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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창작 자료

취한 배/랭보

작성자시냇물|작성시간23.05.14|조회수50 목록 댓글 0

◈ 시적 비약의 힘 - 상상력


* 내가 지금- 바로 이 순간에-해야 할 일은 이 지루한 횡설수설을 그치고... 모기 소리보다도 더 작은 목소리로 아무도 하지 못한 말을 시작하는 것이다.
- 김수영 시인

* 시는 ’나’라는 존재의 한계를 넘어 시공을 넘어, 세계와 화해하는 극적인 순간에 태어난다.
- 옥타비아 파스(1914~1998, 멕시코, 1990년 노벨문학상 수상)

* 시는 사실과 허구의 교묘한 혼합을 지향한다. 사실인 것도 같고 만들어낸 이야기인 것도 같고 잘 분간이 안 가는 데에 시의 묘미가 있다. 자신의 부족한 체험을 얼마든지 메우고 확장시킬 수 있는 것이 상상력이다.
- 이승하 시인

* 천체 운행이 멈추고, 만물이 교감 조응(照應)하는 순간, 시가 태어난다.
- 이어령 시인

취한 배

랭보(1854~1891, 프)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타고 내려올 때에
이젠 선원들에게 맡겨져 있다는 느낌은 아니었어.
형형색색 말뚝에 발가벗긴 채 못 박아 놓고서
인디언들 요란스레 그들을 공격했었지.

플라망드르산 밀이나 영국산 목화를 져 나르는
선원들이야 내 아랑곳하지 않았지
나의 선원들과 더불어 그 소동이 끝나자
강물은 내 마음대로 흐르도록 날 버려두었지.

격렬한 밀물 요동 속에 밀리며
어느 겨울 아이들 머리보다도 더 귀멀었던 나,
나는 헤쳐 나갔지. 그리고 출범한 반도들은
그보다 더 기승하는 소동을 겪은 적이 없었다.

폭풍우 해상에서 잠깨는 날 축성했고
코르크 마개 보다 더 가벼이 떠돌며, 영원한 희생자들의
흔들 배라고 불리우는 물결 출렁이는 대로 난 춤추었네.
희한 없이 열 날 밤을, 초롱불들의 흐리멍텅한 눈!

초록색 물은 시큼한 사과 속살처럼
어린애들에게 보다 더 부드럽게 내 전나무 선체에 스며들고
청포도주 얼룩들과 토해 낸 찌꺼기들이
키와 갈고리 닻에 흩어지며 날 씻었네.

이제 그때부터 초록 창공을 탐식하는, 젖빛의, 별들이 잠긴,
바다의 시 속에서 난 헤엄쳤네.
거기엔 해쓱하고 넋 잃은 부유물처럼
이따금 상념에 잠긴 익사체가 떠내려 오고

거기엔, 갑자기 푸르스름한 색깔들 물들이며, 태양의 불그스름한
번득거림 아래에 느릿한 착란과 리듬,
알콜보다 더 진하게, 우리의 리라보다도 더 드넓게
사랑의 씁쓸한 바알간 얼룩들 술렁이며 삭아가네!

난 알고 있다네, 섬광으로 찢어지는 하늘들, 물기둥들,
격랑들, 그리고 해류들을, 난 알고 있었지, 저녁녘,
비둘기의 무리처럼 飛翔하는 새벽,
또 난 가끔 보았다네, 인간이 본다고 믿었던 것을!

난 보았네, 신비로운 공포 점점이 박힌 나지막한 해,
머나먼 고대 연극의 배우들 모양의
기다란 보랏빛 응결체들을 비추는 태양을
저 멀리 출렁이는 수면을 굴리는 물결들을!

난 꿈꾸었네, 현란스레 눈 덮인 푸른 밤,
서서히 바다위로 북받쳐 오르는 애무인 양
놀라운 수액들의 순환
그리고 노릇파릇 깨어나 노래하는 인광들을!

내 여러 날 쫓아다녔지. 히스테릭한 암소 떼처럼
넘실넘실 암소들을 덮치는 큰 파도들.
성모 마리아의 빛나는 발이라도
숨 가쁘게 헐떡이는 대양을 억누르진 못했을 거야!

짐작하다시피 난 부딪쳤네, 엄청난 플로리다주와,
꽃무리 속에 인간의 피부를 한 표범들 눈초리가 엉켜 있었고
수레바퀴 테처럼 탱탱한 무지개들,
수평선 아래 바다의 청록색 양떼들과 어우러지고 있었지!

