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달아놓고 보니 중국인들이 요즘 세계무대에서 자기 목소리를 크게 내는 이유가 무언지 설명하는 내용인 것 같아 오해의 여지가 있을 것 같다. 말 그대로 중국인들의 '물리적인' 대화소리가 왜 다른 나라사람들보다 큰가를 규명해 보고자 하는 내용이다.
중국인들을 접해 본 사람들이라면 모두 느끼는 바이겠지만 그들의 대화소리는 정말 시끄럽다. 시장의 시끄러운 분위기야 어느 나라나 당연한 것이겠지만 중국의 시장은 여행을 해 본 세계 어느 다른 나라 시장보다 시끄럽다. 일반 음식점도, 연회장도, 학교 앞도, 길거리도 모두 적어도 우리나라의 비슷한 장소보다 시끄럽게 느껴 지는건 나만의 착각일까?
중국인들 스스로도 자신들의 말 소리가 시끄럽다는걸 인정한다.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인터넷 포털인 바이두(百度)에서 검색해 보면 중국인들이 시끄러운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과 답들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인 자신들이 생각하는 이유를 찾아 보니 다양하기도 하다.
우선 중국인들의 생활환경과 관련된 이유이다. 중국인들 가운데서도 사무실에서 앉아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조용하다 한다. 아무래도 사무실은 조용한 환경을 요구하므로 말소리도 최대한 낮추어 얘기해야 하고 이러한 습관이 생활화되면 사무실 외의 다른 곳에서 하는 말소리도 조용해 지기 때문이다. 또 사무실 근무자들의 교양수준이나 공공의식이 보편적으로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무실 근무자 이외의 대부분의 사회구성원들은 주변환경이 시끄러운 상황에 노출된 채 생활하는 경우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많으며 따라서 대화소리도 그만큼 높아지게 되고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이 습관화된다는 것이다. 또 시끄러운 환경에 많이 노출되다보니 청력의 손상도 있게 되어 말소리는 더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중의 하나는 사회환경의 변화이다. 예로부터 "신분이 높은 사람은 말이 느리고 부드럽다"(贵人语迟,贵人语轻)는 말이 있듯이 교양이 있고 자존감이 있는 사람들은 결코 대화 목소리도 크지 않은데 중국 사회가 30여년간 고성장 하면서 졸지에 부자가 된 자, 사회적 신분이 달라진 자 등이 안하무인격으로 큰 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여기서 '큰 소리'란 자기 존재의 주장을 의미하는 추상적 개념인 동시에 자기 존재를 과시하기 위한 '물리적인 큰 소리'를 포함한다.
관련되는 얘기지만 예로부처 신하는 황제 앞에서, 지위 낮은 자는 지위 높은자 앞에서, 자식은 부모 앞에서, 학생은 스승 앞에서, 부인은 남편 앞에서 큰 소리를 못내며 살았다. 그런데 지금은 권위가 무너지고 경외감이 사라진 세상이라서 모든 사람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권력자, 스승이나 부모에 대한 존경심은 없고 재부만이 추앙받는 요즘의 세태에 대한 풍자 섞인 해석이기도 하다. 중국에서는 아직도 인권문제가 많이 제기되고 있으나 예전보다는 그래도 인권이 많이 신장되어 과거 목소리 죽여 살아야 했던 사회 구성원이 각자 제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게 된 점도 한 요인이 될 것이다. 중국사회의 이러한 변화는 우리나라도 비슷하게 겪어 온 것인데 유독 중국사람의 말소리가 높아진 이유가 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드는 해석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하여 재미있는 일화를 하나 소개해 보자. 2011년 7월23일, 필리핀 비행기내에서 일어난 사건이 필리핀 일간지에 보도되었다. 필리핀의 한 지방 여행국의 초청으로 마닐라에서 출발한 12명의 중국 여행작가 방문단과 현직 아키노 대통령의 제부사이에 발생한 기내 몸싸움 사건이었다. 방문단원중 2명이 좁은 기내 복도를 왔다 갔다하면서 큰 소리로 떠들다 안내방송을 하던 스튜어디스를 촬영하기도 하였다. 승객중 일원이었던 아키노대통령의 제부가 참다 못해 이들에게 목소리 좀 낮추고 다른 승객들과 부딪히지 않게 조심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한다. 그러자 방문단중 한 사람이 대통령 제부의 멱살을 잡고 큰소리로 욕을 해댔다는 것이다. 어쩌면 별 내용 아닌 사건이지만 이 소식을 접한 중국 인터넷 논객들도 수치심을 느꼈던 모양이다. 왜 중국인들은 비행기에서도 시끄럽게 떠드냐에 관한 토론도 벌어졌다. 물론 필자가 위에서 언급한 이유들도 제시되었다. 그러면서 권력에 약한 중국인들의 특성을 들어, 만일 그 필리핀 대통령 제부가 "내 마누라가 아키노대통령의 누이요"라고 한마디만 했으면 그런 봉변은 안당했을 것이라는 자조적인 얘기도 오갔다.
