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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소개

김언희 시모음

작성자시냇물|작성시간24.04.30|조회수556 목록 댓글 0

https://naver.me/x1g0PNUn


[김언희 시인 시모음]


가족극장, 클레멘타인


아버지는 죽어서
숟가락이 되었어요

넓고 넓은 바닷가에

숟가락이 되어
내 숟가락 뒤에 포개졌어요

오막살이 집 한 채

수저통 속은
비좁구나, 딸아

고기 잡는 아버지와

내 젓가락 사이로 아버지
젓가락이 파고들어요

철모르는 딸 있네

아버지가 된 숟가락이
아버지가 된 젓가락이

내 사랑아 내 사랑아

아버지 숟가락으로 밥을
먹어요 아버지를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쪽쪽 빨아요 넓고 넓은
바닷가에



거미


가을이다 한쪽 귀가 툭 떨어져 국그릇에 잠긴다

하루 세 끼의 극약과 세 알의 독약으로 연명하는 거미

극(極)과 독(毒)으로 내공을 쌓는/ 독거미/ 허공의 대갈통을 끌어안는/ 거미/ 거미가 다 된/ 거미/ 혼잣말을 하는/ 거미

거미는 허공에 대고 대화를 시작한다 허공에 대고
인사를 한다 그리고

없는 문을

닫는다



늙은 창녀의 노래 4


이런, 짖는군
뜨끈뜨끈한
수육이, 짖어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수육을
젓가락으로 뒤적거리며, 배다른 생이
낄낄거린다. 이봐
탕, 짖었어?
날 보고
꼬리를 흔들었댔어?
뚝배기 속에서?



그 섬에 가고 싶다


모듬회 접시 한 가운데에
그 섬이
있다

난자당한 살점들에 에워싸여 있는, 그
섬에

닿고
싶다


모과


죽어서
썩는
屍臭로밖에는 너를
사로잡을 수 없어

검은 屍班이 번져가는 몸뚱어리
썩어갈수록 참혹하게
향그러운

이 집요한, 주검의
구애를

받아 다오
당신



모나리자 화장지


그 여자, 입 없는
그 여자, 이빨도 혓바닥도 없는
그 여자, 혀를 주면 혀를 삼키는 삼키고 삼키고 삼켜서 두루마리
혓바닥으로 감겨 있는
그 여자, 살균 표백된
그 여자, 희고 부드러운
그 여자, 하늘하늘 풀려내리는
그 여자, 적당한 길이에서 당신이 쓰윽
끊어

뒤를 훔치는


미꾸라지 숙회

희망, 희망 하시니까 드리는 말씀인데요
미꾸라지 숙회라는 음식을 잡숴보셨는지요
산청 생초 명물이죠
기름 둘러 달군
백철솥 속에
펄펄 뛰는 미꾸라지들을 집어넣고
솥뚜껑을 덜썩이며 몸부림치고 있는
미꾸라지들 한가운데에
생두부 서너 모를 넣어주지요
그래 놓으면
서늘한 두부살 속으로
필사적으로 파고들어간 미꾸라지들이
두부 속에 촘촘히 박힌 채
익어나오죠
그걸 본때 있게 썰어
양념장에 찍어 먹는 음식인데요
말씀하시는 게, 그
두부모 아닌가요
우리 모두 대가리로부터 파고들어가
먹기 좋게 익혀져 나오는
허연 두부살?


밀담(密談) I


의자마다 목 떨어진 난쟁이가 앉아 있다면, 천 년 전부터 끓던 국물이라면, 추행하는 자와 추행 당하는 자의 이름이 같다면, 그 이유의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면, 계단 아래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지독한 염병이라면, 다음 기차가 30년 뒤에 온다면, 애인의 아버지가 네 어머니라면, 농담이라면, 구멍이 흘리는 농담, 아주 오래 된 농담이라면, 종점보관소에 보관된 더러운 쟁반이라면, 침대 발치에 미동도 없이 난쟁이가 앉아있다면, 슬며시 네 발목을 쥐고 있다면, 채널을 돌려도 돌려도 똑 같은 장면이 나온다면, 매 분 매 초가 절정이라면, 절정에서 절정으로, 막간 없는 極樂이라면,



