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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들레르 시 모음
샤를르 보들레르(Charles-Pierre Baudelaire)
시인 (1821년 ~ 1867년)
1857년 : 6월 25일 「악의 꽃」 출판 -외설죄로 법정에 피소됨
1861년 : 2월에 「악의 꽃」 再版 발매
1864년 : 「파리의 우울」, 「소산문시(小散文詩)」발간
1867년 : 8월 31일 46세를 일기로 사망
초기
보들레르의 아버지 프랑수아 보들레르는 나이 많은 홀아비로서 1819년에 지참금이 없는 젊은 여자와 결혼했다. 결혼을 통해 사치와 안정을 얻기 원했던 이 여자는 그 꿈을 단념하고 프랑수아 보들레르와 결혼한 것이다. 보들레르는 그들의 유일한 자식이었고, 어머니는 타고난 열정적 기질로 외아들에게 헌신적 애정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은퇴하여 상당한 연금을 받게 된 아버지는 교양있는 사람이었고, 상당히 우수한 아마추어 화가이기도 했다. 그는 4~5세밖에 안 된 아들에게 형태와 선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법을 가르쳤는데, 이때 쌓은 미적 취향이 나중에 보들레르가 19세기의 가장 주목받는 예술 비평가로 성장한 요인이 되었다.
1827년 2월 아버지 프랑수아 보들레르가 죽자 어머니는 1828년 11월에 자크 오피크라는 군인과 재혼했는데, 재혼할 당시 이미 계급 높은 장교였던 오피크는 그후 장군까지 승진했고, 외국 대사와 상원의원을 지냈다. 오피크는 의붓아들이 규율을 배우기를 원했기 때문에, 1832년 그를 리옹에 있는 왕립 중학교의 기숙 학생으로 들여보냈다. 학교 생활은 엄격한 군대식 일과에 따라 이루어졌지만, 이곳에서 그는 행복했던 듯하며 몇 개의 상을 타기도 했다. 그는 또한 언어에 대한 감수성을 보이기 시작했고, 자신의 문학적 표현 양식을 개발했다. 1836년 의붓아버지가 파리로 전근하자 그는 루이르그랑 고등학교로 전학했다. 아버지는 그가 '학교에 명예를 가져올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그는 아버지의 소망을 실현하는 대신 걸핏하면 규율을 어기는 불량 학생이 되었다. 선생들이 보기에 그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허세'를 부리고 엉뚱한 역설의 재능을 개발하는 조숙하고 타락한 비행 청소년의 표본이었다. 그는 심한 우울증 증세를 보였고, 자신이 천성적으로 고독하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1839년 '바칼로레아' 시험에 합격한 뒤, 그는 의붓아버지가 마련해준 외교관 자리를 마다하고, 글을 써서 살아갈 작정이라고 발표하여 어머니를 놀라게 했다. 그가 가장 간절히 원한 것은 자유, 즉 원하는 책을 마음껏 읽고 라탱 구역의 대학생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여유였다. 미래의 많은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법과대학에 등록해, 적어도 명목상으로는 1840년까지 학교에 적을 두고 있었다. 그가 아편과 대마초를 탐닉하고, 훗날 죽음의 원인이 된 성병에 걸린 것도 이무렵이었을 것이다.
1841년 의붓아버지는 그를 방탕한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들로부터 떼어놓기 위해 인도로 보냈다. 그는 아들을 적어도 2년 동안 인도에 머물게 할 작정이었다. 보들레르는 6월 9일에 출항했지만, 항해가 따분해지자 인습에 얽매이지 않은 행동으로 다른 승객들을 아연실색하게 하면서 즐거워했고, 배가 풍랑을 만난 뒤(이때 보들레르는 놀랄 만큼 용감하게 행동했음) 수리하기 위해 모리셔스 섬에 입항하자 더이상 배를 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사람들의 설득으로 레위니옹 섬까지 갔지만, 거기서 다시 고국으로 가는 다음 배를 타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결국 1842년 2월에 프랑스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 항해와 모리셔스 섬에서 3주일 동안 머문 경험은 그의 상상력을 더욱 깊고 풍부하게 해주었으며, 그는 이때 얻은 이미지를 시에서 끌어내곤 했다. 그는 동양에 대한 이 유일한 체험을 결코 잊지 않았고, 동양에 대한 신비주의적 동경을 간직했으며, 이런 동경은 그의 시에 독특한 성격을 부여하고 있다. 항해를 떠날 때 그는 아직도 자기 자신과 자신의 미래를 확신하지 못하는 소년이었으나, 프랑스로 돌아왔을 때 그는 어엿한 성인이 되어 있었다. 그의 상상력에는 불이 붙었고, 시인이 되겠다는 결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단호했다. 1842년 4월에 성년이 되어 아버지가 남겨준 재산을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되자, 그는 타고난 낭비벽을 만끽하기 위해 집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는 좋은 옷을 사들이고 생루이 섬의 로죙 호텔에 있는 아파트를 값비싼 가구로 꾸미느라 무분별하게 돈을 썼으며, 그당시의 전형적인 '멋쟁이'(당디) 생활을 시작했다. 사업이나 경제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그는 아버지한테서 물려받은 유산을 큰 재산으로 생각했고, 사기꾼과 고리대금업자의 먹이가 되어 이후 평생 동안 그를 괴롭힐 빚더미에 올라앉을 준비를 했다. 그가 괴짜이고 허풍쟁이이며 부도덕하다는 평판이 난 곳은 로죙 호텔에 살고 있을 때였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싶어했다는 점에서는 그당시 파리에 살고 있던 대다수 시인이나 예술가들도 그와 다를 바가 없었다.
1844년 보들레르는 장차 그에게 수많은 불행을 가져다줄 혼혈 여인 잔 뒤발과 관계를 맺었다. 한때 그는 잔을 열렬히 사랑했고, 잔의 잔인함과 배신 및 어리석음에 절망하여 자살을 기도한 마지막 순간까지도 어떤 면으로는 여전히 잔에게 애정을 느끼고 있었다. 잔은 그의 첫번째 연시 〈검은 비너스〉 연작에 영감을 불어넣어주었는데, 이 시들은 프랑스어로 된 성애시(性愛詩) 가운데 가장 훌륭한 것에 속한다.
시간 여유가 충분하고 걱정거리가 없었던 이 초기 시절에 보들레르는 〈악의 꽃 Les Fleurs du mal〉을 이루게 될 거의 대부분의 시들을 썼다. 이 시집은 레즈비언에 관한 시, 반항과 퇴폐에 관한 시, 그리고 노골적인 성애시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는 이때 들라크루아와 쿠르베를 비롯한 많은 화가들을 알게 되어 그림에 대한 지식을 얻었는데, 이런 지식은 장차 그의 예술 비평에 탁월함과 독창성을 부여하게 되었다. 그가 2년 만에 유산의 절반을 탕진하자 그의 가족은 1844년초에 그의 나머지 재산을 신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냈고, 그는 매달 들어오는 신탁수익만으로 살아가게 되었다. 그의 자유를 끝장내는 이런 조치에 어머니가 동의했다는 사실은 보들레르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 그의 가족은 보들레르의 사정도 잘 알지 못한 채, 그의 장래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그가 독립성을 회복하는 것을 막았다. 아직도 빚더미에 짓눌려 있는 보들레르는 자신에게 허용된 연간수입 75파운드로는 도저히 빚을 갚을 수 없었으므로 빚을 갚기 위해 다시 돈을 빌려야 했다. 상황이 이처럼 갑자기 변하자 그의 사치스럽고 무사태평한 생활도 막을 내렸다. 그의 운명은 제한된 수입에 얽매인 채 궁핍과 고난으로 얼룩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신의 재능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고, 작가가 되고 싶은 아들의 소망을 막으려고 애쓰는 부모가 어쩌면 옳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가족에 대한 그의 적개심은 더욱 깊어졌다. 사춘기에 겪었던 조울증이 되살아났고, 그가 '우울'이라고 부른 기분이 더 자주 그를 덮치게 되었다. 위대한 우울의 시 가운데 첫번째 작품을 쓴 것도 바로 이무렵이었다. 그의 친구들 중에는 그보다 훨씬 더 불행한 사람도 많았기 때문에, 그는 고통받는 인류에 대한 동정심을 키우게 되었다. 많은 친구들의 혁명적 이상주의에 매혹된 그는 1848년 2월혁명에 가담했고, 이 혁명은 성공하여 공화국이 수립되었다.
