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subject)'의 어원과 철학적 의미 변화(라이너)
어원적 기초
'Subject'라는 단어는 라틴어 'subiectus'에서 유래되었으며, 이는 "아래에 놓인" 또는 "복종된"을 의미합니다 . 'Subiectus'는 라틴어 'sub-icere'에서 파생되었는데, 여기서 'sub-'는 "아래, 밑에, ~에 가까운"을 의미하고, 'iaciō' 또는 'iacere'는 "던지다, 내던지다"를 뜻합니다 . 따라서 어원적으로 'subject'는 "아래에 던져 놓다", "아래에 두다", 또는 "복종시키다"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 고대 철학에서 'subject'의 라틴어 어원인 'subiectum'은 그리스어 'ὑποκείμενον'(아래에 있는 것)의 번역어로 사용되었으며, 이는 사물의 근본적인 바탕이나 기층을 의미했습니다 . 즉, 초기 의미에서 'subject'는 어떤 것을 지탱하는 토대나 기초를 나타냈습니다 . 동시에 이 단어는 권력에 복종된 신민을 뜻하는 정치적 의미도 포함했습니다 .
근대 철학에서의 의미 역전
근대 철학, 특히 데카르트 이후 'subject'의 의미는 크게 변화했습니다 . 데카르트에게 있어 'subject'는 더 이상 확장되지 않는 생각하는 존재이며, 반대로 'object'는 생각하지 않는 확장된 존재입니다 . 근대 철학자들은 'cogito ergo sum'(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와 같이 생각하는 자아, 즉 '나'를 모든 지식의 토대로 삼아 '주체'의 지위를 격상시켰습니다 . 이 시기에 'subject'는 "세계를 비추고 규정하는 중심"이 되었으며, 모든 것의 토대이자 자율적이고 이성적인 존재로 이해되었습니다 . 현대 철학에서는 개인의 독특한 의식적 경험이나 관점을 가진 개체를 의미하는 '철학적 주체'의 개념이 등장했습니다 .
철학적 아이러니와 현대적 해석
'Subject'라는 단어는 어원적으로 "아래에 던져진 것, 복종된 것"을 의미했지만 , 근대 철학은 이를 "모든 것을 복종시키는 중심"으로 전환시켰습니다 . 이러한 의미의 이중성은 'subject'라는 단어 하나에 피지배자와 주권자가 동시에 포함되는 철학적 아이러니를 낳았으며 , 이는 푸코(Foucault), 알튀세르(Althusser), 레비나스(Levinas)와 같은 철학자들의 비판적 사고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
현대 철학에서 '주체' 개념은 다양한 방식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
- **푸코(Foucault)**: 푸코는 주체가 자기 지식과 타자에게 복종함으로써 생산된다고 주장하며, 권력과 지식의 분석을 통해 주체의 형성 과정을 탐구했습니다 . 후기 작업에서는 주체의 윤리적 잠재력과 자기 창조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 푸코의 관점은 주체가 권력에 내재되어 있으면서도 저항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존재로 해석됩니다 .
- **알튀세르(Althusser)**: 알튀세르는 이데올로기가 개인을 주체로 호명(interpellation)한다고 보았으며 , 주체를 국가 권력에 복종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설명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 그는 이데올로기의 역할을 재정의하여 자의식적이고 총체화된 주체의 중심성을 대체하고자 했습니다 .
- **레비나스(Levinas)**: 레비나스는 "총체성"의 개념을 이론적인 것으로 보고 "무한성"을 윤리적 범주로 이해했으며 , 주체가 자기 창조 능력이 없으며 타자에 의해 불려지는 존재라고 보았습니다 . 그는 주체가 타자의 고통을 느끼는 윤리적 존재임을 강조했습니다 .(존재론보다 윤리의 우위)
이러한 철학적 논의들은 '주체' 개념이 단순한 "아래에 던져진 토대"에서 "세계를 규정하는 중심"으로, 그리고 다시 "다양한 사회적, 권력적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복합적인 존재"로 변화해왔음을 보여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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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식 주체 개념은 서구 근대철학의 핵심을 이루며 이성에 기반한 자율적 주체를 확립했지만 , 이로 인해 여성, 유색인종, 식민지인 등 특정 집단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
데카르트식 주체 개념과 차별의 철학적 분석
1. 데카르트적 이분법
데카르트는 철학의 출발점을 더없이 자명하고 확실한 것으로 삼고자 했으며 , 모든 것을 의심하는 '방법적 회의'를 통해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는 명제에 도달했습니다 . 이 명제는 '나'라는 주체가 신의 존재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확실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존재임을 의미하며 , 중세의 신 중심적 관점에서 벗어나 근대 철학이 신으로부터 독립하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 데카르트는 정신과 신체를 분명하고 극단적으로 구분하는 심신이원론을 주장했는데 , 이는 생각하는 것(정신)과 연장되는 것(물질)으로 모든 실재를 나누고 , 인간(정신적 존재)과 자연(사물적·물체적 실체) 사이에 확고한 구분선을 그었습니다 . 그의 이러한 주체 개념은 서구 모더니티의 중심 사상이 되었습니다.
2. 데카르트식 주체 개념과 차별
데카르트의 주체는 외부와의 관계없이 내면에서 이성을 통해 정립되는 개념으로 , 이는 다른 주체들을 배척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습니다 . 특히 근대 주체 중심 철학은 자신의 체계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 타자들을 배척했으며, 이는 독일의 나치와 같은 전체주의 사상, 인종차별과 세계대전의 발생에 영향을 주었다고 비판받기도 합니다 .
