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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트레킹

초록빛으로 물든 힐링 숲길, 신정산 둘레길

작성자수명산|작성시간26.06.17|조회수31 목록 댓글 0

양천구 신트리아파트 단지 뒤편에 자리한 신정산은 나지막하고 아늑한 산입니다. 이곳에는 삼국시대부터 한강 지역과 인천을 잇는 소금 교역의 지름길이었던 정랑고개가 있었습니다. 한강을 건너 양천현(현 양천구청 일대)을 출발하면 오전 중에 마주하는 첫 번째 고개로, 과거 교통과 군사의 중심지 역할을 하던 요충지였습니다.

 

오늘의 여정은 정랑고개 생태통로를 들머리 삼아 신정산 둘레길에서 시작합니다. 이 둘레길은 산 주변의 2.7구간을 걷기 편한 나무데크로 연결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등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조성된 코스입니다. 생태통로를 지나 장군정 방향으로 조금 오르다 보면 반가운 둘레길 이정표가 마중을 나옵니다.

 

이곳에서는 시계방향이나 반대방향 중 원하는 코스를 자유롭게 선택해 걸을 수 있으며, 성인 보통 걸음으로 40분에서 1시간이면 편안하게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힐링 산책길입니다.

 

오늘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데크길이 정겨운 흙길로 바뀌는 지점, 장군정으로 향하는 능선길에는 하늘을 향해 시원하게 치솟은 버드나무들이 든든하게 길목을 지키고 서 있습니다. 장군봉으로 향하는 흙길 대신 다시 폭신한 데크길을 선택하자, 싱그러운 초록빛 숲길이 펼쳐지며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길을 걷다 보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머무는 유아숲체험원을 지나고, 남명초등학교로 내려갈 수 있는 갈림길도 마주하게 됩니다. 코스 군데군데 쉼터가 잘 마련되어 있어, 잠시 앉아 '숲멍'을 즐기며 여유롭게 쉬어가기 좋습니다.

 

신정산 둘레길은 대왕참나무, 중국단풍나무, 복자기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수려한 풍경을 자랑합니다. 특히 둘레길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 중 하나인 대왕참나무숲에 들어서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대왕참나무들이 숲을 가득 채우고 있어, 도심 속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깊은 산속의 고즈넉하고 평온한 분위기를 선사합니다.

 

대왕참나무(Pin Oak)는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참나무과의 낙엽활엽교목으로, 곧고 웅장하게 자라는 수형과 화려한 가을 단풍 덕분에 도심 속 가로수나 공원 조경수로 각광받는 나무입니다.

 

독특한 잎 모양과 이름의 유래잎의 형태: 잎 가장자리가 깊게 파인 결각(갈라짐) 모양을 가지고 있어 마치 '임금 왕()' 자나 '주인 주()' 자를 연상시킵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대왕참나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가지에 새로 돋아나는 작은 가지들이나 도토리 끝이 핀(Pin)처럼 뾰족뾰족하게 생겼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최대 20~30m까지 곧고 높게 자라며 우람한 자태를 뽐냅니다.

 

위쪽 가지는 하늘을 향해 곧게 서고(직립), 중간 가지는 옆으로 수평하게 뻗으며, 아래쪽 가지는 땅을 향해 부드럽게 늘어지는 특유의 아름다운 삼각형(피라미드형) 수형을 이룹니다.

 

숲길을 따라 산책하며 피톤치드를 마시기 좋고, 가을에는 붉고 화려하게 물드는 단풍이 매우 아름다워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포토존입니다.

 

대왕참나무숲을 따라 서서히 오르막을 그리던 둘레길은 이내 편안한 내리막길로 접어듭니다. 곧이어 우측으로 시니어들을 위한 휴식 공간인 '시니어존'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만나며, 둘레길은 어느덧 처음 출발했던 지점을 향해 서서히 가까워집니다.

 

신정산은 오늘날 '계남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주민들의 소중한 휴식처가 되어 주며, 누구나 친근하게 찾는 동네 뒷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늘 평화로웠던 것만은 아닙니다. 1981년 서울과 부천을 잇는 신정로가 산을 가로질러 개통되면서, 신정산은 남과 북으로 허리가 잘리는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지난 2010, 단절된 지 30년 만에 정랑고개 생태통로가 설치되면서 끊어졌던 신정산의 허리가 다시 하나로 이어졌습니다. 과거 삼국시대부터 한강을 건너 양천현을 출발한 이들이 오전 중에 넘던 교통과 군사의 요충지, 그 정랑고개의 역사적 의미가 생태통로로 다시 살아난 것입니다.

 

아픔을 딛고 일어선 신정산은 이제 훨씬 더 건강하고 멋진 모습으로 주민들을 맞이합니다. 생태통로를 통해 사람과 야생동물이 자유롭게 오가며 산의 생태계는 한층 더 생기와 풍요로움을 되찾았습니다. 자연 그대로의 숨결을 느끼며 걸을 수 있는 '생태길'과 함께, 휠체어나 유모차도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무장애 '신정산 둘레길'이 조성된 배경이기도 합니다.

 

순환 코스인 둘레길 걷기를 모두 마치고, 이제 신정산 정상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정상에는 탁 트인 조망을 자랑하는 명소인 장군정이 우뚝 서 있습니다. 2002년에 건립된 이 정자는 이 지역의 오래된 역사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신정동과 신월동 일대는 1914년까지 '장군소'라 불렸는데, 이는 군사를 지휘하는 장군을 양성하는 곳이라는 뜻입니다. 조선시대 국가 차원에서 말을 키우던 목동 지역과 인접해 있어, 군사 전술 훈련을 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던 데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탁 트인 풍경을 눈에 담은 뒤, 장군봉에서 신안약수아파트와 신정네거리역 방향으로 코스를 잡고 기분 좋은 하산길에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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