한편 그는 글을 써서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로 결심하고 직업작가가 되었다. 그가 처음 발표한 작품은 1845년 파리 현대 미술전에 대한 평론이었다. 이 예술비평은 날카로운 판단력과 앞을 내다보는 통찰력을 보여주었으며, 그가 이미 현대 예술의 방향에 대해 예견하고 있었음을 시사했다. 그의 예술비평인 〈1846년 현대미술전 Salon de 1846〉은 미학적 비평의 이정표이다. 이 평론에서 그는 단순히 전시회를 설명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독자적·독창적인 이론을 제시하는 한편, 그림은 음악과 마찬가지로 명암으로 이루어진 고유한 화음을 가지며 자연의 색깔에는 음악적인 가락이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그가 나중에 확립하게 될 자연과 예술의 '조응'(照應 correspondances)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1845, 1846년에는 몇 편의 시가 아방가르드 잡지들에 발표되었고, 그는 이런 잡지에 논설과 평론도 기고했다. 1847년 그는 유일한 장편소설이며 자전적 작품 〈허풍선이 La Fanfarlo〉를 발표했다. 훨씬 오래 전에 쓰기 시작한 이 작품은 자신이 로죙 호텔에서 사치스럽게 살고 있었을 때의 인간 됨됨이를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흥미롭다. 보들레르가 1848년 6월혁명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역할을 맡은 뒤 1849년 12월까지 무엇을 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고, 그가 왜 1849년 12월에 디종에 있었는지, 그리고 그곳에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어쨌든 1850년에는 여느 때처럼 가난하고 불행한 모습으로 파리에 돌아와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개심한 증거를 보일 때까지 아들에게 편지를 쓰는 것조차 거부했다. 어머니는 아들을 자극하여 정규적인 직업을 갖게 할 작정이었다. 보들레르도 얼마 동안은 열심히 일했지만 이것은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끝나버렸고, 그는 어머니의 엄격함 때문에 더욱 용기를 잃었다. 그는 많은 논설을 구상했지만 1편도 쓰지 못했고, 쓰기 시작한 것은 많았지만 1편도 끝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런 경험과 고통의 세월 속에서 그는 위대한 창조시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정신적으로 그의 본성은 더욱 풍부해졌고, 루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1851년 12월에 쿠데타를 일으킨 뒤로는 정치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잃어버리고 원숙기의 개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중기
보들레르의 원숙기는 그가 1852년초에 에드거 앨런 포의 글을 발견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는 당장 포의 작품을 번역하기 시작했다. 그가 포에 대해 쓴 첫번째 평론(이 글은 영어가 아닌 외국어로 씌어진 포에 대한 첫번째 평론임)은 〈르뷔 드 파리 Revue de Paris〉지 3·4월호에 발표되었고, 그후 그는 포의 작품을 번역한 여러 편의 글을 평론지에 실었다. 그중 하나인 〈까마귀 The Raven〉는 그가 번역한 유일한 시였다. 1852~65년 그는 포의 작품을 번역하고 그에 대한 평론을 쓰는 일에 몰두했다. 〈기담(奇談) Histoires extraordinaires〉은 1856년에, 〈새로운 기담 Nouvelles Histoires extraordinaires〉은 1857년에, 〈아서 고던 핌의 모험 Aventures d'Arthur Gordon Pym〉은 1858년에, 〈외레카 Eureka〉는 1864년에, 그리고 〈괴기담 Histoires grotesques et sérieuses〉은 1865년에 나왔다. 처음 두 작품에는 포를 해설한 긴 서문이 딸려 있다.
이 책들은 번역서로서 프랑스 산문의 고전이다. 보들레르의 어머니는 영국에서 망명자의 딸로 태어났기 때문에 그는 어렸을 때 영어를 배웠다. 그는 포한테서 자신과 똑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 그리고 그가 추구하고 있던 결론에 이미 독자적으로 도달한 사람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그래서 그는 포를 통하여 자신의 미학 이론과 시의 이상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1852년 4월에 보들레르는 잔 뒤발을 떠났다(실제로는 끝내 그 여자한테서 벗어나지 못했음), 그러나 그는 여자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었다. 그는 사랑할 여자를 찾다가 여배우 마리 도브룅에게 접근했다. 마리가 그를 거부하자 유명한 미인이며 일찍이 화가의 모델이었던 아폴로니 아글라에 사바티에에게 구애했다. 사바티에는 많은 예술가와 작가들의 친구로서 보들레르와도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사바티에는 그의 〈하얀 비너스〉 연작에 영감을 주었다. 1854년 그는 다시 마리 도브룅과 관계를 맺었고, 그녀로부터 영감을 얻어 〈초록빛 눈의 비너스〉 연작을 썼다. 이 두 연작에 포함된 시는 대부분 그의 예술에서 가장 높은 경지에 도달한 작품들이다.
포의 작품 번역가로 또한 예술비평가로서 차츰 명성이 높아지자, 마침내 그는 자신의 시를 발표할 수 있게 되었다. 1855년 6월 보수적 낭만주의의 요새인 〈르뷔 데 되 몽드 Revue des Deux Mondes〉지는 보들레르가 자신의 대표작으로 제출한 18편의 시를 발표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보들레르가 이 시들을 고른 이유는 그 표현 방식과 주제가 독창적이고 놀랄 만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 시들이 발표되자 그는 악명을 얻었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외설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1857년 봄에 다시 9편의 시가 〈르뷔 프랑세즈 La Revue Française〉지에 실렸고 〈아르티스트 L'Artiste〉지에도 3편이 실렸다. 그리고 6월에는 〈악의 꽃〉이 출판되었다. 그러나 이 시집 때문에 보들레르와 그의 친구인 출판업자 풀레 말라시스 및 인쇄업자들은 외설과 신성모독죄로 모두 기소당했다 (→ 검열). 이 유명한 재판에서 그들은 유죄 선고를 받고 벌금을 물었으며, 6편의 시가 발표 금지되었다. 이 조치는 1949년에야 겨우 해제되었다. 몇몇 독자들은 보들레르의 의도와 완전한 예술성을 이해하고 높이 평가했지만, 몇 세대 동안 〈악의 꽃〉은 여전히 타락과 불건전 및 외설의 표본으로 남아 있었다. 보들레르는 1861년 〈악의 꽃〉을 대폭 증보한 개정판을 출판했지만, 금지된 시는 삭제했다. 이 금지된 시들은 1866년 벨기에에서 출판된 〈유실물 Les Épaves〉이라는 시집에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개정판을 더 증보한 제3판을 준비하고 있던 1866년에 보들레르는 온 몸이 마비되었다. 이 책은 그가 죽은 뒤 친구인 샤를 아슬리노가 출판했지만, 그것은 아마 보들레르가 구상했던 그대로는 아닐 것이다. 여기에는 보들레르가 시집에 넣으려고 계획하지 않았던 몇 편의 시와 1866년 〈현대의 파르나스 Le Parnasse Contemporain〉에 처음 발표되었던 6편의 〈새로운 악의 꽃〉도 포함되어 있다.
후기
그가 큰 기대를 걸었던 〈악의 꽃〉이 실패한 것은 보들레르에게 쓰라린 충격이었고, 그의 인생의 마지막 몇 년은 갈수록 커지는 좌절감과 환멸 및 절망으로 어두워졌다. 사바티에와의 정신적 사랑은 슬프게 끝나버렸고, 1861년 마지막으로 헤어진 잔 뒤발은 여전히 그에게 부담과 걱정을 안겨주었다. 그의 가장 훌륭한 작품들 가운데 일부는 이 시기에 씌어졌지만, 책의 형태로 출판된 것은 거의 없었다. 일부는 정기간행물에 발표되었다. 〈1859년 현대미술전 Salon de 1859〉은 〈르뷔 프랑세즈〉에, 〈리하르트 바그너와 파리에서 공연된 탄호이저 Richard Wagner et Tannhäuser à Paris〉는 〈르뷔 외로펜 La Revue Européene〉(1861)에, 〈현대 생활을 그리는 화가 Le Peintre de la vie moderne〉(데생 화가인 콩스탕탱 기)는 〈피가로 Le Figaro〉(1863)에, 그리고 시집 〈파리의 우울 Le Spleen de Paris〉을 엮기 위해 쓰고 있던 산문시들은 여러 신문에 나뉘어 발표되었다. 이 마지막 산문시는 보들레르가 유독 아꼈고 오랫동안 손질해온 작품이었다. 그는 마지막 쓰러지기 직전에도 여전히 이 시를 다듬고 있었다. 알로이시우스 베르트랑의 〈밤의 가스파르 Gaspard de la nuit〉에서 착상을 얻었지만, 주제는 같은 시기에 쓴 그의 운문시 주제와 같고, 작품의 분위기는 나이들고 깊은 우울증에 빠진 보들레르의 만성적인 염세주의를 반영하고 있다. 이 산문시들은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근대 도시 파리에 대한 그의 감정, 그리고 파리의 거리를 헤매는 낙오자들과 버림받은 부랑자들에 대한 깊은 동정심을 〈악의 꽃〉보다 훨씬 더 날카롭게 표현하고 있다.
1860년 풀레 말라시스는 대마초와 아편의 효과에 대한 보들레르의 연구 논문 2편을 〈인공 천국 Les Paradis artificiels〉이라는 제목으로 출판했고, 1861년에는 〈악의 꽃〉 개정판을 냈다. 1862년 그는 파산을 선고받았다. 보들레르는 그의 출판업자의 실패에 말려들었고, 경제 사정은 절망적일 만큼 어려워졌다. 빚쟁이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그리고 출판을 준비하고 있던 작품들의 판권을 팔기 위해 1864년 벨기에로 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이 여행은 실패로 끝났고, 그는 한 건의 출판계약도 맺지 못했다. 특히 미학이론을 규정한 평론집을 출판하고 싶어했는데, 이 책의 출판계약에 실패하자 그는 몹시 낙담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하나의 유기적 통일체로 간주했기 때문에 평론도 시 못지 않게 중요했다. 그의 시를 충분히 음미하려면 예술의 본질에 대한 그의 생각을 이해해야 한다. 그의 시는 모두 그의 견해가 구체적으로 표현된 결정체이며, 평론은 예술 작품의 본질과 그 저변에 깔려 있는 원리에 대한 명상이다. 그는 진정으로 위대한 창조적 예술가라면 결국 모두 비평가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즉 예술가는 평론을 통해 자신의 시를 해설하고, 자신의 미학을 연장하여 시에 적용한다는 것이다.