데카르트식 주체 개념은 서구 근대철학의 핵심으로 이성에 기반한 자율적 주체를 확립했지만, 이로 인해 인간 중심주의적 이분법적 사고를 강화하여 여성, 유색인종, 식민지인 등 특정 집단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또한 자연을 객체화하고 기계론적으로 인식하여 자연 파괴와 생태 위기의 근간이 되었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
데카르트식 주체 개념의 주요 문제점
1. 인간중심주의와 자연의 대상화
데카르트는 인간의 이성이 신의 완전함을 본받은 것이라고 보았고 ,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명제를 통해 인간 정신을 최종 심급으로 상정했습니다 . 이러한 철학적 시도는 인간 존재의 기반을 사유의 정신에 두면서 신의 자리를 대체하고 , 근대 문명 발달의 기초를 마련했습니다 . 그러나 이는 인간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동물을 '자동기계'로 규정하는 데카르트적 인간중심주의로 이어졌습니다 . 데카르트가 본 자연은 기계와 같았으며 , 그의 이원론은 정신과 신체, 인간과 자연을 극단적으로 구분하여 자연을 사물적이고 물체적인 실체로 간주하게 만들었습니다 . 이는 자연을 물질이나 자원으로만 보고 착취를 정당화하는 기계론적 세계관으로 발전했으며 , 신고전파 경제학의 환경 도구적 계산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 인간중심주의는 인간만이 도덕적 지위를 지닌다고 보고, 인간 이외의 모든 존재를 인간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여깁니다 . 이러한 도구적 자연관은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자연이나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무분별한 개발을 가속화시켰습니다 .
2. 타자와의 단절 및 자기 고립적 주체
데카르트의 주체 개념은 철저하게 '나'와 '너'를 구분하며 자기 고립적입니다 . 그는 외부 세계와 타자를 의심하고 회의했지만, 그들과의 연결성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 김상봉은 이러한 서양 철학의 전개를 '나르시스의 꿈'이라고 명명하며 , 자아를 오직 자기 안에서 정립하려는 시도를 비판했습니다 . 데카르트의 사유는 타자적 주체가 들어설 자리를 남겨두지 않아 폐쇄적이고 공존 불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 이는 타인에 대한 공포, 즉 수동성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된다고 분석됩니다 . 결과적으로 이러한 주체 개념은 타자와의 상호연결성 대신 상호배타성에 기반을 두어 불완전하고 독단적인 '홀로-주체'를 형성하게 됩니다 .
3. 심신 이원론의 한계
데카르트는 정신과 신체를 명확히 구분하는 심신이원론을 주장했습니다 . 그는 정신이 신체 없이도 존재할 수 있다고 논증했는데 , 이는 생각하는 것(정신)과 연장되는 것(물질)이 구분되는 것으로부터 비롯됩니다 . 이원론적 사고는 인간을 이성적 주체로 인식하는 서구 모더니티의 중심 사상이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심신 이원론은 신체의 영역을 회의와 의심의 영역으로 던져주고 정신의 영역을 극도로 강조하여 인간 존재가 우월하다는 사고로 이어집니다 .
4. 과학기술 과신 및 생태 위기 초래
데카르트의 기계론적 자연관은 근대 산업 혁명과 과학 기술 문명 발달의 근간이 되었지만 , 동시에 '자연의 죽음'이라는 문제와 전 지구적 위기를 초래했습니다 . 인류세 담론은 인간의 활동이 지구 시스템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 지구가 인류의 수용 한계를 넘어섰다는 과학자들의 문제의식을 반영합니다 . 에코모더니스트들은 과학기술을 통해 생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태도를 보이며 , 이는 데카르트의 과학기술에 대한 과신과 오만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 이러한 관점은 자연을 '죽어있는 것'으로 상정하는 데카르트의 기계론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며 , 인간중심주의와 근대 이원론적 사고방식이 낳은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
5. 각종 차별의 근원
여성 차별
데카르트의 정신과 신체의 이원론은 남성적 주체성과 여성적 신체성을 대립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는 이성적 주체로서의 여성 존재의 가능성을 은폐하고 차단하는 가부장제적 성차별 및 여성 억압을 야기했습니다. 프랑수아 풀랭 드라바르 같은 초기 페미니스트 사상가는 데카르트 철학의 '편견' 개념을 여성 문제에 적용하여 여성의 '타고난' 열등성이 문화적 편견에서 비롯되었음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여성혐오는 여성에 대한 혐오, 멸시, 뿌리 깊은 편견을 의미하며, 이는 성차별, 여성에 대한 부정과 비하, 여성에 대한 폭력, 남성우월주의를 포함합니다 .
인종 차별
근대 주체 중심 철학은 자신의 체계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 타자들을 배척했으며 , 이는 독일의 나치와 같은 전체주의 사상, 인종차별과 세계대전의 발생에 영향을 주었다고 비판받기도 합니다 . 칸트의 인종 이론은 인종 분류의 가능성을 함축하는 '인종주의(racialism)'를 주장했고, 그는 사망 직전까지도 백인 인종의 '완전성'과 비백인 인종의 무능함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습니다 . 서구에서 인종차별과 혐오 문제는 근대의 식민지 개척과 정복 전쟁을 통해 형성된 수직적인 지배-피지배 구조에 그 뿌리가 있습니다 .
소수자 차별
들뢰즈와 가타리는 소수자-되기를 표준과 상수에 관련하는 다수와 대립하는 개념으로 사용하며, 다수적 사실은 표준적 인물로부터 나오는 분석적 사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성인 남자 인간은 수적으로 적더라도 다수라고 간주될 수 있는데 , 이는 표준화된 할당과 통제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소수자-되기임을 의미합니다 . 이 개념은 언어의 기표적이고 의미작용적인 사용과 강도적인 사용을 대비시키며 , 성별, 인종, 계층 등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차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제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