볼레로


1
신음, 발효, 악몽, 侵水를 막고 있는 백지 한 장, 시는, 쓰자마자, 시가, 아니다

2
섹스의 찌꺼기, 딸꾹질의 찌꺼기, 불안의, 환멸의, 시의, 좌절의 찌꺼기, 너는 대입하는 X의 값, X의 화대에 따라 다른 답이 나오는 음탕한 방정식


3
각막에 붙은 껌, 치모에 붙은 불, 이를 갈아대면서 웃는 거품 속의 개, 입은 없고, 혀만, 있다, 리본처럼 너훌너훌 공중을 부유하는

4
가공할 망상의, 음부, 망상의 분비물, 너는 네가 죽인 것을, 먹는다, 鳥葬, 새벽 세 시의 鳥葬, 人肉을 먹이는, 먹는, 앵무, 謹弔, 謹弔, 謹弔, 귀를 씹는 앵무


5
숙련된 갈보의, 산들거리는, 문자의, 恥毛, 리플레이, 리플레이, 리플레이 되는 집요한, 荒淫의 트랙, 시는, 쓰자마자,



아침마다 그것은


1
아침마다 그것은 냄새 나는 구두 속에서 태어난다
아침마다 그것은 뱃속을 구긴 신문지로 채운다
아침마다 그것은 그것이 어제 죽인 것을 복도에서 만난다
아침마다 그것들은 서로의 면상에 침을 뱉어 아침인사를 나눈다

2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것이 아닌 것이 날이면 날마다 온다

날이면 날마다 그것 같은 것이 생긴다
그것 같은 것이 그것에게 말한다

너, 집에 가!

3
빌린 칼로 그것이 그것의 목구멍에서 까마귀를 파낸다 빌린 칼로 그것이 그것의 밑구멍에서 까마귀를 파낸다 애인 없는 그것의 더러운 고독 그것이 그것을 흉기처럼 뚫고 나온다 그것은

달래어지지 않는다


4
더러운 해안의 쓰레기들과 더불어 떠밀려 다니면서 그것이,
있지도 않은 계단을 굴러 떨어지면서 그것이,
분필처럼 분질러지면서 그것이,

5
눈 위에 찍힌 토끼 발자국
눈 위에 찍힌 거짓말의 발자국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사거리에 그것은 서 있다
새들이 함부로 똥을 싸지르고 사는 표지판처럼
비스듬히 기울어진 채 ......



앵무새


앵무새가
웃었지

죽은 눈이 뽑히고
죽은 배가 갈라진 앵무새가 웃었지

앵무새의 복부에서
썩는 물이
웃었지

이상한 열매 죽은 개가 열린 나무 아래서
입 속의 혁대를 풀어
쥐고, 웃었지

줄 끊어진 그네 위에서 웃었지, 그랬지

빨간 털실로 잘린 목을 꿰매 붙인
앵무새가 웃었지

자물통처럼
웃었지



여섯시


여섯 시가 되었나
아직 아니다

살덩이는 털 속에서 자고 있다

여섯 시가 되었나
아직 아니다

두개골의 천장에서 손바닥만한 회반죽이, 펄썩
떨어진다

여섯 시가 되었나
아직 아니다

똥이 목젖까지 차 오른다

여섯 시가 되었나
아직 아니다

빗물받이 드럼통 속을 둥둥 떠다니는 쥐새끼
대가리 떨어진 쥐새끼

여섯 시가 되었나
아직 아니다

점점점 벌어지는 기계의 목구멍

여섯 시가 되었나
.........