난 보았네, 어마어마한 늪들이 통발처럼 삭아가는 것을,
거기엔 골풀들 안에서 거대한 바다괴물이 통째로 썩어가고!
바다의 고요 한가운데에서 부서지는 물의 붕괴,
그리고 심연을 향해 카르릉 거리는 원방의 물결들을!

빙하들, 은빛의 태양들, 진주모빛 물결들, 잉걸불처럼 바알간 하늘들!
갈색 물구비 복판에 꼴사나운 좌초물들,
거기엔 빈대들이 할퀴어버린 거대한 뱀들
시커먼 냄새 풍기며 비틀린 나무들처럼 쓰러져가고!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으리, 푸른 물결의 그 만새기들, 그 황금색
물고기들 노래하는 물고기들을,
꽃모양 물거품들이 항상 나의 출범을 어르고
형언할 수 없는 바람들은 시시각각 날개 치듯 날 스쳤네.

이따금 극지와 지대들에 지친 순교자처럼
바다는 흐느낌으로 내 몸을 부드러이 흔들어대며
노란 통풍창 뚫린 그늘의 꽃들을 내게로 올려 보내고
난 거기 쪼그리고 있었네, 무릎 꿇고 거의 넋 잃은 채.

섬처럼 내 뱃전 위로 달라붙은 하소연을 뿌리치고,
금빛눈을 빈정거리는 새들의 똥무더기를 가르며
나는 떠내려갔네. 어렴풋이 날 스쳐간 혼백들
다시금 뒷전으로 잠잠히 가라앉더라!

해서 난, 길 잃은 배되어 머리카락에 휘감기듯
폭풍에 말려 새도 없는 창공으로 내던져졌지.
모니토르 군함들도 한스 조합의 범선들도
물에 취한 내 몸뚱아리 건지지 못했을 나.

자유로이 보랏빛 안개를 타고, 피어올라
불그스름한 하늘을 돌파할 나, 벽을 돌파하듯
훌륭한 시인들에 바치는 별미의 과일 쨈처럼,
태양의 地衣들이며 창공의 넝마들을 걸친 나,

반달 전구들 점점이 박혀, 미쳐 날뛰는 판자처럼,
검은 해마들 호송 받으며 달음질치는 나,
군데군데 타오르는 구덩이 난 군청색 하늘을
칠월의 몽둥이 삿대질로 무너뜨릴 때,

50리 밖에서, 발정하는 베헤못과 어마어마한 말스트롬 돌풍이
우는 소리를 느끼며 전율하는 나,
푸르른 부동으로 영구히 실을 잣는 자, 나는
고대 흉벽들이 늘어선 유럽을 애석해 하노라!

난 보았네 항성의 군도들을! 그리고 열광하는 그곳 하늘
항해자에게 열려 있는 섬들을,
- 바로 이 끝없이 깊은 밤들 사이에 그대 잠들어 달아나는 건가
백만의 황금새들, 오 미래의 활력이여?

하지만, 정말이지, 난 너무나도 흐느껴 울었네! 여명들은 비통하고
달이 온통 잔혹하고 해는 온통 가혹하고,
쓰디쓴 사랑은 취기 어린 마비 상태로 날 부풀렸네.
오 나의 용골을 터뜨리라! 오 날 바다로 가도록 하라!

내가 유럽의 물 갈구한다면 그것은 바로
검고 차가운 웅덩이, 거기엔 향긋한 황혼을 향해
슬픔에 겨워 쇠잔한 한 아이 쪼그리고
가벼운 배 한 척 5월의 나비처럼 떠 있는 곳.

오 물결들이여, 그대들 무기력함에 휩싸인 나,
이제는 목화 짐꾼들로부터 그들의 자국 지울 수 없네,
깃발들과 불길들의 오만함 가로지를 수도 없네,
이제는 부교들의 험악한 눈들 아래에서 헤엄칠 수도 없네.



