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지테마숲길이 이어집니다. 예전에는 '희망의 숲길'이라 불렸던 이곳은, 메타세쿼이아길로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이 자연 산책로를 걷다 보면 하늘공원으로 곧장 오를 수 있는 하늘계단이 모습을 드러내는데요. 억새축제 시기는 계단을 빼곡히 채운 도보 여행자들의 활기찬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문화비축기지로 들어섭니다. 시민들의 소중한 복합문화공간인 문화비축기지가 쓰레기 무단 투기로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주말(6월 20일~21일) 대형 음악 축제인 'RAPBEAT 2026(랩비트)'가 개최된 이후, 야외 광장과 인근 잔디광장에 관람객들이 버리고 간 일회용 컵, 돗자리, 음식물 쓰레기 등이 무분별하게 방치되면서 큰 시민 불편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몸살로 아쉬움을 남긴 문화비축기지를 지나, 매봉산 들머리에 자리 잡고 있는 담소정에 닿습니다. '웃고 즐기며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라는 그 이름처럼, 언제 만나도 반가운 쉼터입니다.
이어 2002년 월드컵의 뜨거운 함성이 여전히 그리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통과하여 드디어 불광천 산책길에 접어듭니다. 불광천은 북한산(삼각산) 비봉에서 발원해 은평구, 서대문구, 마포구를 거쳐 홍제천으로 흘러드는 총 길이 8.79㎞의 하천입니다. 예로부터 까치네, 연서내, 연신내 등 정겨운 이름으로 불렸던 이곳은, 본래 난지도로 유입되는 한강의 제1지류였으나 하천 정비 사업을 거치며 홍제천과 합류하는 제2지류가 되었습니다.
다만, 산책로에 들어서자마자 코끝을 스치는 아쉬운 악취는 옥의 티로 다가옵니다. 이 불광천이 흐르는 은평구는 산수가 수려하고 토지가 비옥해 예로부터 천혜의 생활 터전이자 군사 요충지였습니다. '은평'이라는 이름은 조선시대 한성부 북부의 성외 지역이었던 '연은방'과 '상평방'에서 한 글자씩 따온 유서 깊은 지명입니다.
고개를 들면 북한산의 웅장한 능선이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어느새 시루를 엎어놓은 모양을 닮아 이름 붙여진 '시루메', 즉 증산동 표지석이 반갑게 마중을 나옵니다. 이곳 증산역 갈림길에서 서울둘레길 15코스의 보람찬 여정을 마무리하며, 다음 길을 향한 설레는 발걸음을 예약해 봅니다.