벨기에의 나무르에 머물고 있던 1866년 2월 보들레르는 병세가 악화되었다. 파리로 돌아온 그는 1867년 8월 어머니의 품에 안겨 숨을 거두었다. 장례식에서 추모 연설을 해달라고 부탁받은 많은 사람들 가운데 이 부탁을 받아들인 사람은 아슬리노와 시인인 테오도르 드 방빌뿐이었다. 이 두 사람은 그의 가장 오랜 친구였다. 보들레르는 인정받지 못한 채 죽었고, 그의 글은 대부분 출판되지 않았으며, 이전에 출판된 것들도 절판되었다. 그러나 시인들 사이에서는 곧 의견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의 장례식에 참석했던 미래 상징주의 운동의 지도자들은 이미 그의 추종자임을 자처하고 있었다. 20세기에 접어들자 그는 19세기 프랑스 시인들 가운데 가장 위대한 인물로 널리 인정받게 되었다. 그의 숭배자들은 그가 서유럽 전역의 감수성과 사고방식 및 글 쓰는 방식에 혁명을 일으켰고, 그의 미학이론이 형성된 시기는 시의 역사와 예술의 역사에 있어 하나의 전환점이라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상징주의 운동은 바로 이 이론에서 원천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1.
주요작품: 악의 꽃(Les Fleurs du mal)1857,
파리의 우울(Spleen de Paris)
평론집 -낭만파 예술,심미적 호기심 등
알바트로스 / 보들레르
자주 뱃사람들은 장난삼아
거대한 알바트로스를 붙잡는다.
바다 위를 지치는 배를 시름없는
항해의 동행자인 양 뒤쫓는 해조를.
바닥 위에 내려놓자, 이 창공의 왕자들
어색하고 창피스런 몸짓으로
커다란 흰 날개를 놋대처럼
가소 가련하게도 질질 끄는구나.
이 날개 달린 항해자가 그 어색하고 나약함이여!
한때 그토록 멋지던 그가 얼마나 가소롭고 추악한가!
어떤 이는 담빗대로 부리를 들볶고,
어떤 이는 절뚝절뚝, 날던 불구자 흉내낸다!
시인도 푹풍 속을 드나들고 사수를 비웃는
이 구름 위의 왕자 같아라.
야유의 소용돌이 속에 지상에 유배되니
그 거인의 날개가 걷기조차 방해하네.
해설: 하늘의 제왕인 알바트로스가 땅에 내려앉자 어리석고 무능한 존재로 조롱받는 모습은, 세상과 괴리된 채 고통받는 시인의 운명을 강렬하게 비유합니다. 웅장한 이미지와 대비되는 현실의 비참함이 예술의 비극성을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고양이 / 보들레르
이리 오너라, 내 귀여운 나비야,
사랑하는 이 내 가슴에 발톱일랑 감추고
금속과 마노가 뒤섞인 아름다운 내 눈 속에
나를 푹 파묻게 해 다오.
너의 머리와 부드러운 등을 내 손가락으로
한가로이 어루만질 때에
전율하는 너의 몸을 만지는 즐거움에
내 손이 도취할 때에
나는 내 마음속의 아내를 그려보네.
그녀의 눈매는 사랑스런 짐승
너의 눈처럼 아늑하고 차가워
투창처럼 자르고 뚫어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미묘한 숨소리, 변덕스런 향기
그 갈색 육체를 감도는구나.
해설: 보들레르 특유의 우울과 관능, 신비로움이 잘 드러나는 시다. 고양이를 통해 시인은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을 탐색한다. 몽환적이면서도 강렬한 이미지가 인상적이다.보들레르의 「고양이」는 감각적이고 관능적인 이미지를 통해 고양이와 여성의 육체적 매혹을 교차시켜 욕망과 미의 정수를 탐닉하는 상징주의적 시다.
상응 / 보들래르
<자연>은 하나의 사원, 거기서
산 기둥들이 때로 혼돈한 말을 새어 보내니
사람은 친밀한 눈으로 자기를 지켜보는
상징의 숲을 가로질러 그리로 들어간다.
어둠처럼 광명처럼 광활하며
컴컴하고도 깊은 통일 속에
멀리서 혼합되는 긴 메아리들처럼
향과 색과 음향이 서로 응답힌다.
어린이 살처럼 싱싱한 향기, 목적처럼
아늑한 향기, 목장처럼 초록의 향기 있고,
-- 그 밖에도 썩은 풍성하고 기승한 냄새들,
정신과 육감의 양양을 노래하는
용연향, 사향, 안식향, 훈향처럼
무한한 것의 확산력 지닌 향기도 있다.
해설: 자연은 살아있는 기둥들이 때로는 모호한 말을 속삭이는 신전과 같고, 인간은 친숙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상징의 숲을 지나갑니다. 향기, 색깔, 소리는 멀리서 서로 섞이는 긴 메아리처럼 어둡고 깊은 통일성 속에서 서로 응답합니다. 감각의 세계가 서로 연결되어 교감하는 신비로운 '대응'의 개념을 제시하며, 보들레르 시의 핵심적인 미학을 보여줍니다.
병든 뮤즈 / 보들레르
아! 가없은 뮤즈, 이 아침엔 왜 그러오?
움쭉 패인 두눈은 방의 환영들로 우글거리고
그대 얼굴빛에 번갈아 비치는 차갑고 말없는 광란과 공포
푸르스름한 음몽(淫夢) 마녀와 분홍빛 작은 요정
그들의 항아리 속에 담긴 공포와 사랑을 당신에게 퍼부었는가?
악몽이 사납고 짓궂은 주먹질로
전설 속의 늪 깊숙이 그대를 빠뜨렸는가?
원컨대, 건강의 향내 풍기는
그대의 가슴속엔 늘 견고한 사상이 찾아들고
기독교도로서의 그대 피가 힘차게 흐르기를
샹송의 어버이, 페뷔스와 추수의 영주인
그 위대한 목신 '빵'이 번갈아 다스리는
고대식 음절들의 헤아릴 수 없는 음향처럼.
해설: 영감을 잃고 밤의 환상에 시달리며 고통받는 뮤즈의 모습을 통해, 창작의 고뇌와 예술가의 무력감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병든 뮤즈의 창백하고 불안한 모습은 예술적 영감의 부재가 가져오는 고통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죽음의 춤 / 샤를 보들레르
ㅡ에르네스트 크리스토프에게
커다란 꽃다발과 손수건, 그리고 장갑을 가지고
살아 있는 사람처럼 귀티 있는 맵시를 뽐내는 이 여인에게는
괴상한 모습에 교태 지닌 가냘픈 여인의
태평스러움과 활달함이 있다.
이보다 날씬한 허리를 무도회에선들 본 적이 있을까?
그녀의 호화롭게 풍성한 어마어마한 옷은
꽃처럼 예쁜 술 달린 신이 감싸주는
야윈 발 위에 넉넉하게 흘러내린다.
바위에 몸을 문지르는 음탕한 시냇물처럼,
쇄골 가에서 너풀대는 주름끈은
그녀가 감추려 버둥대는 처량한 가슴을
가소로운 조롱으로부터 다소곳이 막아준다.
그녀의 깊은 두 눈은 허공과 어둠으로 이루어졌고,
솜씨 있게 꽃으로 장식한 두개골은
가는 등뼈 위에서 연약하게 흔들거린다.
오, 터무니없이 치장한 허무의 매력이여.
살에 미친 연인들은 인간 뼈대의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우아함 알지 못하고, 너를
풍자화를 부를 테지, 그러나 키 큰 해골이여,
너는 내 가장 소중한 취미에 꼭 들어맞는구나!
너는 몹시 찌푸린 얼굴을 하고
'삶'의 잔치를 훼방하러 왔는가? 아니면 어떤 오랜 욕망이
너의 산 송장을 또다시 충동질하여,
숫된 널 '환락'의 법석에 떠밀어넣었는가?
바이올린의 노랫소리에, 촛불의 불꽃에
너를 조롱하는 악몽을 쫓아버리고 싶었던가,
또한 네 심장에서 타고 있는 지옥의 불길을
이 술잔치의 급류에서 식혀달라고 왔는가?
어리석음과 과오가 마르지 않는 우물이여!
오랜 고뇌의 영원한 증류기여!
네 갈비뼈의 구부정한 격자 너머로
나는 본다, 게걸스런 독사가 아직도 어슬렁거리는 것을.
그러나 진실을 말한다면, 네 교태도
애쓴 보람 없을까봐 두렵다.
저 인간들 중에 누가 네 익살을 이해하랴?
공포의 매력은 오직 강한 자만 취하게 할 뿐인걸!
무서운 생각 가득한 네 눈의 심연은
현기증이 일어나게 하고, 조심스런 춤꾼들도
쓰디쓴 구역질 없이는 네 서른두 개 이빨의 영원한 미소를 바라보지 못하리.
그러나 제 팔에 해골을 보듬지 않은 자 누가 있으며,
무덤의 것들에서 자양분 취하지 않은 자 누가 있는가?
향수도 의상도 화장도 다 무슨 소용?
아름다운 것도 추해지고 말 것이니.
코 없는 무희여, 뿌리칠 수 없이 매혹적인 위안부여,
그러니 눈 가리고 춤추는 자들에게 말하려무나;
‘교만한 도련님들, 아무리 분과 연지로 단장해도
너희는 모두 죽음 냄새가 난다! 오 사향 칠한 해골들이여.