■ 아르튀르 랭보(Jean Nicolas Arthur Rimbaud)

프랑스 상징파의 시인(1854~1891). 17세 때 시집(詩集)을 발간하였고, 19세에 베를렌과의 동성애 생활이 파탄에 이르자 문학과 인연을 끊고 37세로 죽기까지 유럽, 미국, 아프리카 등지를 방랑하며 여러 가지 직업에 종사하였다. 근대 사회의 허위와 전통, 그리고 모든 권위에 반역하였으며, 언어의 표현력이 극한에 달했다고 하는 시와 시론 등은 후기 인상주의나 초현실주의에 큰 영향을 주었다.
◆ 상상력을 통한 시의 ‘논리적 비약’

시적 언어는 창조적 상상력을 통해 논리적 비약을 감행하는 언어다. 논리적으로 설명된 것은 시가 주는 긴장과 재미가 결여된 따분한 글(비시)이 되고 만다. 상상력은 일상적 언술이나 이성으로 다가가기 힘든 시적 진실을 논리의 비약을 통해 표현해 낸다. 시는 다만 제시하는 것으로 끝나고 독자의 상상력을 통해서 추측하게 한다. 논리적 흐름을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를 생략하고 뛰어넘는다. 잃어버린 간극을 채워 내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독자는 시의 내적 구조와 문맥을 통해 상상력으로 행간을 읽어내며 나름대로 설명을 가하며 감상이고 이해한다.

◆ 상상력을 바라보는 두 관점 - M. H. 에이브럼스(Abrams, 미)


1. 거울(모방) 관점: 고전주의적 문학관

‘상상력 그 자체는 기억의 작용이니까 기억이 시의 기능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마 진실일 것이다. 내가 모르는 것을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우리들의 상상력이라는 것은 우리가 이전에 경험한 것을 기억하여 그것을 어느 다른 환경에 적용하는 능력이다.’
- 스펜더(Sir S. Spender, 1909~1995, 영)


2. 불꽃(창조력) 관점 : 낭만주의적 문학관

· ‘비사실적, 부재한 사물들에 대한 사고의 일종, 기억도 지각도 아닌 구체적인 재현을 사람들은 상상력이라고 부른다.’
- 베르그송(Henri Bergson, 1859~1941, 프)

· ‘상상력은 새로운 창조를 위해 융합하거나 혼합하는 것이다. 상상력의 본질은 주관과 객관의 혼연일치에 있다.’
- 코울릿지(S.T. Coleridge, 1772~1834, 영)

‘여기서 ’주관과 객관의 일치‘란 일상적인 상태의 종합이나 합일이 아니라 그 대상이 한데 융화되어 새롭게 재창조됨을 말해주는 것이다. 주관과 객관, 즉 자아와 대상이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융화되어 존재한다. 대상으로서의 사물은 물질성 너머에 존재하는 의미의 세계를 담아낼 수 있는 도구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이성을 통해 대상을 인식하고 분석하는 고전주의적 관점과 다르다.

◆ 상상력 은폐의 시


여기서부터, 멀-다
칸칸마다 밤이 깊은
푸른 기차를 타고
( )꽃이 피는 마을까지
백년이 걸린다.

- 서정춘, '( )篇1 - 여행' 전문


* ( ) 을 한 번 상상해 보세요^^

◆ 상상력 노출의 시


그대의 허리에서 그대의 발을 향해
나는 기나긴 ( )을 하고 싶다.

나는 벌레보다 더 작은 존재

나는 이 언덕들을 지나간다.
이것들은 귀리빛깔을 띠고 있는
오로지 나만이 알고 있는
가느다란 자국들을 갖고 있다.
몇 센티미터 정도의 불에 데인 자국들을
창백한 모습들을

여기 산이 하나 있다.
나는 거기서 절대로 나오지 않겠다.
오오 얼마나 거대한 이끼인가!
그리고 분화구 하나와 촉촉이 젖어 있는
불의 장미 한 송이가 있다!

그대의 다리들을 따라 내려오면서
나선형을 그리며 생각에 잠기거나
혹은 여행하면서 잠을 자다가
마치 맑은 대륙의
단단한 꼭대기들에 이르듯이
둥그런 단단단함을 지닌 그대의 무릎에 나는 도달한다.
그대의 발을 향하여 나는 미끄러진다
날카롭고, 느릿하고.
반도(半島) 같은 그대 발가락들의
( ) 개 갈라진 틈새로,
그리고 그 발가락들에서
하얀 ( )의 허공으로
나는 떨어진다. 눈 멀고
굶주린 채 그대의 타오르는 작은 ( ) 모양의
윤곽을 찾아 헤매이면서!


- 파블로 네루다 '벌레' 전문


* ( ) 을 한 번 상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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