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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시등 감상

2015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시(쌈/조창규) 해설

작성자시냇물|작성시간23.07.13|조회수426 목록 댓글 0

https://youtu.be/GCaNvI_7vz0 조창규 시인 유튜브

시감상

쌈의 쌈과 그 반대인 누설의 다양한 변주가 돋보인다.
(쌈의 이미지) 김 - 배춧잎 - 얇은 종이장 - 봉지 - 방충망 - 개기월식 - 달의 뒷장 -기밀/비밀 - 누명과 모함을 뒤집어 쓰다 - 삼켜요 - 숨겨있다
(누설의 이미지) 입맛이 풀리다 - 진딧물 감로 - 알을 싸다 - 경계가 소홀하다 - 증인(비밀을 밝힘) - 갉아 먹는다
쌈을 음식에 비유하는 데 그쳤다면 시가 재미가 없었을 것이다. 이것을 쌈과 누설로 확장하고 있다.

(확장)
쌈-동굴속 어둠과 등불로 구움 - 쌈장 개발 - 누명/모함과 증인 - 어둠의 봉지에 싸인 밤과 구멍난 방충망 - 달의 뒷장에 싸 놓은 알과 두꺼비 - 개기월식과 부분식

(1.메세지)
쌈이라는 객관적 상관물을 통해서 하고자 하는 시적 진실은 무엇인가?

(심사평)
동굴 속의 어둠’, ‘스치면 베이는 얇은 종잇장’, ‘어둠의 봉지에 싸인 이 밤’, ‘구멍난 방충망’, ‘달의 뒷장’, ‘긴 혀’, ‘보쌈’으로 비유하고, 이 비유에 어울리는 쌈장을 ‘달콤한 진딧물 감로를 섞어 만든 장’으로 만들고 난 다음 이 모든 사물과 자연 현상을 흡입하는 나를 내세워 자연의 아름다운 변화와 삼투, 세월과 일식을 파노라마처럼 전개하고 있었다.

유쾌한 유머가 있고, 축소와 확장이 화자의 입을 통해 전개되는 재미가 있었다.
그렇지만 시 속의 ‘나’는 쌈을 멋지게 비유해 낼 수 있지만, 과연 이러한 ‘쌈’의 현상들이 시적 화자의 감각들을 통과했다고 볼 수 있겠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2.이미지의 연쇄와 교차)
어둠과 밝음, 쌈과 누설 등에서 이미지를 잘 연쇄하고 있다. 앞에 나온 이미를 받아 계속적으로 연쇄하고 있다.

(3. 리듬)
쌈과 싸다, 두꺼운과 두꺼비, 종잇장과 달의 뒷장, 동굴/어둠/등불에서 보이는 ㄷ자음운, 풀리다와 품속,
식견/싱겁다/식재료/숨겨/새로운/삼키다/소홀/세웁니다/사각사각/시간의 ㅅ자음운, 등불/개발/배설물/베이는/비밀/봉지/밤/방충망/나방/두꺼비/애벌레/보쌈/보름달/부분식/벗겨지고의 ㅂ자음운, 기타 ㄱ자음운 등 찾아보면 자음운, 단어, 종결형어미 등에서 리듬감을 부여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을 배치