예를 들면


예를 들면, 백 년 동안 장롱 아래 깔려 있듯이, 깔린 채 팔만 개의 막대사탕을 빨듯이,

예를 들면, 흡혈귀 이상으로 흡혈귀가 되어가듯이, 하루도 남의 피를 빨지 않고는 살 수 없듯이,

예를 들면, 장님이 되어가는 사람의 하나 남은 눈동자를 후벼 먹듯이, 하나뿐인 출구가 매독 걸린 입이듯이,

예를 들면, 그것의 피를 묻히지 않으려고 이것의 피를 묻히듯이, 뭔가를 안 하려고 뭔가를 하듯이,

예를 들면, 주방기구와 섹스하듯이, 너무나 모멸적인 섹스 파트너, 그것이 너를 삼키듯이 토해내듯이,

예를 들면, 어제가 기억나지 않듯이, 어제 뭐 했지? 어제 머 했더라? 1분도 기억나지 않듯이,

* 장님이 되어가는 사람의 하나 남은 눈동자. 마야코프스키



왜, 모조리


장바구니를 들고 오늘은 또 무엇을
똥으로 만들어줄까
미나리 상추 쑥갓
바지락 피조개
펄펄 뛰는 저 도다리란 놈을 똥으로
만들어 버려......?
항문을 쩝쩝 다시며 지나가는
과일전 좌판 위에
황도 백도 천도 복숭들
등천하는 저 향기를 구린내로
저 신선한 과육들을
똥으로 만들어 버리는 무서운
분뇨의 회로 나를
거치면 모든 것은 왜
심지어 당신, 심지어
하느님까지, 내게서
나오는 것은
왜 모조리



의자였는데


의자였는데
내가앉으니도마였다
베개였는데
내기베니작두였다
사람이었는데내가안으니
내가안으니포장육
손톱발톱이길어나는포장육
막다른데가따로없었다
꽃한송이꽃절벽
사람하나사람절벽
여기이절벽에서저기저
절벽으로내입에서내어놓은
거미줄에매달려간댕
간댕건너간다끊어
질듯끊어질듯



이봐, 오늘 내가


문이, 벌컥
열리고 헐레벌떡 추억은
되돌아온다 마치 잊은 것이라도 있다는 듯이
추악한 삶 보다 끔찍한 것은 추악한 추억
까마귀 고기를 먹어가며 추억은
정욕과 망각의 까마귀 나를
구워 먹으며 추억은
나보다 오래
살 것이다 헐떡거리며 추억은 백 살까지
발기할지 모른다 이미
백 살일까, 이봐
오늘 내가
백 살이야?



집 274


1
얘야 집이
어디니
네 집으로 가거라
아버지가 계시는 곳으로
아버지가 계시는 곳이 네 집이란다 얘야
이제 그만 집으로 가거라 아버지가
기다리시지 않겠니 식탁 위에서
아버지의 의수가
변기 속에서
아버지의 개눈이 기다리지 않겠니
기다릴 거야 얘야 침대 속에서
아버지의 의족이 물잔 속에서
아버지의 의치가 이빨을
딱딱딱 마주치며
기다릴 거야


2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너를 기다리고 있지 않는 집으로 너는 돌아간다 한 번도 집이었던 적이 없는 집으로 그 집에서 너는 한 번도 밥이었던 적이 없는 밥을 먹는다 경멸과 면박의 망각과 질식의 더운밥을 먹는다 외눈박이 집 추잡한 의처의 집에서 너는 한 번도 잠이었던 적이 없는 칼잠을 잔다 한 번도 꿈이었던 적이 없는 꿈 매일밤 똑같은 꿈을 꾼다 하루밤도 빠짐없이 한 장면도 빠짐없이 배려의 손길이 죽음의 손길인 그 집에서




트렁크


이 가죽 트렁크

이렇게 질겨빠진, 이렇게 팅팅 불은, 이렇게 무거운

지퍼를 열면
몸뚱어리 전체가 아가리가 되어 벌어지는

수취거부로
반송되어져 온

토막난 추억이 비닐에 싸인 채 쑤셔박혀 있는, 이렇게

코를 찌르는, 이렇게
엽기적인






비가 내리고
정신없이
칼을
찾고 있지 비가
내리고 투명한 벌레들이
실실이 내리고 손아귀에 칼이
돋아 있지 유리창에
벌레들이
주르르
미끄러져내리고 정신없이
정신없이 칼
버릴 데를
찾고 있지 빨래줄 위에
벌레들이 곰실거리지 칼날에서
식은땀이 뚜둑
뚜둑 떨어지지 비가
내리지 벌레비
눈썹 위에
허옇게 알을
슬지 손아귀에 들붙어
떨어지지 않는
칼을 으적
으적
씹고 있지