다음은 중국의 교육방식과 관련된 이유이다. 중국에서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과정에서 부터 아이들에게 한시(漢詩)를 가르친다. 그것도 아이들이 뜻을 알건 말건 큰 소리로 암송시키는 방법을 많이 쓴다. 실제로 대여섯살 난 아이들이 큰소리로 하지장(贺知章, 659~744)의 "영류"(詠柳)나 두목(杜牧, 803~852 )의 "청명"(清明)등 당시(唐詩)를 큰 소리로 암송하는 장면을 자주 목격하는데, 중국어 선생에게 늦은 나이에 중국어와 한시를 배워야 했던 필자로서는 여간 부러운 일이 아니었다. 어쨋든 중국인들은 어려서 부터 이렇게 큰 소리로 시나 교과내용을 암송하는 환경에서 자라기 때문에 자연스레 일상 대화중의 목소리도 커진다 한다. 중국인을 비하하지 않으면서 목소리 큰 이유를 설명하는 것 같아 어쩐지 호감이 간다.
필자에게 가장 공감가는 목소리 큰 이유중의 하나는 중국어의 성조(聲調)와 관련된 것이다. 중국어는 한국어나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기타 언어와 달리 높낮이가 뚜렷한 4개의 성조로 발음되어야 뜻이 제대로 통한다. 필자가 중국생활하면서 체험적으로 느낀건 바로 이 성조의 중요성이다. 예를 들어 택시에서 기사에게 “우회전해주세요” 또는 “좌회전해주세요”라고 말할 때 이에 해당하는 중국어는 "왕요우과이"(往右拐) 또는 "왕주오과이"(往左拐)이다. 성조는 右拐는 "요우과이"로 요부분을 높게, 左拐는 "주오과이"로 오부분을 놓게 발음해야 한다. 만일 "요우과이"를 "요우과이"로 발음하면 대부분의 기사는 성조에 더 큰 비중을 두어 "주오과이"로 말한 것으로 알아 듣고 승객의 의도와는 반대방향으로 회전한다. 북경생활 초기 필자가 여러번 쓰라리게 경험한 일이다.
이만큼 중국어에서는 성조가 개별적인 자음 발음보다도 중요하다. 즉 언어가 뚜렷한 4개의 성조로 발음되기에 리드미컬한 면이 있는 반면 많은 경우 시끄럽게 들리기 쉽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말의 높낮이가 비교적 뚜렷한 경상도 사람들 대화소리가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좀 더 시끄럽게 느껴지는 이유와 같을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우리나라에도 성조가 있었다. 15세기까지 뚜렷이 존재하여 그 기능을 다 하였으나, 16세기 중반부터 흔들리기 시작하다가 결국 16세기 말 무렵에 사라졌다 한다. 성조가 있었던 시절에는 우리나라 사람들 대화도 중국인들만큼이나 시끄럽지 않았을까하는 상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