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메탄하이드레이트의 실용화를 위해 일본 경제산업성이 본격적인 개발 작업에 착수했다고 아사히신문 인터넷판이 19일 보도했다. 이미 지난 1월 생산비 시산(試算)에 들어간데 이어 올해 말부터는 캐나다에서 추출 실험을 시작해 메탄하이드레이트 채굴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앞으로 10년 내에 실용화를 마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발 기술이 부족하고, 개발에 돈이 너무 많이 드는 것이 걸림돌이었다. 유정을 뚫으면 지상으로 분출되는 석유와는 달리 고체 형태로 깊은 해저에 잠자고 있는 메탄하이드레이트를 채굴하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 상업적 개발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이제까지 지배적인 견해였다. 아직까지 메탄하이드레이트 생산비가 얼마나 될 것인지에 대한 계산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는데, 일본의 경제산업성은 지난 1월 처음으로 실시한 시뮬레이션을 통한 생산비 시산에서 메탄하이드레이트로부터 추출한 가스가 1배럴당 54~77달러의 가격에 거래될 수 있는 것으로 계산됐다. 현재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원유가격은 배럴당 60달러 안팎으로 배럴당 30달러 정도였던 2년 전과 비교하면 메탄하이드레이트의 가격경쟁력이 엄청나게 높아진 것이다. 경제산업성의 한 고위관리는 "앞으로의 가격 상승을 고려할 때 결국 메탄하이드레이트를 상업적으로 개발하는 날이 틀림없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최근 일본 도쿄대와 해양연구개발기구 등 연구진은 조에쓰시 앞바다 해저에서 무인 잠수정을 활용해 해저면 위로 노출된 메탄 하이드레이트를 확인, 채취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메탄하이드레이트는 생산비가 높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돼 왔지만 국제원유가격의 급등으로 높은 생산비에도 불구하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수준이 높아진데 따른 것이며, 그 최초의 성과가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채굴 기술의 발달로 생산비는 더욱 낮아질 가능성도 크다. 5년 전인 2001년 캐나다에서 처음으로 메탄하이드레이트 채굴 실험이 이뤄졌을 때는 고체 상태 그대로 채굴하는 것이 아니라 구멍을 뚫고 뜨거운 물을 부어 얼음 상태의 메탄하이드레이트를 녹인 다음 분리된 메탄 가스를 빨아올리는 '가열법'으로 채굴이 이뤄졌지만 올해 말 시작되는 채굴 실험에서는 이보다 생산비가 적게 들어가는 '감압법'을 통해 실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경제산업성은 이번 실험을 통해 감압법을 통한 채굴 방법을 확실히 정립한다는 계획이라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이 감압법은 한국 연구팀이 개발한 방식과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너지경제연구소는 이와 관련, "기술적으로는 메탄하이드레이트의 상업화는 이제 막 시작 단계일 뿐이다. 세계를 리드할 기술 개발을 계속 진행시켜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사실 불타는 얼음이 매력적인 청정대체연료임에 틀림없지만 그 채출과정에 많은 비용이 들고, 환경오염 문제까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국제 공동연구가 봇물처럼 일고 있다. 이흔 교수는 "수소에너지처럼 국제적인 컨소시엄을 만들어 공동 연구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당연히 원유소비량 세계7위, 수입량 4위, 에너지의 97%를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메탄 하이드레이트의 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다. 또한 2005년 교토의정서의 발효로 2013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의무 이행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개발경쟁에 뒤늦게 참가한 것이 걱정이지만 한국에게도 희망의 빛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미국, 캐나다, 일본의 메탄 하이드레이트 분포도에서 일치되는 곳, 바로 동해다. 미국 지질조사소, 캐나다 지질조사소, 일본 MH21에서 작성한 메탄 하이드레이트 세계 분포도는 모두 오호츠크해. 동해 등 바로 한반도 주변해역을 매장 추정지로 지목하고 있으며, 특히 울릉도 및 독도 부근 해저에도 다량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는데, 산업자원부 지원 하에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한국가스공사, 한국 석유공사가 1996년부터 연구에 착수, 부존 가능성을 확인했다는데, 그 결과 매장량은 최소 6억 톤으로, 우리나라 30년 분 가스소비량이며 약 252조의 수입대체 효과가 기대된다. 현재 세계 경제를 주무르는 산유국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날도 멀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이미 2003년에 KAIST는 그 채굴기술을 개발하여 실용화를 서두르고 있고 2005년부터는 본격적인 정밀탐사를 실시하는 등 중장기 세부사업에 돌입하였으며 2015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21세기 에너지 안보시대에 해양영토 확보 전쟁이 가속화 되고 있는 지금 아마도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그렇게 애써서 주장하는 것이 이 불타는 얼음과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메탄 하이드레이트의 탐사, 자원확보에 보다 적극적인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며 그 매장 추정지인 독도의 영유권 문제 또한 확실히 매듭지어 둘 필요가 있다. 불타는 얼음 때문에 독도가 불타지 않도록 말이다. 지금 일본의 불타는 얼음 채굴 성공 기사를 보면서 늦었지만 우리도 서두르는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