시든 안티노우스, 수염 없는 댄디,
니스 칠한 송장, 백발의 호색한들이여,
세상을 흔드는 죽음의 춤이
그대들을 알 수 없는 곳으로 끌고 간다!
차가운 센 강둑에서 타는 듯한 갠디스 강변에 이르기까지
인간 무리들은 넋을 잃고 깡총댄다,
천장 구멍에는 '천사'의 나팔이 시커먼 나팔총처럼
불길하게 입을 쩍 벌리고 있음을 보지 못하고.
어느 풍토 어느 태양 아래서도, 오 가소로운 '인간'들이여,
'죽음'은 너희들의 우스꽝스런 몸짓을 바라보고,
때로 그대들처럼 몰약으로 단장하고,
너희들의 미친 짓에 그의 빈정거림을 섞는구나!”
해설: 죽음을 아름답고 도도한 여인으로 의인화하여 삶의 유한함과 죽음의 불가피성을 역설적으로 표현합니다. 죽음의 냉혹함 속에서도 느껴지는 기묘한 매력은 보들레르 특유의 morbid한 상상력을 보여줍니다.
저녁의 하모니 / 보들레르
마침내 꽃이 각자 줄기 위에서 흔들리며
香爐처럼 향기를 발산하는 시간이 왔구나
소리와 향기는 저녁 공기 안에서 맴도네
우울한 외유外遊, 나른한 현기증!
꽃마다 향로香爐처럼 그만의 향기를 발산하는구나
바이올린은 비탄의 가슴처럼 떨고 있고
우울한 왈츠, 나른한 현기증!
하늘은 광대한 제단처럼 슬프고 아름답다.
바이올린은 비탄의 가슴처럼 떨고 있고
암흑의 全無를 혐오하는 다정한 마음!
하늘은 광대한 제단처럼 슬프고 아름답다
해는 그의 굳어지는 피에 빠져 버린다
암흑의 全無를 혐오하는 다정한 마음
빛나는 지난날의 모든 흔적을 모아 품는다!
해는 그의 굳어지는 피에 빠져 버리고…
너의 기억은 내 안에서 성체聖體 현시대顯示臺처럼 빛나네!
항상 취하라 / 보들레르
항상 취하라
그것보다 우리에게 더 절실한 것은 없다.
시간의 끔찍한 중압이 네 어깨를 짓누르면서
너를 이 지상으로 궤멸시키는 것을 느끼지 않으려거든
끊임없이 취하라.
무엇으로 취할 것인가.
술로 , 시로 , 사랑으로, 구름으로, 덕으로
네가 원하는 어떤 것으로든 좋다.
다만 끊임없이 취하라.
그러다가 궁전의 계단에서나
도랑의 푸른 물 위에서나
당신만의 음침한 고독 속에서
당신이 깨어나 이미 취기가 덜하거나
가셨거든 물어보라
바람에게, 물결에게, 별에게, 새에게, 시계에게,
지나가는 모든 것에게, 굴러가는 모든 것에게
노래하는 모든 것에게, 말하는 모든 것에게 물어보라.
그러면 바람이, 물결이, 별이, 새가
시계가 대답해 줄 것이다.
취하라. 시간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취하라
항상 취해 있으라.
술이건, 시이건, 미덕이건 당신 뜻대로
개와 향수병 / 보들레르
"내 예쁜 강아지, 착한 강아지, 귀여운 뚜뚜, 이리 오너라. 와서 시내의 제일 좋은 향수 가게에서 산 이 기막힌 향수 냄새를 맡아보렴.
그러자 개는 꼬리는 흔들며- 이것이 이 보잘것없는 것들에게는 웃음과 미소에 해당하는 표시인 듯하다- 다가와서 호기심에 끌려 마개를 연 병에 그의 축축한 코를 조심스럽게 갖다 댔다. 그러더니 갑자기 공포에 질려 뒷걸음치며 나를 비난하듯 짖어댄다.
"야! 별수 없는 개새끼. 만일 너에게 배설물 꾸러미라도 줬다면 기분 좋게 냄새를 맡고 어쩌면 그것을 다 먹어치웠을지도 모르리라. 그러니 너는 내 슬픈 인생의
동반자로는 자격이 없고, 너 역시 대중과 다를 바 없다. 그들에게는 절대로 은은한 향수를 줘서는 안 된다. 그것은 그들을 짜증 나게 할 뿐이니까. 오물이나 잘 골라 주면 된다
*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파리의 우울' 중
https://m.blog.naver.com/dmoghan/223064409065
향수병 / 보들레르
어떤 물건도 꿰뚫고 나오는
강렬한 향기가 있다. 그것은 유리도 뚫으리라.
동양서 건너온 손궤, 상을 찡그리고
삐걱삐걱 소리 지르는 자물쇠 열면,
또는 버려둔 집에서 곰팡냄새 코를 찌르는
먼지 낀 컴컴한 옷장을 열면,
옛 추억 간직한 낡은 향수병 눈에 띄는 수 있어
옛 사라의 넋 생생하게 되살아 거기서 용솟음친다.
서글픈 번데기처럼, 거기 온갖 생각이 잠들어,
무거운 어둠 속에 조용히 떨고 있다가,
날개를 펴고 훨훨 날아오른다,
하늘색으로 물들고,
장밋빛으로 칠해지고, 금빛으로 장식되어.
거나한 추억 이제 흐린 공중에
펄럭거린다. 눈을 감는다. 현기증이
녹아떨어진 넋을 움켜잡고 두 손으로 밀어뜨린다,
인간의 장로 어두워진 심연 쪽으로.
그리고 천년 묵은 심연가로 쓰러뜨린다.
거기에, 스스로 수의를 찢는 라사로 모양,
썩고 음산한 그리운 옛사랑의 닮은 송장이 잠깨어 꿈틀거린다.
그처럼, 나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
가련한 낡은 향수병 모양, 늙고, 먼지가 끼고,
꾀죄죄하고, 천하고, 끈적거리고, 금이 가서,
으슥한 옷장 구석에 내던져졌을 때,
나는 네 관이 되리, 사랑스런 독기여!
네 힘과 독성의 증인이 되리
천사가 마련한 사랑하는 독약이여!
나를 좀먹는 액체, 오, 내 마음의 생살권자(生殺權者)여!
여행에의 초대 / 보들레르
내 아이야, 내 누이야,
거기 가서 같이 사는
그즐거움을 이제 꿈꾸어라!
느긋이 사랑하고,
사랑하다 죽고지고,
그리도 너를 닮은 그 나라에서!
그 흐린 하늘의
젖은 태양은
내 정신을 호리기에도 알맞게
눈물 너머로 빛나는
네 종잡을 수 없는 눈의
그 신비하고 신비한 매력을 지녔단다,
거기서는 모든 것이 질서와 아름다움
사치와 고요, 그리고 쾌락일 뿐
연륜에 닦여
윤나는 가구들이
우리들의 방을 장식하고,
가장 진귀한 꽃들이
저들의 향기를
은은한 용연향에 뒤섞고
호화로운 천장
그윽한 거울
동양의 찬란한 광채가 모두
거기에선 속삭이리라
마음에게 은밀하게
감미로운 저의 본디 말을
거기서는 모든 것이 질서와 아름다움
사치와 고요, 그리고 쾌락일 뿐
보라, 저 운하에서
잠자는 배들을
그들의 기질이야 떠도는 나그네
세상의 끝에서
그들이 오는 것은
네 자잘한 소망까지 채워 주기 위해서지
⁃ 저무는 태양이
보랏빛, 금빛으로
들판을 덮고, 운하를 덮고
온 도시를 덮고,
세상은 잠든다,
따사로운 노을빛 속에서
거기서는 모든 것이 질서와 아름다움
사치와 고요, 그리고 쾌락일 뿐
신들린 사나이 / 보들레르
해가 검은 베일에 가려졌다. 너도 해처럼
오, 내 생명의 달아! 그림자에 포근하게 싸여라;
네 멋대로 자거나 한 대 피우라; 잠자코, 시름에 겨워,
권태의 심연에 송두리째 잠기도록 하라;
나는 너를 이처럼 사랑해! 그러나 네가 오늘,
그림자 벗어나는 이지러진 천체처럼,
광란으로 붐벼대는 곳들에서 으스대고 싶다면,
그것도 좋다! 귀여운 비수야, 네 칼집에서 솟아나라!
샹들리에 불꽃으로 네 눈동자에 불을 켜라!
시골뜨기들 눈초리 속에서 욕망을 불붙여라!
병들었건 극성스럽건, 너의 모든 것이 내게는 기쁨이니;
네가 바라는 것이 되라, 검은 밤이건, 붉은 새벽이건;
소름끼치는 내 온몸에서, 오, 내 귀여운 베엘제불,
너를 숭배한다!고, 외치지 않는 세포는 하나도 없구나!
떠나가는 집시들 / 보들레르
어제 길을 떠났네,
미래를 점치며 불타는 눈동자를 한 부족
아이들을 등에 업지 않았으면,
혹은 축 늘어진 유방의 준비된 보물을
그들의 엄쳐흐르는 식욕에 내맡긴 체.
번들거리는 무기를 어깨에 멘 사나이들,
식구들이 옹기종기 탄 수레를 따라 걸어가네.
침울하게 미련을 갖고 이미 사라진 환상에
무거워진 눈으로 허공을 들러보며.
귀뚜라미는 감추어져 있는 모래 구멍 속에 숨어
그들의 행렬을 보며 한층 크게 노래 부르네.
대지의 신은 그들을 사랑하여
푸른 초목을 번창시키고.
