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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늙은 여우 얼음소리 듣듯이

작성자석양노을|작성시간26.06.13|조회수22 목록 댓글 0

늙은 여우 얼음소리 듣듯이
​한 선비가 곧잘 여비(女婢)와 밀통(密通)을 하는데, 한 번 아내에게 발각된 이후로는 계속 들통이 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선비는 친구에게,
「여비와 놀아나는 게 재미치고는 정말 별미인데 매양 발각되어 흥이 깨어지니 무슨 수가 없겠소?」
하고 넌지시 상의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노우(老友)가 대답하기를,
「내게 묘법이 있으니 그대로 한 번 실행해 보게.」
하고는 이렇게 친절히 가르쳐 주었다.
「여비와 밀통하는 열 가지 요령이 있으니 이를 간비십격(奸婢十格)이라 하오.
그 첫째는 기호탐육격(飢虎貪肉格), 즉 굶주린 호랑이가 고기를 탐하듯 하라는
것이니 이는 그대가 여비를 품어 보고자 하는 그 마음가짐을 이름이오.


​둘째는 백로규어격(白鷺窺魚格), 즉 백로가 고기를 엿보듯 하라는 것이니 이는 여비가 어디에 있는가를 잘 엿보아 둠을 말함이오.
셋째는 노호청빙격(老狐聽氷格), 즉 늙은 여우가 얼음소리를 듣듯 하라는 것이니 아내가 잠들었는지 아닌지를 조심해서 살피라는 것이오.
넷째는 한선탈각격(寒蟬脫殼格), 즉 매미가 껍질을 벗듯 온몸을 이불에서 빼내는 기술을 말함이오.
다섯째는 영묘농서격(靈猫弄鼠格), 즉 영특한 고양이가 쥐를 희롱하듯 여러가지 기교로 희롱함을 말함이오.
여섯째는 창응박치격(蒼鷹搏雉格), 즉 매가 꿩을 차듯 번개처럼 재빠르게 깔아 뭉개라는 것이오.
일곱째는 옥토조약격(玉兎搗藥格), 즉 토끼가 약을 찧듯 옥문(玉門)에 자유자재로 꽂고 맴을 이름이오.
여덟째는 여룡토주격(驪龍吐珠格), 즉 용이 여의주를 토하듯 사정(射精)을 신나게 하라는 것이오.
아홉째는 오우천월격(吳牛喘月格), 즉 오나라의 소가 달을 머금듯 피로로 인한 숨결을 빨리 안정시켜야 한다는 것이오.
열째는 노마환가격(老馬還家格), 즉 늙은 말이 집으로 돌아가듯 자취를 감추어 자기 방으로 돌아가 조용히 잠들라는 것이오.
그러니 앞으로는 이 열 가지 요령대로만 행하면 낭패하는 일이 없이 만사형통할 것이오.」
선비는 이 노우(老友)의 십격(十格)에 공감하여 그 뒤로는 이 친구를 십격선생(十格先生)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긂주린 호랑이 고기를 참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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