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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태양이 모닥불로 내리쬐는 서울의 5월은 여름입니다.
더위에 지치고 질주하는 자동차들에 숨 막히고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발끝에 치여 힘들어질 때쯤... 문득 한강변의 '노들텃밭'이 떠올랐습니다. 이렇게 세상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던 도시인들이 일 년 동안 땅을 분양받아 작물을 심어보겠다고 마음먹고 땅을 일구는 곳... 그곳이 궁금해졌습니다.
마음이 결정되자 자리를 박차고 도심 속에서 홀로 푸름으로 물들어 있을 '노들텃밭'을 찾아갔습니다.
멀리 여의도의 63빌딩이 보입니다. 이곳이 노들텃밭 5월의 모습입니다.
땅의 신 하늘의 신에게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시농제를 지내던 황량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밭이랑 이랑마다 채소가 가득 심어져 있었습니다.
아~~ 가슴속으로 시원한 바람이 들어옵니다. 입가에 웃음이 가득 묻어납니다.
각자의 밭에다 좋아하는 농작물을 심고 풀을 뽑아주고 물을 주며 정성을 들여 가꾸는 도시농부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수양버들 늘어진 곳의 원두막에도 한가로움을 즐기는 도시농부들이 보이네요~ 분명히 서울 속이지만 푸른 차양이 가로막고 있는 이곳의 공기는 다릅니다.
알싸한~~ 채소의 냄새... 흙의 냄새가 납니다.
쑥갓, 깻잎, 신선초, 적상추, 로메인 상추, 케일, 열무와 대파까지 다양한 작물을 심어 풀한포기 없게 잘 가꾸어 놓은 밭입니다.
오전내내 일하고 장화는 걸어놓고 집으로 돌아간 농부의 흔적이 느껴지네요~ 작은 밭이지만 각자의 향기로 자라고 있는 채소들... 먹음직스러웠어요.
채소를 키우는 건 무엇보다도 '흙의 힘'이죠!
일주일에 3일은 밭에 나와서 물을 주고 작물들의 얼굴을 보고 돌아가야 마음이 편하다는 도시농부 아주머니의 손길이 바쁩니다. 노들텃밭까지 오는 길이 편하진 않지만 이곳에 들려 밭을 가꾸고 돌아가는 건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하시네요.
이것이 바로 '땅의 힘'이고 '채소의 기운'이 아닐까요~?
흰 장갑까지 끼고 고추 모종의 지지대를 세워주는 꼬마농부도 제법 진지하게 아빠를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농작물 사이사이에 울긋불긋 야생화가 심어져 있는 밭도 있었는데요~ 야생화를 찾아오는 벌과 곤충들이 농작물을 해치는 해충을 없애주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합니다.
유기농 작물을 키우고 예쁜 꽃도 보고... 힐링이 저절로 되겠어요~ ^^
관악구에서 온 김원희씨와 여자친구 이슬기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도시농부라는 제2의 직업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토마토와 여러 종류의 쌈채소를 키워 주말이면 일주일 동안 먹을 채소를 수확한다고 합니다.
"일주일 동안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 이곳에 와서 농사를 짓고 원두막에서 쉬면 마음도 편해지고 좋아요. 신선한 재료로 요리해서 먹는 재미도 있고요~ 도시 사람들에겐 몸을 쓰는 노동이 어느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수확이 있는 노동을 하니까 더 즐겁고 우리가 직접 농사지어서 먹으니까 더 맛있고요."
용산구 신계동에서 온 김정숙씨 부부는 오전에 수확한 쌈채소를 씻어 가져온 도시락 반찬으로 맛있는 점심을 드시는 중입니다. 아삭아삭~ 씹는 소리도 경쾌하고 마트에서 사는 쌈채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향긋함이 전해져왔습니다.
"일주일에 5일은 도시인으로 살고 주말에 텃밭에 와서 농부가 되어 농사짓는 게 저는 너무너무 좋아요. 이렇게 앉아서 보는 것만으로도 채소들이 예뻐요. 자식보다 더 예쁜 것 같아요~ ㅎㅎ"
자식보다 더 예쁘다는 채소들 사진을 찍고... 하늘과 높은 건물이 건너다 보이는 텃밭 한편에 가만히 앉아 바람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곡식이 익어가는 향기... 채소가 몸을 키워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땅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자라는 푸른 채소를 눈에 담으며 앉아 있는 이 시간이 행복합니다. 이렇게 몸과 마음에 땅의 기운 채소의 기운을 가득 담고 세상 밖으로 나서면 다시금 호랑이 기운이 팍팍~! 생기겠죠~?
여러분도 진정한 휴식이 있는 노들텃밭에서 '도시농부의 꿈'을 키워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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