그 길손들 앞에는 바위에서 샘이 솟고
사막이 꽃을 피우니,
그들을 맞기 위해
다가올 짙은 어둠의 왕국은 열려 있었네.
돈 후안은 지옥으로 / 보들레르
돈 후안이 삼도천으로 가서
샤롱에게 뱃삯을 치르자
한 우울에 젖은 거지가, 앙티스테느처럼 거만한 눈초리를
한 채
거센 복수의 팔로 노를 잡았네.
늘어진 유방과 구멍난 옷자락을 내보이고
여인들은 캄캄한 하늘 아래 몸부림치며
제물로 바쳐진 한 무리의 짐승들처럼
긴 신음소리 그의 뒤에서 내고 있었네.
스가나렐은 호탕이 웃으며 돈 내라 야단이고
한편에서는 헤매는 죽은 모든 인간들에게
백발로 덮인 자신의 머리칼을 비웃던 그 뻔뻔스런 아들을
가리키네.
이 밤에 / 보들레르
오늘 저녁 무엇을 말하리, 가엾고 외로운 넋이여.
내 전에 시든 가슴, 무엇을 말하리.
그 성스런 시선이 어느날 그대를 다시 환하게 한
너무나 아름답고, 지극히 어질고,
가장 사랑스런 그녀에게!
---그녀를 칭송함에 우리는 자랑으로 삼으리.
그녀의 유연함만한 것은 이 세상에 없으리라.
그녀의 정신에 싸인 육체는 천사의 향기를 지니고
그녀의 눈길은 우리를 광명으로 감싸주네.
어둠 속에서나 외로움 속에서나
거리에서나 군중 가운데서나
그녀의 환상은 햇불처럼 빈 하늘에서 너울거리네.
그 환상이 가끔씩 부탁하기를
"나는 아름다워 명하노니, 오직 나를 위해 아름다움만을 사랑하라
나는 수호 천사요, 뮤즈이자 마돈나이나니!"
깊은 심연 속에서 / 보들레르
내 마음 떨어진 캄캄한 심연 밑바닥에서,
연민을 비나이다, 내 사랑하는 유일한 그대여.
이건 납빛 지평선의 침울한 세계,
거기서 어둠 속에 공포와 모독이 떠돌고,
열 없는 태양이 여섯 달을 감돌고,
또 여섯 달은 어둠이 땅을 덮으니,
이건 극지보다도 더 헐벗은 고장,
-짐승도, 개천도, 푸르름도, 숲도 없구나!
그런데 이 얼어붙은 태양의 차가운 잔인성과
태고의 <혼돈>과도 같은 이 광막한 어둠보다
더 끔찍스런 것 세상에 없어라.
멍청한 잠속에 잠길 수 있는
더 없는 더러운 짐승 팔자가 샘나는구나
그토록 시간의 실타래는 더디 풀리네!
독자에게 / 보들레르
어리석음, 과오, 죄악, 탐욕이
우리 정신을 차지하고 육신을 괴롭히며,
또한 거지들이 몸에 이, 벼룩 기르듯이,
우리의 알뜰한 회한을 키우도다.
우리 죄악들 끈질기고 참회는 무른고야.
고해의 값을 듬뿍 치루어 받고는,
치사스런 눈물로 모든 오점을 씻어내린 줄 알고,
좋아라 흙탕길로 되돌아오는구나.
흘린 우리 정신을 악의 베갯머리에서
오래오래 흔들어 재우는 건 거대한 <악마>
그러면 우리 의지의 의리의리한 금속도
그 해박한 연금술사에 걸려 몽땅 증발하는구나.
우릴 조종하는 끄나풀을 쥔 것은 <악마>인지고!
지겨운 물건에서도 우리는 입맛을 느끼고,
날마다 한걸음씩 악취 풍기는 어둠을 가로질러
혐오도 없이 <지옥>으로 내려가는 구나.
구년묵이 동갈보의 시달린 젖을
입맞추고 빨아먹는 가련한 탕아처럼,
우리는 지나는 길에 금제의 쾌락을 훔쳐
묵은 오렌지처럼 한사코 쥐어짜는구나.
우리 뇌수 속엔 한 무리의 <마귀>떼가
백만의 회충인 양 와글와글 엉켜 탕진하니,
숨 들이키면 <죽음>이 폐속으로
보이지 않는 강물처럼 콸콸 흘러내린다.
폭행, 독약, 비수, 방화 따위가 아직
그 멋진 그림으로 우리 가소 가련한
운명의 용렬한 화포를 수놓지 않았음은
오호라! 우리 넋이 그만큼 담대치 못하기 때문.
허나 승냥이, 표범, 암사냥개,
원숭이, 독섬섬이, 독수리, 뱀 따위,
우리들의 악덕의 더러운 동물원에서,
짖어대고, 노효하고, 으르릉대고 기어가는 괴물들,
그중에도 더욱 추악 간사하고 치사한 놈이 있어!
놈은 큰 몸짓도 고함도 없지만,
기꺼이 대지를 부숴 조각을 내고
하품하며 세계를 집어살킬 것이니,
그놈이 바로 <권태>!--뜻없이 눈물 고인 눈으로,ㅡ
놈은 담뱃대물고 교수대를 꿈꾸지.
그대는 알리, 독자여, 이 까다로운 괴물을,
--위선의 독자여, --내 동류여, -- 내 형제여!
음울(spleen) / 보들레르
오랜 권태에 사로잡혀 신음하는 마음 위에
무겁게 내리덮인 하늘이 뚜껑처럼 짓누르며,
지평선의 틀을 죄어 껴안고, 밤보다도 더욱
처량한 어두운 낮을 우리에게 내리부을 때.
대지가 온통 축축한 토굴감옥으로 변하고,
거기서 <희망>은 박쥐처럼 겁먹은 날개로
마냥 벽들을 두둘기며, 썩은 천장에
머리를 이리저리 부딪치며 떠돌 때,
내리는 비 광막한 빗발을 펼쳐
드넓은 감옥의 쇠창살처럼 둘러칠 때,
더러운 거미들이 벙어리떼를 지어
우리 뇌 속에 그물을 칠 때면,
별안간 종들이 맹렬하게 터져 울리며
하늘을 향하여 무시무시한 고함을 지르니,
흡사 고향을 잃고 더도는 정령들이
끈질기게 울부짖기 시작하는 듯.
-- 그리곤 북도 음악도 없는 긴 영구차 행렬이
내 넋 속을 느릿느릿 줄지어 가는구나.
<희망>은 꺾여 눈물짓고 잔인난푹한 <고뇌>가
내 푹 숙인 두개골 위에 검을 기를 꽂는다.
지나가는 여인에게 / 보들레르
주위에선 귀가 멍멍해지게 거리가 노호하고 있었지.
상복차림의 날씬한 여인이 엄숙한 고뇌의 모습으로,
꽃무늬 레이스와 치맛자락을 화사한 손으로
살짝 쳐들어 흔들며 지나갔었지,
조상같은 다리로 민첩하고도 고상한 걸음으로.,
나는 머리가 돈 사람인 양 부르르 떨며,
태풍이 싹트는 납빛 하늘같은 그녀 눈에서
넋을 빼는 감미롬과 뇌쇄의 쾌락을 마셨어.
번갯불.... 그리고 어둠! 그 시선이 홀연
날 되살려놓곤 한 순간에 지나친 미녀여,
영원의 저승이 아니고는 다시는 못볼 것인가?
딴 곳, 아득히 멀리! 이미 늦었지! 아마 영구히 못만나리!
그대 사라지는 곳 나 모르고, 내 가는 곳 그대 알지 못하니,
오 내가 사랑할 수도 있었을 그대,
오 그것을 알고 있던 그대였거늘!
가을의 노래 / 보들레르
1
우리 곧 싸늘한 어둠 속에 잠기리.
잘 가거라, 너무도 짧은 여름 발랄한 볕이여!
벌써 돌바닥 뜰 위에 장작 부리는
불길한 충격 소리 들려오는구나.
겨울은 온통 내 가슴에 사무쳐 들리-
분노, 증오, 몸서리, 넌덜머리, 고역,
그리하여, 내 심장 북극지옥의 태양인 양,
한갓 얼어붙은 덩어리 되어지리.
장작 소리마다 몸서리치며 귀 기울이니,
두들겨 세우는 사형대보다도 더 둔탁한 울림이여,
내 정신 육중한 파벽기(破壁機)의 끊임없는 연타에
와르르 무너지는 탑과도 같아라.
그 단조로운 충격에 맞추어 어디선가
부랴부랴 관에 못질하는 듯,
누구의 관을? 어제는 여름, 이제 가을인가!
그 야릇한 소리 출발인양 울리는구나.
2
나는 그대 지긋한 눈의 푸른 빛이 좋아,
다사론 미녀여, 나 오늘 일체가 쓰디써,
그대 사랑도, 침실의 쾌락도, 화끈한 난로도,
그 어느 것도 바다의 찬연한 태양만 못해.
하지만 사랑해 주오, 다정한 그대여!
박정하고 심술궂은 놈일지라도 어머니 되어주오.
애인이건, 누님이건, 가을 영롱한 하늘 또는
낙조, 그 한 순간의 따스한 정을 베풀어주오.
잠간의 수고를! 무덤 기다리니, 그 탐욕의 무덤이!
아! 내 이마 그대 포근한 무릎에 얹고,
백열의 지난여름 그리며, 이 늦가을의
따스하고 누른 햇살 맛보게 해주오!
