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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트레킹

자연이 숨 쉬는 용마산 동행길 걷기

작성자수명산|작성시간26.06.09|조회수26 목록 댓글 0

용마산 스카이워크는 서울 중랑구의 새로운 야경 및 노을 명소입니다. 서울둘레길 4코스(망우·용마산) 구간에 위치해 있으며, 숲 위를 걸으며 서울 도심을 파노라마로 감상할 수 있는 이색적인 전망 시설입니다.

 

지상 약 10m 높이, 총 길이 160m의 목재 데크로 조성되어 발아래로 숲이 펼쳐지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전망대에 오르니 남산 N서울타워부터 북한산, 도봉산, 그리고 불암산까지 이어지는 서울의 아름다운 산줄기와 도심 경관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지난번 방문 때는 짙은 안개로 아쉬움이 남았는데, 이번에는 그것을 보상이라도 해주듯 맑은 하늘 아래 눈부신 풍경이 펼쳐져 발걸음을 붙잡습니다.

 

스카이워크 주변은 사계절 매력 정원으로 가꾸어져 있습니다. 자작나무, 산벚나무, 수국 등 30여 종의 식물이 심어진 '매력가든'이 조성되어 있어 계절마다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전망을 즐긴 후 다시 되돌아나와 용마산 동행길로 들어섭니다. 초여름 숲길이지만 울창한 나무 터널이 한낮의 뜨거운 햇살을 막아주고 시원한 산바람을 전해주는 최고의 힐링 코스입니다. 덕분에 편안하게 걸을 수 있으며, 오거리 쉼터에서 채운 든든함과 함께 가벼운 발걸음으로 하산을 시작합니다.

 

내려가는 길 우측으로는 맑은 물이 흐르는 사가정천(계곡) 소리가 들려와 귀까지 시원해지는 청량감을 선사합니다. 경사가 완만하고 야자매트와 목재 데크가 교차로 잘 깔려 있어, 동행길 못지않게 무릎에 부담이 적고 편안한 길입니다.

 

6월의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나뭇잎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온몸으로 마시며, 도심 속 소음에서 완벽히 벗어납니다. 문득 어디선가 날아온 묵직한 향기가 코끝을 자극합니다. 눈을 들어 살펴보니, 하얗게 뭉쳐 있는 구름처럼 초록 잎사귀 사이사이로 밤나무꽃이 활짝 피어 있습니다.

 

밤나무에 얽힌 이야기는 소나무나 느티나무, 은행나무만큼이나 풍성합니다. 누구에게나 밤나무에 대한 추억 하나쯤은 있을 것입니다. 저에게는 백두대간과 9개 정맥을 종주하던 시절, 대원들과 함께 밤나무 농장을 지나다 도둑으로 오인받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냅다 도망쳤던 웃지 못할 유쾌한 추억이 떠오릅니다.

 

우리 조상들은 제사상에 밤을 절대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사당을 지을 때나 신주(위패)를 만들 때도 반드시 밤나무 목재를 사용했는데, 여기에는 밤나무만의 아주 독특한 생태적 특징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의 식물들은 씨앗이 발아해 싹이 트면 원래의 씨앗 껍질이 썩어 없어집니다. 하지만 밤나무는 싹이 트고 나무가 자라나 수십 년이 흘러 거목이 되어도, 땅속에 묻힌 최초의 밤톨 껍질이 썩지 않고 뿌리 밑에 그대로 붙어 있습니다.

 

조상들은 이 모습을 보고 밤나무를 '자신의 근본(부모와 조상)을 잊지 않는 신령한 나무'로 여겼습니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존재하는 것은 모두 조상의 은덕이라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제사상에 밤을 올리게 된 것입니다.

 

밤나무꽃은 '6월의 향기'로도 유명합니다. 늦봄에서 초여름으로 넘어가는 이 시기가 되면 숲속은 온통 강렬하고 독특한 향기로 진동합니다. 흔히 '남성의 향기'라고도 부르는 이 비릿한 냄새는 사실 밤나무의 치열한 생존 전략입니다. 넓은 숲에서 수많은 곤충을 단번에 유혹하기 위해 동물의 정액 성분 중 하나인 '스페르민(Spermine)'과 유사한 향을 공기 중에 뿜어내는 것입니다.

 

어느새 밤나무 꽃내음에 흠뻑 취한 채 사가정공원에 내려섭니다. 지난 방문 때 아쉽게 지나쳤던 전통 정자인 '사가정(四佳亭)'을 찾아갑니다.

 

서울특별시 중랑구 면목동 용마산 자락에 위치한 사가정공원은 도심 속 푸른 쉼터입니다. 이곳의 중심에 서 있는 사가정은 조선 전기의 대문호이자 학자였던 서거정 선생의 문학적 정취와 한가로운 여유를 시민들이 느낄 수 있도록 복원한 전통 정자입니다. 서거정 선생이 생전에 용마산 자락에 정자를 짓고 거주하며 글을 썼다는 역사적 연고를 바탕으로 조성되었습니다.

 

정자의 이름인 '사가(四佳)'는 서거정 선생이 유독 아끼고 사랑하여 정자 주변에 직접 심고 즐겼다는 '네 가지의 아름다운 식물'에서 유래했습니다.

 

매화: 선비의 지조와 이른 봄의 시작을 상징

대나무: 곧고 푸른 절개를 상징

연꽃: 진흙 속에서도 깨끗하게 피어나는 군자의 품격을 상징

해당화: 특유의 붉고 아름다운 정취를 상징

 

정자 인근과 공원 산책로 곳곳에는 서거정 선생이 남긴 수천 편의 한시 중 엄선된 대표 명시 4편이 새겨진 시비(詩碑)들이 세워져 있어, 고풍스러운 정자의 멋과 함께 시를 음미하는 아늑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사가정을 뒤로하고 공원을 벗어나, 다음 여정인 '한강버스'를 타기 위해 사가정역으로 향합니다. 사가정역 3번 출구에서 2311번 버스를 타고 잠실대교전망쉼터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도보 15분 거리에 한강의 새로운 수상 대중교통인 한강버스 잠실선착장이 연결됩니다. 시원한 산바람에서 싱그러운 강바람으로 이어질 다음 여정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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