시인이 자작시를 직접 해설한 내용

나는 쌈을 즐깁니다
(동사를 바꾸어주면 문장이 새로워진다. 좋아합니다 대신 즐깁니다로 바꿈)
재료에 대한 나만의 식견도 있죠
(식견은 먹을 식자로도 읽을 수 있도록 함)
동굴 속의 어둠은 눅눅한 김 같아서 등불에 살짝 구울 수 있습니다
(동굴은 눅눅하고 등불이 필요하다. 그러므로ㅠ등불로 어둠을 구울 수 있다는 상상력도 가능)
그런데, 낱장으로 싸먹는 것들은 싱겁죠
(아포리즘. 진술. )
강된장, 과카몰리* 등 다양한 <쌈장 개발의 기원>
(쌈과 관련된 쌈장을 끌어들임, 강된장 다음에 일반적으로는 고추장이 나오겠지만 그렇게 쓰면 재미가 없으므로 과카몰리를 배치하여 살짝 비틀었다.)
봄철, 입맛이 풀릴 때
(입맛이 없을 때 대신에 풀릴 때로 동사를 바꾸어 상투성에서 벗어남)
나는 구멍이 송송, 뚫린 배춧잎을 새로운 쌈장에 찍어먹습니다
(쌈의 변주로 배춧잎이 나온다 )
달콤한 진딧물 감로를 섞어 만든 장
(진딧물의 항문에서 감로가 나오는데 그것을 개미가 좋아한다.개미는 진딧물을 무당벌레로부터 보호해준다. 진딧물 감로로 섞어 만든 장은 상상력이다)
어떤 배설물은 때로 훌륭한 식재료가 되죠
(아포리즘)
두꺼운 것들은 싸먹기 곤란합니다
(아포리즘)
스치면 베이는 얇은 종잇장에도 누명과 모함은 숨겨있죠
(두꺼운 것과 대비하기 위하여 얇은 종잇장이 나온다. 종잇장도 쌈의 변주다)
적에게 붙잡히면 품속의 기밀을 구겨 한입에 삼켜요
(누명과 모함을 받았다는 내용과 연결한 문장)
무덤까지 싸들고 가는 비밀도 있습니다
(아포리즘. 한입에 삼켜서 비밀을 유지한다)
어둠의 봉지에 싸인 이 밤
(쌈을 확장하기 위해 어둠의 봉지에 싸인 밤으로 표현, 확장을 해주는 방법으로 시간과 공간을 변경해 주는 방법이 있다. 밤이라는 거대한 시간과 공간으로 확장함)
구멍 난 방충망은 경계가 소홀합니다
(방충망도 쌀 수 있는 재료이다. 위에 구멍이 송송 뚫린 배춧잎의 이미지를 연쇄한다. 파리나 모기가 들어와서 경계가 소홀해진다. 의인법)
누군가 달의 뒷장에 몰래 싸놓은 알들
(종잇장의 이미지와 연결. 쌈을 달로 확장. 쌈을 싸다와 알을 싸다(배설)는 반대되는 말을 동일 동사로 표현하여 리듬감 부여. 싸다와 누설은 같은 차원)
나는 긴 혀로 나방을 돌돌 말아먹는 두꺼비를 증인으로 세웁니다
(
긴 혀도 쌀 수 있는 사물이다. 증인은 사실을 밝혀주는 것.윗부분에 두꺼운이 나왔으므로 이 말을 받아 두꺼비가 나온다.기표차원의 리듬감 부여)
사각사각, 저 달을 갉아먹는 애벌레들
(알들이 깨어나 애벌레가 생긴다. 달을 갉아 먹는다는 상상력)
수줍은 달을 보쌈해간 개기월식
(애벌레가 달을 갉아먹어서 개기월식이 일어난다는 상상력. 보쌈은 쌈의 변주로 리듬감 부여)
삼킬 수 없는 과욕은 역류되기도 하죠
(이 시의 주제. 아포리즘)
보름달을 훔쳤다는 나의 누명이 시간의 부분식으로 벗겨지고 있습니다
(화자가 보름달을 훔쳤다는 터무니없는 누명은 시간이 지나면 벗겨진다. 개기월식이 시간이 지나면 달이 다시 나타난다. 이것을 부분식이라고 한다. 우리의 터무니없는 누명도 시간이 지나면 벗겨진다는 진리를 함유)

* 아보카도를 으깬 것에 양파, 토마토, 고추 등을 섞어 만든 멕시코식 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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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조창규

나는 쌈을 즐깁니다. 재료에 대한 나만의 식견도 있죠
동굴 속의 어둠은 눅눅한 김 같아서 등불에 살짝 구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낱장으로 싸 먹는 것들은 싱겁죠
강된장, 과카몰레*등 다양한 <쌈장 개발의 기원>


봄철, 입맛이 풀릴 때
나는 구멍이 송송, 뚫린 배춧잎을 새로운 쌈장에 찍어 먹습니다
달콤한 진딧물 감로를 섞어 만든 장
어떤 배설물은 때로 훌륭한 식재료가 되죠

두꺼운 것들은 싸먹기 곤란합니다
스치면 베이는 얇은 종잇장에도 누명과 모함은 숨겨있죠
적에게 붙잡히면 품속의 기밀을 구겨 한입에 삼켜요
무덤까지 싸 들고 가는 비밀도 있습니다

어둠의 봉지에 싸인 이 밤
구멍 난 방충망의 경계가 소홀합니다
누군가 달의 뒷장에 몰래 싸놓은 알들
나는 긴 혀로 나방을 돌돌 말아먹는 두꺼비를 증인으로 세웁니다
사각사각, 저 달을 갉아먹는 애벌레들
수줍은 달을 보쌈해간 개기월식
삼킬 수 없는 과욕은 역류하기도 하죠
보름달을 훔쳤다는 나의 누명이 시간의 부분식으로 벗겨지고 있습니다.