고독한 자의 포도주 / 보들레르
물결 같은 달이 나른한 아름다움 멱 감기고 싶을 때,
잔물결 이는 호수로 가만히 내려 보내는
하얀 빛살처럼 슬그머니 우리에게 다가오는
바람둥이 여자의 야릇한 눈길도
노름꾼의 손가락이 움켜쥔 마지막 돈지갑도
핼쑥한 애덜린의 꺼림 없는 입맞춤도
인간 고뇌의 아련한 하소연과도 같은
간장 녹이는 달콤한 음악의 가락도
모두가 너를 못 당한다, 오 깊숙한 술병아,
푸짐한 네 배가 경건한 시인의
갈증난 가슴 위해 간직하는 강력한 진통제를
너는 시인에게 부어준다, 소망과 젊음과 생명을,
- 또 우리를 우쭐하게, 신들과 맞먹게 만드는,
그 온갖 거지 노릇의 보물인 거드름을!
내 가슴에 비가 내리네 / 보들레르
마을에 비가 내리듯
내 마음에 눈물 흐른다.
내 마음 속에 스며드는
이 우울함 무엇이런가.
대지와 지붕에 내리는
부드러운 빗소리여,
우울한 마음에 울리는
오 빗소리, 비의 노래여.
슬픔으로 멍든 내 마음에
까닭없이 비는 눈물짓는다.
뭐라고! 배반이 아니란 말인가?
이 크나큰 슬픔은 까닭이 없다.
까닭을 모르는 슬픔이란
가장 견디기 어려운 고통
사랑도 미움도 없지만
내 가슴은 고통으로 미어진다.
나그네 / 보들레르
말씀해 보시오,
수수께끼 같은 양반,
당신은 누구를 가장 사랑하시오?
당신의 아버지나 어머니,
누이나 형제인가요?
내겐 아버지도,
어머니도,
누이도,
형제도 없답니다.
그럼, 친구들인가요?
당신은 지금까지
내가 통 몰랐던 말을
사용하고 계시는군요.
당신의 나라입니까?
나는 그게 이 세상
어디쯤에 있는지도 모른답니다.
미인은?
예, 미인이라면 사랑할 수 있습니다.
죽지 않는 성스러운 여신 같은 미인이라면.
돈은?
황금은 싫어합니다.
당신들이 신을 싫어하듯이.
그럼, 말해 보세요.
당신 마음에 드는 게 도대체
무엇입니까, 별난 나그네시여?
구름을 사랑합니다
흘러가는 구름을
저기 저 위에서 흘러가는 구름을,
저 경이로운 구름을!
그대에게 / 보들레르
그대의 행동은
한 폭의 그림처럼 눈부시다
한줄기 바람이
맑은 하늘을 스치듯이
아름다운
미소가 감도는 그대의 입술
그대의 손짓
하나로 해가 떠오르고
그대의 미소 하나로
세상이 환하게 밝아지는데
나는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다
너무나
눈부신 그대의 눈빛
나는 그대의 수호천사
내 영혼은 이미 그대의 것
그대를 사랑하는
마음은 화석처럼
영원하기에
나는 모든 것을 바친다
내 영혼의 별을 따러 / 보들레르
차가운 물이라도 한 잔 시원스레 들이켰으면
목이 마르다. 담배라도 한대 피워야겠다
피곤이 밀려온다. 언제부턴가
눈에 띄게 볼품없어진, 이 내
얼굴은 문제가 아니다
까만 문자들이 쉴새 없이 서성이고
누군가의 장난처럼,
음담패설의 낙서처럼,
버려진 문장들이
시간 속을 흐르다 고이고
나는 나날이 썩어가는 저 세월의 웅덩이에다
침을 뱉었지, 알고 보니 그게
내가 그토록 갈망했던 내 이 정신이었던거야
내 볼품없는 얼굴보다 더 초라해진
내 이 정신이었던거야
내 이 정신이었던거야
차라리 술이라도 한잔 독하게 들이켰으면,
거기다 내 생을 안주삼아 씹어 먹었으면
사람들이 떠나가고, 절망과 고독이 몰려온다
사람들이 떠나간 자리에
내 지난 시절이 더렵혀진 바람에 흔들린다
내 지친 육신이 흔들린다
흐린 하늘로 내 영혼의 별을 따러간다.
아름다움 / 보들레르
나는 아름답다 오, 인간이여! 돌의 꿈과도 같이.
그리고 누구나 번갈아 상처 받는 내 가슴은,
물질처럼 말없는 영원한 사랑을
시인에게 불어넣어 주려고 만들어진 것.
나는 흡사 수수께끼의 스핑크스, 창공에 군림한다.
나는 눈(雪)의 마음을 백조의 흰 빛에 결합한다.
나는 선(線)을 옮겨 놓는 움직임을 미워한다.
그리고 나는 아예 울지 않는다, 아예 웃지도 않는다.
가장 의젓한 기념상에서 빌어 온 듯한
내 존대한 몸가짐 앞에서, 시인들은
준엄한 탐구 속에 평생을 탕진하리.
왜냐하면, 이 유순한 애인들을 홀리기 위해,
나는 모든 것을 한결 미화하는 맑은 거울 가졌으니.
그것은 나의 눈, 영원히 반짝이는 커다란 눈!
어느 아름다운 여인에게 / 보들레르
그대의 머리와 몸짓
그리고 맵시는
아름다운 경치처럼 황홀하구나
맑은 하늘에 시원한 바람이 흐르듯
그대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그대 옆을 스쳐가는 슬픈 행인도
그대의 팔과 어깨로부터
번개처럼 용솟음치는
그 건강에 눈부셔 한다
그대의 외면을 장식하는
요란스런 빛깔은
요정의 발레 환영시키며
시인의 마음속에 비친다
그 야단스런 옷들은
얼룩덜룩한 그대 마음의 상징인가
나를 미치게 하는 여인이여
나는 그대를 미워한다
그대를 사랑하듯이
이따금 아름다운 정원을
하염없이 거닐 때면
태양이 빈정거리듯
내 가슴 찢어짐을 나는 느꼈다
그리고 봄과 신록이
내 마음을 모욕하기에
나는 한 송이 꽃에
'자연'의 건방짐을 벌해 주었다
나는 어느 날 밤
쾌락의 시간이 울리면
구슬 같은 그대 몸 곁에
겁쟁이처럼 살금살금 기어가
쾌활한 그대의 살을 벌해 주고파
큼직한 상처를 내어 주고파
그리고
아 어지러운 쾌감이여 !
한결 더 눈부시고 아름다운 그 입술을 통해
누이여,
그대에게 내 독(毒)을 부어 넣었으면 !
술의 넋 / 보들레르
어느 날 저녁술의 넋이 병 속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인간이여, 오 친애하는 낙오자여, 나 그대에게
내 유리 감옥과 주홍빛 밀랍 아래서
빛과 우애 가득한 노래를 보내노라!
나는 아노라, 내 생명을 낳고 내게 넋을 넣어주기 위해
불타오르는 언덕 위에서 얼마나 많은 노고와 땀과
따가운 태양이 필요한가를
그런데 나 어찌 그 은혜 잊고 심술궂게 굴리오!
일에 지친 사람의 목구멍에 떨어질 때면
나는 그지없는 기쁨을 느끼고,
그의 뜨거운 가슴속이 내 싸늘한 지하실보다
훨씬 더 좋아하는 아늑한 무덤이기에.
그대 들리는가, 주일의 노래 울려퍼지고
설레는 가슴속에 지저귀는 희망의 노랫소리가?
탁자위에 팔꿈치 괴고 소매 걷어올리고,
그대는 나를 찬미하고 흐뭇해하리
나는 기뻐하는 그대 아내의 눈을 빛나게 하고
그대 아들에겐 힘과 혈색을 돌려주고,
인생의 연약한 이 경기자를 위해
투사의 근육을 단단하게 해줄 기름이 되리.
나는 식물성의 신들의 양식, 영원한 '씨 뿌리는 자'가
던져준 귀중한 씨앗, 나는 그대 속에 떨어지리.
우리의 사랑이 시를 낳아
진기한 꽃처럼 '하느님'을 향해 피어오르도록!"
그대가 질투하던 마음씨 / 보들레르
그대가 질투하던 마음씨 갸륵한 하녀
지금은 보잘 것 없는 잔디 아래 잠들어 있으니
우리, 그녀 앞에 꽃다발을 놓아야 하지.
죽은 사람들, 가엾은 그들에겐 큰 고통이 있다.
10월의 묵은 나무 쳐버리는 음산한 바람이
그들의 대리석 묘비 둘레에 휘몰아칠 때
진정, 그들은 제대로 이불에 싸여 포근히 잠자는
살아 있는 사람들을 원망하리.
그럴 때, 그들은 어두운 악몽에 찢기고
잠자리를 같이 나눌 동반자도, 다정한 이야기거리도 없이
구더기에 시달린 얼어붙은 늙은 해골되어
무덤 울타리에 매달린 시든 꽃가지를 갈아 줄
친구도 없고 가족도 없이, 쌓인 겨울 눈이
녹아 방울져 내리고 세월이 흘러감을 느낄 따름.
벽난로의 장작불이 탁탁 튀기며 노래부를 때
만일 저녁마다 조용히 그녀가 안락의자에 와서 앉는 걸 본다면
그녀가 시퍼렇게 추운 섣달 밤에 영원한 제 잠자리 속에서 빠져나와
예절 바르게 내 방 한쪽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모성어린 눈으로 다 큰 아이를 대견스럽게 바라본다면
그 움푹 패인 눈까풀에서 떨어지는 눈물을 보며
나는 이 경건한 영혼에 무엇이라 대답할 수 있으리?
