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6월, 양천과 구로의 경계에서 여정을 시작합니다
푸르른 녹음이 젊음의 상징처럼 싱그럽게 다가오는 6월입니다. 온 세상이 초록으로 물드는 이 시기, 여름은 과연 정열과 희망의 계절이라 불릴 만합니다. 이 기분 좋은 계절에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있습니다. 바로 계남근린공원에서 능골산(78.4m) 정상을 거쳐 고척근린공원까지 이어지는 총 길이 2.4km, 폭 2.2m의 무장애 길, ‘능골산 자락길’입니다.
여정의 출발지는 지하철 2호선 양천구청역 2번 출구입니다. 역에서 나와 싱그러운 바람을 맞으며 10여 분을 걷다 보면, 중앙로를 가로지르며 구로구와 양천구의 경계를 알리는 안내석이 반갑게 마중을 나옵니다. 이곳은 ‘구로올레길 산림형 1코스’의 시작점이자, ‘양천둘레길 산림형 코스’인 계남공원 구간이 갈라지는 의미 있는 길목이기도 합니다.
길은 자연스럽게 '계남근린공원'으로 이어집니다. 이 공원은 양천구 신정동과 구로구 고척동 일대의 옛 지명인 부평군 계남면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습니다. ‘계남(桂南)’이라는 이름에는 부평 계양산의 남쪽에 위치했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공원 안에는 다목적운동장, 게이트볼장, 배드민턴장, 조깅 트랙 등 다양한 운동 시설과 함께 소동물원, 야외무대, 약수터, 쉼터 등이 알차게 조성되어 있어 주민들의 소중한 휴식처가 되어줍니다.
공원을 지나 본격적으로 숲으로 들어서면, 하늘을 향해 시원하게 뻗은 메타세쿼이아가 늘어선 언덕길이 나타납니다. 초록 터널을 이루는 이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좌측으로 드디어 능골산 자락길의 핵심인 무장애 데크 산책로가 시작됩니다. 경사가 완만하고 턱이 없어 휠체어나 유모차도 무리 없이 자연 그대로의 숲을 만끽할 수 있는 다정한 길입니다.
초록빛으로 물든 힐링 숲길을 여유롭게 걷다 보면, 온몸을 감싸는 시원한 바람 덕분에 일상의 스트레스가 자연스레 씻겨 내려갑니다. 도심 속 운치를 느끼며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우측으로 고풍스러운 정자인 ‘능골정’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능골정에 올라 잠시 숨을 고르며 주변을 둘러봅니다. 능골산은 과거 능(묘)이 많아 붙여진 이름입니다. 구로구 고척동 일대의 옛 지명인 부평부 가사촌 능골은 역사적으로도 무척 유서 깊은 곳입니다.
이곳은 고려 개국공신 장절공 신숭겸 장군의 17세 손인 통례원 봉례공 신윤단 이하 6대 13묘 26위의 묘역이 모셔진 옛 문화유산 보존 지역입니다. 특히 그의 장남인 군수공 신만년, 그리고 후손이자 기묘명현 중 한 분인 승사랑공 신광우의 묘소가 이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푸른 숲길의 끝에서 뜻밖에 만난 깊은 역사의 숨결은, 이번 산책을 단순한 걸음을 넘어 시공간을 넘나드는 특별한 여행으로 만들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