*아보카도를 으깬 것에 양파, 토마토, 고추 등을 섞어 만든 멕시코식 쌈장

[심사평] 자연의 변화와 삼투… 파노라마처럼 전개… 시인의 탐구 돋보여

본심의 심사 대상이 된 작품들을 읽으면서, 이 시들을 쓸 때 이 응모자들은 자신의 내부로부터 어떤 간절한 욕구가 있었는가, 아니면 어떤 경로로 시를 쓰는 과정에 입문하게 되어 습관처럼 시를 쓰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질문해 보고 싶었다. 그만큼 장식과 조립에 치중한 시가 많았으며 재주나 재치에 기댄 시가 많았다. 응모작 전체가 고른 수준을 갖춘 예도 드물었다.

김태형의 ‘수상한 식인’ 외 3편은 일종의 은유 놀이로서 ‘노르웨이’라는 거처를 시에 등장시켜 자유자재로 그 거처의 경계를 입술이나 국경으로 늘려 잡으며 유희하고 있었다. 우리는 가끔 우리의 집을 은유해서 ‘노르웨이’ 같은 이름으로 비유해 불러야만 할 것 같지 않은가. 시가 재미있는 지점들을 품고 있었지만 함께 응모된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같은 시들에는 이 시를 쓴 시인의 역량을 의심케 만드는 거친 일면이 있었다.

김상도의 ‘졸립다가 마른’ 외 4편은 거미줄에 걸린 줄도 모르는 곤충처럼, 우리의 일요일 같은 휴식이나 평화, 그 뒤에 도사린 위태로움을 슬며시 혹은 경쾌하게 던지는 솜씨가 좋았다. 그런 상황을 ‘졸립다가 마르는’ 같은 형용 어귀로 눙쳐 버리는 것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뒤에 붙은 4편의 언어 실험적인 시들이나 나열, 조립의 시들이 이 시의 감동을 반감시켰다.

‘쌈’ 외 4편은 ‘쌈’을 ‘동굴 속의 어둠’, ‘스치면 베이는 얇은 종잇장’, ‘어둠의 봉지에 싸인 이 밤’, ‘구멍난 방충망’, ‘달의 뒷장’, ‘긴 혀’, ‘보쌈’으로 비유하고, 이 비유에 어울리는 쌈장을 ‘달콤한 진딧물 감로를 섞어 만든 장’으로 만들고 난 다음 이 모든 사물과 자연 현상을 흡입하는 나를 내세워 자연의 아름다운 변화와 삼투, 세월과 일식을 파노라마처럼 전개하고 있었다.

유쾌한 유머가 있고, 축소와 확장이 화자의 입을 통해 전개되는 재미가 있었다.
그렇지만 시 속의 ‘나’는 쌈을 멋지게 비유해 낼 수 있지만, 과연 이러한 ‘쌈’의 현상들이 시적 화자의 감각들을 통과했다고 볼 수 있겠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그럼에도 응모작들이 각각 다른 경향성을 보이기는 하지만 5편 모두가 그 나름의 탐구가 있는 점을 높이 사서 ‘쌈’을 당선작으로 선하는 데 합의했다.

- 심사위원 황현산 문학평론가·김혜순 시인(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


[당선소감] 가난한 꿈으로 사치스러웠던 날들… 詩를 만나 따뜻했다

나는 타인의 재능에 절망한 적 있다. 비교와 차이는 열등감을 낳기 쉬워서 자신을 돌아보기보다는 무고한 남을 원망하거나 시기하기 쉽다. 어쩌면 나는 남보다 내 자신을 더 미워할까봐 두려웠는지 모른다.

10년 동안 나는 내 삶의 혁명을 꿈꿔왔다. 그러나 삶을 견디는 것은 힘들었고,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내게 재능은 물론이고 운도 따르지 않는 것 같았다. 이런 실패한 혁명가에게 시(詩)가 찾아왔다. 한 발짝만 뒤로 물러나면 벼랑인 것을…. 당선을 기대하지 않았다고 쓴다면 내 양심을 속이는 것.

가난한 꿈으로 사치스러웠던 날들. 좌절로 괴로웠을 때, 아직도 내가 살아있다고 느낀 순간은 당신을 만날 때였다. 여느 날과 똑같은 오늘, 온몸으로 맞는 눈이 참 따뜻하다.

저마다의 간절함이 모두 이루어지기를…. 그래도 내 인생이 무모한 반란으로 끝나지 않아 다행이다.

종교와 예술 사이에서 갈등한 저를 잡아준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아버지 어머니, 감사합니다. 박주택 선생님, 이원 선생님, 마경덕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시인이 되었습니다.

선규, 현준, 효주, 동기, 소중한 친구들…, 시인이 되는 걸 꼭 보고 싶다고 한 창호 형, 암이 빨리 낫기를 기도할게요. 멀리 떠나온 경희문예창작단에도 좋은 소식이 되기를….

황현산, 김혜순 선생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리며 끝으로 하늘에 계신 친어머니와도 이 기쁨을 함께하고 싶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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