허불허불한


막차를 놓치고
저녁을 떼우는 역 앞 반점
들기만 하면 하염없이 길어나는 젓가락을 들고
벌건 짬뽕국물 속에서 건져내는 홍합들…… 불어터진
음부뿐이면서 생은, 왜
외설조차 하지 않을까
골수까지 우려준 국물 속에서
끝이 자꾸만 떨리는 젓가락으로 건져올리는
허불허불한 내 시의
회음들, 짜장이
더글더글 말라붙어 있는 탁자 위에서
일회용 젓가락으로 지그시
빌려보는, 이
상처의

모독의

시, 시, 시, 시울들………



김언희

1953년 경남 진주 출생
198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 시집
[트렁크] (세계사, 1995)
경남 진주의 토박이 시인 김언희씨의 첫 시집 〈트렁크〉(세계사)는 읽는 사람을 고통스럽게 한다.죽음과 시체,고름 흐르는 욕정과 가학적이거나 피학적인 성교의 이미지로 가득 찬 그의 시세계를 고통과 환멸의 축제라 이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왜곡된 욕망이 배태하는 끔찍한 현실을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포착하는 김언희씨의 시는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 (민음사, 2000)

95년 시집 '트렁크'로 화제를 모았던 진주 시인 김언희가 새로운 파란을 예고하고 있는 문제작. 도발적이고 엽기적이며 가차없는 언어들로 괴기스런 지옥을 연출한기도 하고, 번뜩이는 광기와 노골적인 악마성, 추악한 범죄의 냄새, 그리고 역겨운 환상, 이 모든 것들이 반죽되어 비현실적인 악몽의 느낌을 주는 끔찍스런 지옥이 나타난다는 잔혹한 고통을 안겨 준다.김언희의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는 자서부터가 도발적이다. 임산부나 노약자는 읽을 수 없습니다. 심장이 약한 사람, 과민 체질,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읽을 수 없습니다. 이 시는 구토, 오한, 발열, 흥분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드물게 경련과 발작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이 시집 속에서 낭만이나 서정, 아름다움 따위를 구할 생각일랑 아예 말라는 경고다. 아니나다를까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 속에는 토막난 시체와 비그러져 나온 내장, 악춰나는 오물들을 버무려 놓고 독자가 걸려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김언희의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는 [트렁크] 의 엽기적 상상력과 잔혹하고 비극적인 세계 인식을 일층 발전시키고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온갖 공포와 폭력과 쾌락과 배설이 이 시집 속에 가득히 흩뿌려져 있다. 창 밖으로 '벌레비가 주르륵 미끄러져 내리는'가 하면 공중으로는 '덜렁거리는 좆'을 단 나비가 날아다니고, 내 머리 위에 '돼지 대가리가 달리는'가 하면 어느 순간 나타난 정체불명의 구멍은 '내 머리를 옴쭉옴쭉 씹어 삼킨다'. 이처럼 그로테스크한 육체이미지와 도발적인 성적 은유는 시집 어디에서고 느닷없이 출몰한다. 그리고 그것은 알 수 없는 위협과 불안을 조성한다. 이 형용할 수 없는 위협과 불안과 공포야말로 김언희 시를 추동해 내는 주된 동력이며 그녀가 인식한 이 세계의 모습과도 맞닿아 있다. 인간의 실존을 배반하는 위험하고 폭력적인 힘들로 가득한 세계 말이다. 이 시집의 1, 2부는 바로 그같은 세계의 살풍경을 모골이 송연하게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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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펌] [김언희 시인 시모음]|작성자 허쉬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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