* -그대가 질투하던 마음씩 갸륵한 하녀-
보들레르의 어머니의 하녀였던 Marieett로서,
그녀는 어린 시인을 대단히 사랑해 주었다. *
머나먼 곳에 / 보들레르
여기에 성스러운 오두막 한 채
계집애는 곱게곱게 단장을 하고
조용히 언제나 몸을 차리고
한 손으로 가슴에 부채질하며
방석에 팔을 짚고서
샘물이 우는 것을 듣고 있다
이것이 바로 도로떼의 방
멀리서 노래하는 바람과 물의
흐느끼는 거친 가락이
이 귀염둥일 어려 재운다
머리에서 발 끝까지, 정성스럽게
그 고운 살결에 발라 놓은 건
향기로운 기름과 안식향의 물
꽃들도 구석에서 황홀해 한다
연인들의 술 / 보들레르
오늘은 세상이 찬란도 하다!
재갈도, 박차도, 고삐도 없이
말타듯 술을 타고 떠나자꾸나
거룩한 꿈나라 하늘을 향하여!
열병같이 지독한 환각으로
괴로워하는 두 천사처럼
수정처럼 맑고 푸른 아침에
아득한 신기루를 따라 가자꾸나!
분별 있는 회오리바람의
날개를 타고 두둥실 흔들거리며
너와 나 똑같은 환희 속에서
누이여! 나란히 헤엄치면서
한시도 쉬지 말고 날아가자꾸나.
내 몽상의 천국을 향하여!
우울 / 보들레르
내겐 천년을 산 것보다도 더 많은 추억이 있다네.
계산서와 詩作노트, 연애편지와 소송 서류들,
무거운 머리털 따위로 그득 찬 서랍 달린 육중한 장롱,
내 슬픈 머릿속엔 그보다도 더 많은 비밀이 숨어 있다네.
내 머리는 하나의 피라미드, 하나의 거대한 지하 매장소,
공동묘지보다도 더 많은 주검들이 간직되어 있는 곳.
거짓에의 사랑 / 보들레르
오, 시름에 찬 애인이여, 천장에서 부서지는
악기의 노래에 느릿느릿 발걸음 맞추어
깊은 눈에 서린 권태로운 빛을 보이며
그대가 걸어가는 것을 보면
가스 등불에 물들고, 시름 겨운 매력으로 꾸며져
저녁의 횃불에 새벽이 밝아오는 듯한
창백한 그대 이마와 초상화의 눈처럼
매혹적인 그대의 눈을 바라보면,
나는 생각한다.
'그녀는 아름답도다.
그리고 저 기묘한 싱싱함이여!'
육중한 왕실의 탑과 같은 묵직한 추억이
그녀 머리에 관을 씌우고,
복숭아처럼 달콤하고 물기찬 그녀 마음은
무르익은 육체와 더불어 오묘한 사랑을 기다리는구나.`
그대는 비길 데 없는 맛을 담은 가을 과실인가?
누군가의 눈물 기다리는 슬픈 꽃병인가,
멀고 먼 오아시스를 꿈꾸게 하는 향기인가?
쓰다듬는 베개인가, 그도 아니면 꽃 바구니인가?
나는 알고 있다. 소중한 비밀 전혀 감추지 않은
견줄 데 없이 우울한 눈들도 있음을
보석 없는 상자, 유물 없는 유물함,
오 '하늘'보다 더 텅 비고, 더 심오한 눈이여!
그러나 진실을 외면하는 내 마음 즐겨 주기 위해선
그대 겉모습만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그대가 어리석든 무관심하든 무슨 상관?
가면이건 겉치레건
반가와서 나는 몹시 좋구나, 그대의 아름다움이.
베아트리체 / 보들레르
검게 타서, 풀도 없는 재투성이 땅속에서
정처없이 헤매다.
어느날 자연을 향해 분통을 터뜨리며
내 생각의 칼날을
내 가슴 위에서 천천히 갈고 있을 때
나는 보았다, 대낮인데도 내 머리 위에
폭풍우 안은 불길한 먹구름이
잔인하고 호기심 많은 난쟁이를 닮은
한무리 음탕한 악마들을 싣고 오는 것을.
냉담하게 나를 바라보기 시작하더니
길 가던 행인들이 미치광이 구경하듯
사뭇 눈짓과 몸짓을 주고 받으며
서로들 킬킬대고 소곤대는 소리를 들었다.
저 만화 서서히 구경하자구,
저 꼴 좀 보지, 햄릿 같잖은가.
흐릿한 눈빛에, 바람에 나부끼는 머리칼에
보기에도 몹시 가엾지 않은가, 저 호인,
저 거지, 저 놀고 먹는 어릿광대, 저 괴짜,
그 치는 제 구실을 교묘하게 해내는 줄 알고
제 고통을 담은 노래에 관심을 끌려 들고
독수리, 귀뚜라미, 시냇물과 꽃들,
그 낡아빠진 술책의 장본인인 우리들에게까지도
울부짖는 소리로 제 공공연한 장광설을 늘어놓으려 든다.
(나의 자존심도 산처럼 높아 구름과 악마들을 초월하므로.)
나는 단순히 내 지고의 머리를 돌릴 수 있었으리라.
만일 내가 그 음탕한 악마의 무리 가운데
태양마저 비틀거리게 한 죄악 앞에,
세상에도 기이한 시선을 가진 내 마음의 여왕이
그 자들과 더불어 내 어두운 비탄을 비웃고
이따금 그들에게
치사스런 애무를 쏟는 것을 보지만 않았더라면.
사랑에 들뜬 / 보들레르
열렬한 애인들도 근엄한 학자들도
중년이 되면 다 한결같이 사랑한다,
자기들처럼 추위 타며 죽치고 사는,
집안의 자랑거리, 힘세고 순한 고양이들을.
학문과 즐거움의 벗인 그들은,
어둠들의 침묵과 공포를 탐구하니;
에레보스라면 그들을 상여말로 삼았겠지,
그들이 자존심을 굽혀 섬길 수만 있다면.
생각에 잠길 때의 그 의젓한 자세는 흡사,
인적 없는 사막 복판에 드러누워,
끝도 없는 꿈속에 잠든 듯한 우람한 스핑크스;
그 푸짐한 허리는 마법의 불꽃들로 가득차고,
고운 모래알과도 같은 금 조각들이 어렴풋이,
그들의 비유적인 눈동자에 별들처럼 반짝인다
고백 / 보들레르
한 번, 꼭 한 번, 사랑스럽고 정다운 사람이여,
당신의 미끈한 팔이
내 팔에 기대었다.
(내 넋의 어두운 밑바닥에서 그 추억은 스러지지 않는다).
밤은 이슥하였다. 새 메달과 같이
보름달은 하늘에 걸리고,
장엄한 밤은 강물처럼 잠든
파리 위를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집들을 따라, 대문 아래로, 고양이들은
살금살금 빠져 나갔다,
귀를 쫑그리고, 또는 정다운 사람의 혼백처럼,
천천히 따라오고 있었다.
별안간, 휘멀건 달빛 아래 피어난
허물 없는 친밀감 속에,
쾌활한 소리 낭랑하게 울려퍼지는
풍부한 악기, 당신 입에서,
빛나는 아침 군악 소리 울리듯
명랑하고 즐거운 당신 입에서,
구슬픈 가락,야릇한 가락,
비틀거리며 새어나왔다,
마치 가족들이 부끄러워서, 세인의 눈을 피하려고,
남 몰래 오랫동안 굴 속에
숨겨 두었던, 허약하고 험상궂고, 음산하고,
꾀죄죄한 계집애같이.
가엾은 천사여, 당신 목소린 곡조 높이 노래 불렀다,
이승에 확실한 것은 하나도 없고,
아무리 정성들여 꾸며 보아도, 언제나,
사람이 이기심은 드러나는 법.
미인 노릇 하기란 힘이 드는 일,
억지 웃음 지으며
흥겨워하는 어리석고 쌀쌀한 무희의
진부한 일과 같은 것.
사람들 마음 위에 집을 세움은 바보짓거리,
사랑도 아름다움도 모조리 깨져버린다,
마침내는 망각의 (치룽) 속에 집어던져
영원의 손에 돌려줄 때까지는!
나는 때때로 회상하였다 , 그 황홀한 달을,
그 적막, 그 답답함을,
그리고 가슴 속이 고해실에서 속삭인
그 무서운 고백을.
*치룽 ;싸리로 가로 퍼지게 둥긋이 결어 만든 뚜껑이 없는 그릇.
아름다움-Beauty- / 보들레르
나는 아름다워라, 오 덧없는 인간들! 돌의 꿈처럼
저마다 거기서 상처받는 내 유방은
질료처럼 영원하고 말없는 사랑을
시인에게 불어넣게 되어있다.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스핑크스처럼 창공에 군림하네.
백조의 순백에 백설의 마음을 결합하고,
선을 흔들어 놓는 움직임을 싫어하며,
나는 울지 않고 결코 웃지도 않네.
우뚝솟은 기념물에서 빌은듯한
내 당당한 태도 앞에 시인들은
준엄한 연구로 그들의 세월을 탕진하리!
이 고분고분한 애인들을 홀리기 위해서
만물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거울을 가졌네.
내 눈, 영원의 광택을 지닌 커다란 두 눈을!
여행 / 보들레르
막심 뒤캉에게
지도와 판화를 사랑하는 아이에겐
우주가 그의 엄청난 식욕과 같은 것.
아! 등불 아래 비치는 세계는 얼마나 큰가!
추억의 눈으로 본 세계는 그토록 작은데!
어느 아침 우리는 떠난다, 머릿속은 활활 타오르고
마음은 원한과 서글픈 욕망으로 가득한 채
그리고 우리는 간다, 물결치는 파도의 선율을 따라
유한한 바다 위에 무한한 우리 마음을 흔들며:
어떤 사람은 혐오스런 조국에서 달아나 즐겁고;
어떤 사람들은 요람의 공포에서, 또 어떤 사람들
계집의 눈에 빠져 있는 점성가들은
위험한 향기 피우는 저항할 수 없는 시르세에게서 달아
나 즐겁다.
짐승으로 변하지 않으려 그들은 취한다,
공간과 햇빛과 타오르는 하늘에;
추위가 살을 에고 햇뽑에 구릿빛으로 그을러
입맞춤의 흔적도 서서히 지워져간다.
그러나 진정한 여행자들은 오직 떠나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 마음도 가볍게, 풍선처럼
주어진 숙명을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까닭도 모르는 채 늘 "가자!" 하고 외친다.
그들의 욕망은 떠도는 구름의 형상을 하고,
대포를 꿈꾸는 신병처럼, 그들은 꿈꾼다,
어떤 인간도 일찍이 그 이름 알지 못했던
저 미지의 변덕스런 끝없는 쾌락을!
2
아 두렵다! 우리는 빙글빙글 도는 팽이와
튀어오르는 공을 흉내내고 있구나; 잠자고 있을 때조차
우리의 <호기심>은 우리를 들볶으며 뒤흔든다,
태양을 채찍질하는 잔인한 <천사>처럼
얄궂은 운명, 목표는 수시로 바뀌어,
아무데도 없는가 하면 어디에나 있을 수도 있고!
<인간>은 결코 지칠 줄 모르는 희망을 품고,
휴식을 찾아 미친놈처럼 줄곧 달린다!
우리의 넋은 이카리 섬을 찾아가는 돛대 세 개의 배;
하나의 목소리가 갑판 위에서 울린다: "눈을 떠라!"
미쳐 들뜬 또 하나의 목소리가 망루에서 외친다,
사랑..... 영광..... 행복!' 아뿔싸! 그건 암초다!
망보는 사내가 가리키는 섬들은 모두
<운명>이 약속해준 <황급의 나라>;
그러나 향연을 준비했던 <상상력>이
아침 햇볕에 발견한 것은 암초에 지나지 않았다.
오 환상의 나라에 미쳐 있는 가없은 사내!
녀석을 사슬로 묶어 바다에 던져야 할까
저 주정뱅이 수부를, 아메리카를 만들어낸 자를?
그 신기루가 바다의 심연을 더욱 깊게 만든다.
늙은 방랑객도 마찬가지, 발은 진창 속에 질척이면서도,
코는 높이 쳐들고 찬란한 낙원을 꿈꾼다;
홀린 그의 눈은 카푸이 도시를 찾아낸다
어디서나, 촛불이 비춰주는 움막에서도
3
놀라운 여행자들이여! 바다처럼 깊숙한 그대들 눈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고귀한 이야기를 읽어내는가!
그대들의 풍부한 기억이 담긴 보석 상자를 우릭에게 보
여다오,
별과 대기로 만들어진 그 신기한 보석들을
우리는 증기도 돛도 없이 여행하고파!
우리 감옥의 권태를 위로해주기 위해
화포처럼 팽팽하게 당겨진 우리 정신 위에,
수평선을 그림틀 삼아 그대들의 추억을 펼쳐놓아라.
말하라, 그대들이 본 것이 무엇인지?
4
"우리는 보았다, 별들과
물결을, 또 모래밭도 보았다;
그리고 뜻밖의 재난과 사고에도 무수히 부딪혔으되
우리는 여기서처럼 종종 권태로웠다
보랏빛 바다 위를 비추는 태양의 찬란함이,
저무는 태양에 비친 도시의 찬란함이,
우리 가슴속에 불안한 정열을 불붙여
매혹적인 석양빛 하늘 속에 잠겨들고 싶었다
제아무리 호화스런 도시도, 아무리 웅대한 풍경도
우연이 구름과 함께 만들어내는
저 신비한 매력에는 미치지 못했고,
욕망은 쉴새없이 우리를 불안하게 했다!
-쾌락은 욕망에 힘을 더욱더 북돋워준다
욕망이여, 쾌락이라는 거름으로 자라는 노목이여.,
네 껍질은 두터워지고 굳어져가는데도
네 가지는 태양을 더 가까이 보고 싶어한다!
너는 계속 자라려는가, 삼나무보다
더 강인한 큰 나무여? ⁃그러나 우리는 애써
탐욕스런 그대들의 사진첩을 위해 몇 개의 크로키를 모아왔다,
먼데서 온 것이면 무엇이든 아름답다 여기는 형제들이여!
우리는 코끼리의 코를 가진 우상에도 절했고;
빛나는 보석이 새겨진 옥좌에도 절했다;
공들여 정교함을 다한 궁궐은 그 꿈 같은 화려함이
그대들의 은행가에겐 파산의 꿈이 되리;
또 우리가 본 것은 눈을 황홀하게 하는 의상들;
이빨과 손톱을 물들인 여인들
그리고 뱀이 애무하는 능란한 요술장이들."
5
그리고, 그리고 또 무엇을?
6
"오 어린애 같은 사람들이여
가장 중요한 것을 잊기 전에 말하지만,
우리는 어디서나 보았다, 일부러 찾아다닌 것도 아니건만,
숙명의 사닥다리 위에서 아래까지 가득한
불멸의 죄악의 지겨운 광경을:
계집은 천한 노예, 교만하고 어리석어
웃지도 않고 제 몸을 숭배하고, 혐오 없이 제 몸을 사랑했으며,
사내는 탐욕스런 폭군, 방탕하고 가혹하고 욕심 많고,
노예 중의 노예, 수채 속에 흐르는 구정물;
즐기는 사형집행인, 흐느끼는 순교자;
피로 양념하고 풍미를 내는 축제;
독재자를 안달나게 하는 권력의 독약.
그리고 녹초가 되게 하는 채찍을 사랑하는 백성,;
우리 종교와 비슷한 갖가지 종교는
모두들 하늘로 기어오르고, <신성>은
깃털 이불 속에서 동구는 성미 괴팍한 친구처럼
수난과 고행에서 쾌락을 찾고 있었다;
수다스런 <인류>는 제 재주에 도취되고,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어리석어
노기등등한 고뇌 속에 하느님께 외친다:
"오! 내 동류, 내 주여, 나 그대를 저주하노라!'
좀 덜 어리석은 자들, <광기>를 사랑하는 대담한 자들은
<운명>의 신에 의해 울 속에 감혀진 대중을 피해.
끝없는 아편 속으로 도피하였다!
-이상이 지구 전체의 영원한 보고서이다."
7
이것이 여행에서 얻어낸 씁쓸한 깨우침!
단조롭고 작은 이 세계는 오늘도,
어제도, 내일도, 그리고 언제나 우리 모습을 비춰보인다,
권태의 사막 속의 공포의 오아시스를!
떠나야 할까? 남아야 할까? 남을 수 있으면 남아라;
떠나야 하면 떠나고. 더러는 달리고 더러는 주저앉는다,
빈틈없이 지키는 이 불길한 원수 <시간>을 속이기 위해!
아! 떠도는 유대인처럼, 또 사도들처럼
쉬지 않고 달리는 사람들 있으되,
이 더러운 망투사를 벗어나려면 아무것도,
수레도 배도 소용없다. 그중에는 제 요람
떠나지 않고도 그를 죽일 수 있는 자 있다.
드디어 그가 우리의 등뼈 위에 발을 디디면,
우리는 희망을 갖고 외칠 수 있으리 "앞으로!" 하고,
옛날 우리가 중국을 향해 떠났던 것처럼
눈은 바다를 응시하고 바람에 머리카락 휘날리며,
우린 <어둠>의 바다를 향해 돛을 올리리,
젊은 여행자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그대 들리는가, 달콤하고 슬픈 저 소리가,
그 소리는 노래한다: "이리로 오라! 저 향기로운 <로터스>를
맛보려는 그대들이여! 이곳이 바로
그대들 마음 굵주려 있는 기적의 열매를 따는 곳,
이리 와 취하라, 영원히 끝이 없는
이 오후의 기이한 감미로움에!
그 귀익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아마도 망령';
우리의 필라드는 저쪽에서 우리에게 팔을 내민다
옛날 우리가 그 무릎에 입맞추던 그 여인이 말한다.
"마음의 불을 식히기 위해 그대의 엘렉트르 곁으로 헤엄
쳐와요!"
8
오 <죽음>이여, 늙은 선장이여, 때가 되었다! 닻을 올리자!
우리는 이 고장이 지겹다, 오 <죽음>이여! 떠날 차비를 하자!
하늘과 바다는 비록 먹물처럼 검다 해도,
네가 아는 우리 마음은 빛으로 가득 차 있다!
네 독을 우리에게 쏟아 기운을 북돋워주렴!
이토록 그 불꽃이 우리 머리를 불태우니
<지옥>이건 <천국>이건 아무려면 어떠랴? 심연 깊숙이
<미지>의 바닥에 잠기리라,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